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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보청기 판매 기준 ‘부글부글’

이비인후과 전문의 허용? “선택권 침해 우려”

학부모·소비자단체 국회에 반대 의견서 전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6-16 15:09:34
오는 7월부터 청각장애인보조기기보청기 판매 인력기준에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포함, 청각장애인과 가족들이 “선택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초 장애인보조기기 급여품목 중 보청기 판매업소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록을 위한 인력 및 시설‧장비 기준 및 의무사항 신설 등이 담긴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 고시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를 진행했다.

문제가 되는 개정안은 보청기 판매업소 등록을 위한 인력 기준으로, ▲보청기 적합관리 관련 교육을 540시간(이론교육은 최소 300시간, 실습교육 및 현장실습은 최소 240시간) 이상 이수한 자 또는 이비인후과 전문의 1명 이상 ▲보청기적합관리 관련 교육을 120시간 이상 이수한 보청기적합관리 1년 이상의 경력자 1명 이상 등으로 정한 것.

개정안 내용.ⓒ보건복지부 에이블포토로 보기 개정안 내용.ⓒ보건복지부
현행 규정상 청각장애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청기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전문의의 처방전과 검수확인서 등이 필요하다. 최초 청각장애 진단검사까지 고려하면 기본적으로 총 5차례(장애진단검사: 총 3회, 처방전 발급, 검수확인서 발급)를 이비인후과에 방문해야 한다.

지금도 몇몇 이비인후과에서 본인들이 처방전을 발급하고 연결된 판매처로 환자를 보내는 현실인데, 대놓고 판매를 허용한다면 청각장애인들은 어떠한 정보도 없이 의사의 권유대로 해당 병원에서만 파는 보청기를 사게 될 것이라며 “선택권 침해”라고 우려하고 있는 것. 2018년 12월 기준 청각장애인 수는 34만2582명이며, 2018년 보청기를 지급받은 건수는 6만5257건이다.

입법예고 사이트에 반대 의견.ⓒ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에이블포토로 보기 입법예고 사이트에 반대 의견.ⓒ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지난 14일까지 마감된 입법예고 사이트에 반대 의견이 총 315개가 달렸으며, 당사자 및 부모들은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서도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보청기를 착용하는 청각장애인 부모 A씨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선천성 청각장애진단을 받고 의사의 황당한 보청기업체 추천을 받았으며, 의사의 말 한마디에 맹신해 비교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무지하게 보청기를 구입해 후회의 경험이 있었다”면서 “의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비전문가인 장애가족에게는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처방이다.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는 선택이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가 보청기까지도 판매할 수 있도록 권한을 만들어준다면 소비자의 취사선택 장치는 없어질 것이며, 분명 검증이 덜 된 보청기 업체까지도 리베이트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유도할 것이며, 이에 따른 부작용은 고스란히 장애가족에게 돌아간다”면서 “의사에게 돈벌이 수단을 법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청각장애인 당사자 B씨는 “장애진단을 할 수 있고, 보조기기 처방권을 가지고 횡포를 부리는 이비인후과 의사들로 인해 장애진단과 처방전, 검수확인서 남발로 건강보험기금이 엄청나게 지출이 되었다고 들었다”면서 “보청기를 팔도록 법으로 허락해주면 병원으로 보청기를 대어주는 사람이 생길 것이고 서로 병원에 들어오려고 리베이트를 주면서 병원영업을 하는 업체들이 생기지 않을까.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온다는 생각은 안하셨냐”고 당사자가 받을 피해를 우려했다.

이어 “의사들이 보청기 판매까지 하게 된다면 내가 원하는 곳에서 보청기를 구입해서 갔을 때 자기네 병원에서 구입하지 않았다고 처방전과 검수확인서를 안 해주거나 불친절하게 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선택권 없이 병원에서 보청기 사라는 것”이라면서 “의사가 진단과 처방, 검수확인까지 하고 있는데 의사에게 보청기 판매까지 허용한다면 보청기선택권을 박탈당하고, 의사가 끼었으니 가격은 시중보다 비싸게 구입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또 다른 당사자 C씨도 “보청기는 의료기기로서 지속적인 관리 및 검사가 필요하며 단순히 이학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보청기에 대한 별도의 공부와 교육이 필요하다. 단순한 의약적 치료가 아니라 재활훈련과 케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청각장애인 입장에서는 청능사를 더 신뢰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보청기 구입은 단순히 약을 처방받는 것과는 다르다“고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청와대 홈페이지 에이블포토로 보기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보청기 보조금 신청 절차 안내 2020년 7월 개정안" 당사자의 목소리 좀 들어주세요’, ‘보건복지부 입법행정예고를 철회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총 5000여명이 서명에 참여한 상태다.

또한 경신청각언어연구소 서영란 소장 등 10여명의 청각장애아동 학부모 대표 및 소비자 단체장은 16일 국회를 찾아 개정안 철회 의견을 전달했다.

서영란 소장은 “입법예고에 표면적으로는 의사가 해도 되는 것처럼 동등하게 해놓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보청기를 선택할 권리가 있는 소비자에게 엄청난 피해를 예고하고 있다”면서 “장애인에게 필요한 법을 만들면서 장애인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법을 행정예고 하는 것이 민주주의 나라에서 맞는 건지 모르겠다. 복지부를 상대로 부당함을 호소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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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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