그림을 그리고 있는 장원호님. ⓒ이민재

“두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을 수 없어 귓속으로 들어간다. 눈물이 이렇게도 뜨거웠던가.”

사고 이후 어깨 아래로 어떤 느낌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경추손상 환자 장원호님의 꿈을 이룬 작은 기적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장원호님. ⓒ이민재

20대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경추가 골절되어 사지마비가 된 장원호님은 인생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눈을 뜬 아침이 너무 싫어 계속 잠을 청하고 싶지만 어김없이 하루 24시간은 공평하게 찾아왔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을 잘 때까지 간병사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혼자서 생활할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 단지, 할 수 있는 건 입을 열고 말하거나 음식을 삼키는 것 외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할 수 있다’, ‘이겨내’, ‘힘내’ 이런 주변의 조언과 격려의 말들이 전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하며 옷을 입는 이런 단순한 일상들이 이렇게도 힘든거 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볼에 붙은 모기조차 쫒아내지 못해 한 밤중에 누군가에 부탁해야 하는 내 모습이 가엾게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아침은 바쁜 일상의 시작이지만 나의 아침은 또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하지?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하나? 하는 고민의 연속이었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 하게 되었다. 치료의 시작은 오전 9시 작업치료부터 시작 되었다. 키가 큰 남자 작업치료 선생님이 나의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했다.

선생님은 나에게 먹는 것, 입는 것, 예전 취미 등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평가하며 현재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강점과 약점을 알려주었다. 신체적 조건에 많은 한계가 있는 나에게 선생님은 혼자서 포크로 과일과 음식을 찍어서 먹을 수 있도록 손 보조기를 제공해주었다. 남이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다시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또 선생님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조도구를 만들어 주어 지루한 일상 속에서 게임도 하고 인터넷도 하며 주변의 소식들을 조금씩 접하게 되었다. 작업치료 선생님의 도움으로 나의 일상들이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휠체어에 멍 하니 앉아있는 시간보다 나의 의지대로 조금씩 무엇인가 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나도 무언가 해야겠다’,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장원호님의 작품들. ⓒ이민재

그리곤 예전에 취미로 그렸던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움직여지지 않는 손으로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하며, 작업치료 선생님께 이 고민을 털어 놓았는데 선생님은 ‘입으로 그리면 되지요’ 라고 말을 했다.

처음엔 피식 웃었고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지만 용기와 격려를 해주시며 입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매일 열정을 담아 치료해주었다. 또 특별히 입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맞춤형 붓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었다.

작업치료를 받으면서 조금씩 입으로 붓을 조절하기 시작하여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장시간 그림을 그리는 시간동안 모든 걱정과 나쁜 생각들이 사라졌다. 그림을 완성하는 순간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과 행복을 느꼈고 모든 것에 감사했다.

장원호님의 작품. ⓒ이민재

경추손상 장원호님의 담당 오태형 작업치료사는 사람중심 작업치료를 실현하며 작은 기적을 만들었다.

장원호님의 그림 작품들은 ‘입으로 그린 희망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작은 전시회를 성황리에 개최하여 재활치료를 받는 많은 환자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 주었다.

끊임없는 노력과 포기하지 않는 의지로 꿈을 이룬 장원호님을 통해 경추손상 환자분들께 큰 힘이 되길 바란다.

장원호 님과 오태형 작업치료사. ⓒ이민재

*이 글은 대구대학교 재활과학대학원 작업치료과 이민재 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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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작업치료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대구대 작업치료과 박사과정으로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재활에 관련된 장애 환자 및 치료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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