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랜만이라 새해인사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 ‘너는 내 운명’ 보세요?”

“아니 요즘은 잘 못 보는데 왜?”

“거기에 구청장이 자꾸 장애우라고 하던데요.”

“그래요. 그렇다면 직접 전화해 보지 그랬어요.”

“저는 좀…원장님이 좀 해 주세요.”

KBS‘너는 내 운명’에서 구청장 부부. ⓒKBS

바쁜 일이 있어 잠시 잊고 지내다 보니 ‘너는 내 운명’은 1월 9일(금)로 끝이 나고 말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그런데 1월 10일 토요일 KBS의 ‘TV비평 시청자데스크’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진행자가 자꾸 장애우라고 하는 게 아닌가.

이건 아니다 싶어 KBS 시청자실로 전화를 했다. ‘너는 내 운명’에서도 장애우라고 하더니 ‘TV비평 시청자데스크’에서는 진행자까지 장애우라고 하니 어찌된 것이냐고 했더니 이렇다 저렇다 말 한마디 없이 “알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했더니 “다른 분에게서 전화가 와서 알았습니다” 그 뿐이었다. 필자에게 전화했던 그 지인이 KBS에 전화를 했을까. 확인해 보지는 않았다.

KBS 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서 장애우라고 한 것은 작가나 연출자 출연자까지 장애인과 장애우를 구분할 줄 몰랐다는 것이고, 더구나 ‘장애우’를 즐겨 사용한 사람은 공직자인 구청장(강석우)이었다.

KBS 홈페이지에서 장애우로 통합검색을 해봤더니 TV에서만 86건이 검색됐다. ⓒKBS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어느 장애인단체의 행사에서 모 기관장이 축사를 하면서 ‘장애우 여러분은…’을 남발했었다. 행사가 끝나고 난 뒤 그 기관장을 찾아가 장애인이 바른 용어라고 했더니 필자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면서 “아 예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장애우로 바뀌었어요” 세상에나, 필자도 모르는 사이에 장애인이 장애우로 바뀌었다는 말인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아니라고 했지만 그는 못내 미심쩍어하는 눈치였다.

장애인과 장애우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논란이 있었던 문제라 아는 사람들에게는 ‘또 장애우야’정도로 식상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도 장애우가 남발되고 있으니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다시 한 번 짚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장애인과 장애우는 어떻게 다른가’ 참조.

‘장애인’이 법정용어이자 공용어이므로 설사 일부 단체나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장애우’라고 하더라도 공공기관 특히 언론에서는 ‘장애우’라고 잘못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KBS 뉴스에서는 장애우가 451건이나 검색됐다. ⓒKBS

그럼에도 공영 방송인 KBS에서 장애인과를 장애우를 구분조차 못하고 ‘장애우’라고 나발을 불어 대고 있으니 명색이 정부 기관의 대표를 맡고 있는 사람이 ‘예전에는 장애인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장애우라고 바뀌었다’는 헛소리까지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도대체 KBS에서는 장애우를 어느 정도 사용하고 있을까. KBS 홈에서 통합검색을 해 보았더니 TV에서만 86건이 나왔고, 뉴스에서 451건, 동영상뉴스가 151건이었다.

SBS 뉴스에서는 장애우가 200건이나 검색됐다. ⓒSBS

그동안 필자를 비롯한 많은 장애인복지 관계자들이 ‘장애인이 바른 용어입니다’ 아무리 외쳐 보았자 KBS에게는 마이동풍이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송들은 어떨까. SBS는 방송이 23건, NeTV102건, 뉴스가 200건이었다. MBC는 검색방법이 달라서 뉴스에서만 91건이 나왔다.

MBC 뉴스에서는 장애우가 91건 검색됐다. ⓒMBC

우리나라 국민들이 즐겨 보는 3대 방송인 KBS, MBC, SBS에서 이처럼 잘못 된 용어인 장애우가 남발되고 있으니 장애인 복지관련 일을 하는 관계자가 아닌 다음에야 뉘라서 장애우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겠는가.

방송사뿐만 아니라 국회는 물론이고 서울시 등 다른 정부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이 노릇을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장애우'를 즐겨 사용하고 있으니 그 의미나 뜻이 어떻든 간에 아예 법정 용어를 '장애우'로 바꾸면 어떨까. 그렇다면 필자도 '장애우'에 대해서 더 이상 가타부타 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그러기를 원하는가.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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