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주최 ‘제 91주년 점자의 날’ 기념식.ⓒ에이블뉴스

혹시 오늘 출근길에 노란 점자블록을 밟고 오셨나요? 아니면, 음성신호기가 울리는 횡단보도를 걸어오셨나요? 잘 기억이 안 나더라도 이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편의시설이란 사실을 대부분 인지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시각장애인의 문자 ‘한글점자’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전체 시각장애인 중 점자해독이 가능한 사람은 10% 미만에 불과합니다. 시각장애인 문자 생활 보장을 위한 지난 5월 ‘점자법’이 시행됐는데 말이죠.

오는 4일은 송암 박두성 선생이 한글점자를 반포한 지 91주년 되는 ‘점자의 날’입니다. 이에 앞서 2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념식과 더불어 점자 체험부스를 운영했는데요. 현장에 방문해 시각장애인 당사자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에게 점자는 어떤 존재 인가요?”

2일 점자의 날 기념식에서 ‘점자 기념일의 노래’를 제창하는 전유리 씨.ⓒ에이블뉴스

한국점자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전맹 시각장애인 전유리 씨는 “눈”이라고 했습니다. 선천적 시작장애인인 유리 씨는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 책도, 신문도 읽습니다.

인터뷰 당시에도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 종교 관련 월간지를 읽던 중이었습니다. “책을 좋아합니다. 지금 읽는 월간지는 성당을 통해 구입해 읽고 있고요. 일반도서는 장애인도서관에서 대여하기도 하죠.”

지난 5월말 점자법 시행을 통해 점자가 널리 보급되고 발생하기 위한 점자출판 활성화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큰 체감은 없습니다.

“아직 점자도서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법 시행으로 큰 체감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정부에 바라는 점으로 점자도서 출판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강조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만들려면 점역 프로그램을 거쳐야 하는데, 우리만의 최신형 점역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해외에서 덕스벨을 사용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거든요. 국가에서 예산을 많이 지원해준다면 많은 점역도서가 생기고, 시각장애인도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황화성 원장.ⓒ에이블뉴스

볼록 튀어나온 점들로 각 글자를 나타내는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촉각을 통해 읽고 쓸 수 있는 문자체계입니다.

지난 2015년 중증시각장애인 최초 기관장으로 임명된 한국장애인개발원 황화성 원장은 국정감사 현장에서 '점자정보단말기'를 사용해 관심을 끌기도 했죠.

황 원장에게 점자는 “생명”입니다. 교통사고로 인해 중도 전맹 시각장애인인 그에게는 점자가 없으면 세상을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점자에 대한 관심이 점점 멀어지는 것이 사실이죠. 심지어 교육 현장에서도 외면당하고 일부 시각장애인에게서만 사용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황 원장 또한 그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실질적으로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의 문자인 점자가 적극적으로 사용되려면 정부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산 지원도 그렇고 법과 관련된 제도들이 뒷받침 돼야 하죠. 거기에 대한 홍보도 필요하구요.”

특히 황 원장은 일반 시중 제품에도 유니버설 디자인 환경이 조성돼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지난 5월 시행된 점자법에는 의약품에 대한 기본정보, 신용카드 등 정보에 대한 점자 표기 의무화가 담겨있지 않습니다.

“약을 복용하는데 아무런 정보가 없어요. 점심약인지, 저녁약인지 모르잖아요. 콜라병이나 사이다병도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들이 점자화 됐으면 좋겠어요.”

2일 점자의 날 기념식에서 유공자 표창을 받은 대전맹학교 허세봉 교사(오른쪽).ⓒ에이블뉴스

점자는 손을 각 줄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면서 읽습니다. 읽을 때 주로 양손이 사용되는데, 이때 주로 검지로 읽고요. 점자를 통해 시각장애인은 적혀있는 글을 공부하고 복습할 수 있습니다.

이날 제91주년 점자의 날 기념식에서 교육부문 유공자 표창을 받은 대전맹학교 허세봉 교사에게 점자란?

“제가 이 자리까지 오게 해준 가장 중요한 존재 아닐까요? 오랜 파트너죠.”

허세봉 교사는 시각장애인 직업교육을 위한 ‘이료’과목 중 전기치료와 안마실습을 맡고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점자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현실에 깊이 공감하고, 또 안타깝답니다.

“아무래도 선천 시각장애인 보다는 중도실명자, 저시력 학생들이 많아서 관심도가 떨어지죠. 점자 활용도도 인식도 저하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사회가 디지털 화 되면서 학교에서도 각종 컴퓨터 등 음성화 시킬 수 있는 매체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점자교육은 후퇴되고 있다는데요. 방과 후 수업이나 창의적 체험 활동 등을 활용해 점자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허 교사는 시각장애인 교육을 위해 점자 교과용 도서, 참고도서의 점자 제작이 빨라지길 기대합니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점자로 만든 교과용 도서, 각종 참고도서가 필요합니다. EBS 교재 그런 것들이요. 하지만 점자로 제작되면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리죠. 최대한 제작 시간을 줄여서 적기에 보급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화체육관광부 이우성 실장은 점자법 시행에 따라 내년 ‘제1차 점자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에 따라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약속했고요.

91년전 한글점자를 반포한 송암 박두성 선생의 뜻에 따라 50만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접근권이 완전히 보장되길, 더 많은 국민들이 점자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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