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포럼 등 13개 장애인단체는 17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UN CRPD 선택의정서 연내 비준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14년간 외쳐온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이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믿은 것이 벌써 1년 전입니다. 우리가 너무 순진했습니까? 국회는 더 이상 직무유기하지 말고 조속히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십시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약 1년간 미뤄지던 ‘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 CRPD) 선택의정서’ 비준이 논의된다는 소식에, 장애계가 지지부진했던 국회를 규탄하며 선택의정서 연내 비준을 촉구했다.

한국장애포럼 등 13개 장애인단체는 17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UN CRPD 선택의정서 연내 비준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17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개최된 ‘UN CRPD 선택의정서 연내 비준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사단법인 두루 정다혜 변호사. ⓒ에이블뉴스

UN CRPD는 지난 2006년 12월 UN총회에서 192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국제 조약이며, 우리나라는 2007년 3월 협약에 서명했다. 하지만 협약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내용을 담은 ‘UN CRPD 선택의정서’의 비준은 14년이 지난 현재까지 유보되고 있다.

UN CRPD 선택의정서는 국내권리구제 절차를 모두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권리구제를 받지 못한 개인, 집단 등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는 개인진정제도와 협약에 규정된 권리가 당사국에 의해 침해된 경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직권조사를 할 수 있는 직권조사권을 규정하고 있다.

사단법인 두루 정다혜 변호사는 “개인진정제도와 직권조사권을 규정한 선택의정서 비준 없이 UN CRPD는 반쪽자리 협약에 불과하다”면서 “때로는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에 미뤄질 수 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1년 동안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어떤 의원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침해될지도 모른다고 말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고문방지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의 선택의정서를 채택하면서 비슷한 제도를 비준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국민의 권리를 보장할 제도를 외면하지 말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라”고 힘주어 말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김예지 의원은 지난 2021년 3월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UN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했다. ⓒ에이블뉴스DB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장애계는 UN CRPD 선택의정서 비준을 위한 활동을 이어갔고, 지난해 3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UN CRPD 선택의정서 비준 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했다. 74명의 동의를 바탕으로 발의된 결의안은 같은 해 6월 재석의원 만장일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정부는 지난해 12월 관계 부처합의, 조약 국문본 작성,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마치고 국회에 ‘UN CRPD 선택의정서 가입동의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정부가 제출한 가입동의안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한 채 약 1년 동안 국회에서 잠들어 있다가, 오는 23일에서야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라는 지적이다.

UN CRPD 선택의정서 가입동의안은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의결된 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최종 확정된다.

17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개최된 ‘UN CRPD 선택의정서 연내 비준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한국장애포럼 윤종술 상임대표(왼쪽)와 한국장애포럼 최한별 사무국장(오른쪽). ⓒ에이블뉴스

한국장애포럼 윤종술 상임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첫 심의가 이뤄진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그저 비준하면 될 것”이라며 “국회는 반드시 올해 안에 선택의정서 비준하고, 정부는 UN이 권고한 사안들을 민간과 함께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장애포럼 최한별 사무국장은 “우리나라는 UN CRPD를 채택한지 14년이 지났다. 이후 2014년 1차 심의 권고 안에서도, 올해 여름 2·3차 병합심의 권고안에서도 선택의정서 비준을 권고했다”면서 “인권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나라가 8년에 걸쳐 두 차례나 똑같은 권고를 받은 것이 너무나 부끄럽고 수치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회에서 선택의정서 비준 촉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오랫동안 지지부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의 14년의 외침이 그저 저들에게는 빤짝 이슈일 것이라 여기는 것인지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가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되도록, 우리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올해 안에 선택의정서 비준하고, UN CRPD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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