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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예산’ 화살은 추경호로, 숨죽인 삭발

중증장애인·비장애 한의사 동참, “관계 맺으며 살자”

"추경호 권리예산 답변" 전장연, 청문회 질의서 준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4-28 14:30:15
28일 서울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열린 22차 삭발 투쟁 결의식.ⓒ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28일 서울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열린 22차 삭발 투쟁 결의식.ⓒ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은 멈췄지만, 삭발은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식 전날인 5월 9일까지 계속된다. 매일 오전 8시, 서울 3호선 경복궁역 7-1 승강장에서의 삭발 투쟁 결의식이 벌써 22일 차를 맞았다.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직접 기획재정부를 이끌 추경호 장관 후보자에게 화살이 돌려졌다. 예산 반영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는 인수위의 답변에 따른 것으로, 전장연은 서울 강남 도곡동에 위치한 추 후보자 집 앞까지 찾아가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 달 2일, 추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입장을 밝히겠다는 답을 믿고, 숨죽인 채 기다리고 있다. 이제 오늘로부터 딱 5일 남았다.

28일 삭발 투쟁에 동참한 이는 중증장애인인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명석 활동가와 13년째 장애인건강권을 함께 외치는 최호성 한의사. “방구석에서만 살 수 없다”는 중증장애인의 외침과 “비단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기꺼이 연대한 비장애 의료인의 끈끈한 연대에 활동가들도 더 높이 피켓을 들며 응원했다.

삭발 결의 중인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명석 활동가.ⓒ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삭발 결의 중인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명석 활동가.ⓒ에이블뉴스
뇌병변장애인으로 한번 외출하기 위해 매번 부모님과 전쟁을 치뤘다는 ‘나쁜 장애인’ 서 활동가. 장애인콜택시도 저상버스도 없던 시절, 수동휠체어를 타며 일반택시를 이용해 근처 시내에 가려면 왕복 10만원의 돈이 필요했다. 그 10만원을 받기 위해 부모님과 매번 말다툼으로 감정의 스크래치까지 생겨도 그때는 그래야만 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네모난 방구석에 하루종일 처박혀 있어야만 했으니까.”

지금도 별반 다를 건 없다. 저상버스를 타려고 해도 오지 않거나, 와도 거부당하고, 위험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 역을 이용하고 있다. 그의 소망은 참 소박하다. “장애인콜택시를 콜 하면 일반택시처럼 5분 안에 타고 전국 방방곡곡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길.”

최호성 한의사 또한 연대의 뜻으로 삭발 투쟁에 동참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최호성 한의사 또한 연대의 뜻으로 삭발 투쟁에 동참했다.ⓒ에이블뉴스
비장애인 최호성 한의사에게 장애인은 그저 불쌍하고 낯설고 무서운 존재였다. 초등학교 2학년때 친구의 집에서 처음 만난 뇌병변장애인 누나의 모습에 처음으로 ‘헉’. 한의과대학에 진학한 후 의료봉사로 찾았던 경북의 한 장애인시설에서 정신과 약에 취해있던 모습에 또 한 번 ‘헉’. 그렇게 더 견고해진 장애인 편견이 사라진 것은 의료가 그저 베풂이 아닌, 소통하고 공감하는 하나의 매개가 되고 나서였다.

‘우산 씌워주는 사람에서 함께 비 맞는 사람이 됐다‘는 그는 최근 휠체어에서 내려 지하철바닥을 기어가는 ‘오체투지’ 투쟁에 함께 울었고, 앞으로 장애인과 함께 살고 싶다며 이날 머리를 밀었다. “잘린 머리카락처럼 장애인을 바라봤던 편견들이 잘렸으면 하고, 이후 머리가 자라면 따뜻하고 좀 더 길게 장애인들과 관계 맺으며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28일 서울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열린 22차 삭발 투쟁 결의식.ⓒ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28일 서울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열린 22차 삭발 투쟁 결의식.ⓒ에이블뉴스
경복궁역 승강장에는 인근에 위치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닿길 바라는 간절한 호소들도 이어졌다.

이가 아파 장애인치과병원을 예약한 후, 장애인콜택시를 4시간이나 기다려서 겨우 도착했지만, 예약시간을 한참이나 넘겨 진료는커녕 다시 또 3시간을 기다려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돌아올 수밖에 없다던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봉수 활동가의 이야기.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마련’을 외치며 삭발과 단식까지 결의했지만, 9일이나 지난 현재까지 인수위와의 공식면담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만승 대전지부장의 이야기.

코로나19 집중관리군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치된 채 응급실에서 사망한 40대 중증장애인 사망의 이야기까지. 전장연 건강권위원회 박주석 간사는 “아직 장애인에게 코로나는 재난이다.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봤지만 의료계는 어떠한 답변도 주지 않는다”고 장애인건강권 보장에 함께 연대해달라고 호소했다.

50년간 비장애인으로 살다 중도 시각장애인이 된 최승혜 씨도 흰 지팡이를 짚고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함께 투쟁하자”고 외치기도 했다.

28일 서울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열린 22차 삭발 투쟁 결의식 후 지하철을 탑승하는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명석 활동가.ⓒ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28일 서울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열린 22차 삭발 투쟁 결의식 후 지하철을 탑승하는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명석 활동가.ⓒ에이블뉴스
한편, 전장연은 기획재정부에 내년도 ‘장애인권리예산(탈시설 807억원, 활동지원 2조 9000억원)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다음달 2일 예정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밝힐 것을 압박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현재 인사청문회 질의서를 준비 중이다. 맨날 검토하겠다, 아직 고려되지 않았다고 답할 거면 아예 이야기 안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떻게 계획하고, 언제까지 계획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라면서 “답변에 따라 5월 3일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재개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전장연은 다음날인 29일 오전 8시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추경호 기재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질의 내용 및 ’제29차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투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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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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