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성남방송고등학교 백정현 교장이 졸업하는 김은설 양에 졸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졸업은 아쉬운 헤어짐과 동시에 설렘 가득한 시작이다. 5일 오전 성남방송고등학교 강당.

익숙한 015b의 노래 ‘이젠 안녕’이 울려 퍼지던 ‘제15회 졸업장 수여식’에서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뜬 마음으로 서로의 졸업을 축하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이날 졸업하는 학생은 특수학급 8명을 포함해 방송기계과 79명, 방송전기통신과 83명, 방송무대건축과 86명 등 모두 248명. 졸업이란 게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김은설(여, 20세, 지적2급)양에게는 감회가 남달랐다.

조기취업으로 먼저 사회에 첫 발을 뗀 김 양은 “이제 졸업을 하면 더 이상 학교에도 올 수 없고, 친구들과 선생님도 보지 못 한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취업이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김 양은 지난해 2주간의 지원고용을 거쳐 12월 8일 경기도 광주 소재 구두 업체 ‘소다’에 정규직으로 취업됐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줄곧 취업을 희망했기 때문에 목표를 이룬 셈이다.

김 양은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까지 근무한다. 구두포장과 라벨을 붙이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포장하는 일도 너무 재밌고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도 잘해준다. 첫 월급을 타서 적금도 넣고, 할머니께 내복을 사드릴 때는 정말 뿌듯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사회초년생.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대인관계가 어려웠던 김 양에게 취업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왼쪽부터) 신락희 교사, 김은설 양, 김은설 양의 어머니가 졸업식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김 양은 “사회로 나가서 다른 사람들하고 생활도 해보고 싶었고, 조립하는 것도 좋아해서 취업하고 싶었는데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려워 취업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신락희(여, 57세) 담임교사도 “은설이가 낯을 많이 가린다. 대인관계를 어려워할 만큼 내성적인 아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취업을 할 수 있을까 고민됐다”면서도 “지금은 너무 잘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학교를 졸업해 사회로 나가는 학생들을 보면 교사 입장에서는 아쉽기도 하지만 자랑스럽고 뿌듯한 마음이 더 크다.

신 교사는 “학교에서 같이 생활해오던 아이가 졸업한다니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직장 생활 잘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고 대견한 마음”이라면서 “더 바랄 것 없이 좋다”고 말했다.

양 손에 꽃다발을 들고 졸업식장을 찾은 김 양의 어머니 임성순(44세)씨도 “처음엔 걱정도 많이 됐는데 회사생활을 잘 해오고 있는 걸 보니 자랑스럽고 뿌듯하다”면서 “앞으로도 잘 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응원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꿈 꿔온 취업이라는 걸 이룬 김 양은 이제 장기근속이라는 소박한 목표를 세웠다.

김 양은 “현재 취업한 직장에 오래 근무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한 뒤 그동안 학업을 도와준 담임선생님에게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다. 칭찬해주시고 가르쳐주신 덕분에 바라던 취업을 하게 됐다”고 인사를 전했다.

한편, 이날 학교를 졸업하는 특수학급 학생 8명 중 3명은 취업했고, 4명은 전공과 진학했다. 1명은 취업 대기 중이다.

신락희 담임교사가 졸업하는 김은설 양을 안아주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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