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정양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높은 철망이 처져 있었으며, 시설 창문 모든 곳에는 쇠창살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에이블뉴스>

지난해 정신장애인 인권침해로 물의를 빚은 경기도 양평군 성실정양원에서 인권침해가 아직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성실정양원측이 조건부시설을 포기함에 따라 지난 5월까지 시설 생활인들을 모두 다른 시설로 전원조치를 시키겠다고 약속했으나 그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건부신고복지시설생활자인권확보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와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실은 지난 8월 31일 성실정양원을 방문해 복지부의 전원 조치 약속이 얼마나 이행되고 있으며, 시설 생활자들의 인권침해가 얼마나 해소됐는지를 점검했다.

이날 방문은 지난 6월초 공대위가 복지부로부터 성실정양원 퇴소자 86명에 대한 명단을 받아 전화조사를 벌인 결과, 이중 4명은 퇴소했다가 다시 입소를 했으며, 1명은 퇴소조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직접 현장조사를 통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졌다.

특히 그동안 시설내 인권침해가 문제가 빈번하게 세상에 알려졌으나 그 이후로도 실질적인 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양평군 보건소, 시설 퇴소자현황 제대로 파악 못해

방문 초기, 시설측에서 문을 열지 않으려고 버티자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관계 공무원에게 문을 즉시 열라고 지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날 조사를 통해 공대위와 장향숙 의원실은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양평군 보건소, 양평군청 사회복지과 등 관리감독기관의 소극적인 대응이 시설내 인권침해 현실을 개선시키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날 현장방문에는 양평군 보건소 방문보건담당 공무원 2명만이 동행했으며, 양평군청 사회복지과에서는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무성의를 보였다. 양평군 보건소장의 경우도 지난해 큰 물의를 빚은 시설에 대한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사전 약속을 이유로 동참하지 않았다.

이날 장 의원은 현장을 찾은 보건소 이경숙 계장에게 현재 시설 생활인 현황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으나, 보건소측은 지난 6월 21일 현재 현황에 대한 자료밖에 내놓지 못했다. 최근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1월 당시 206명이었던 생활인들은 2004년 6월 21일 현재 105명이 줄어든 101명으로 집계돼 있었다. 보건소측은 이들 중 41명은 자진입소자이며, 60명은 보호자가 연락두절인 사람으로 지난 5월까지 전원조치를 취하는데 무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이 자료는 공대위의 생활인 면접 조사 결과, 미비한 점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퇴소했다가 다시 입소를 한 사람들과 5월 이후 신규로 입소한 사람들 수 명이 시설 내에서 현재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보건소측에서 제시한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자 시설측과 보건소측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으며, 결국 시설측은 이 사실을 시인했으며 보건소측에서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인정했다. 시설 관계자는 “가족들을 설득하는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좀 더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될 수 있으면 빨리 생활인들을 돌려보내도록 노력할 방침이며, 보건소측과는 12월까지 전원조치를 이행하겠다고 양해를 얻었다”고 말했다. 보건소측에서도 “정신병원으로 들어가야 할 생활인들은 재정적인 지원이 없으면 전원조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부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공대위와 장향숙 의원실은 조속히 생활인들이 다른 시설이나 병원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하기위한 상급기관의 재정적, 행정적 지원이 강화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보건소와 시설측에 약속했다.

형식적인 변기 칸막이에 쇠창살까지…“인권침해 여전”

지난해 11월에 없던 화장실에 칸막이가 설치됐으나 형식적인 수준이었다. 사진은 여성생활인들의 방 모습이며, 맨 안쪽이 화장실이다. <에이블뉴스>

전원 조치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문제이외에 성실정양원 내에서는 생활인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아직도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공대위와 장향숙 의원실의 조사결과 드러났다.

먼저 정신보건법에 따라 정신보건시설내 창문의 쇠창살이 허용되지 않지만 시설내 모든 창문에는 쇠창살이 그대로 있었다. 생활자들의 취침 시 시설 직원들이 외부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것도 시정되지 않고 있었다. 앞마당으로 가는 통로에 있는 철제 대문도 철거되지 않고 있었다.

생활자들이 외부로 전화통화를 하는 것도 여전히 시설 직원들의 입회 하에 이뤄지고 있었으며, 편지 검열도 시정되지 않고 있었다. 아무런 칸막이 없이 생활인들의 방에 있던 변기에는 칸막이가 설치됐으나 그 높이가 매우 낮아 사생활 침해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낮에 모든 방문을 열어놓아야 하기 때문에 생활인들의 용변보는 모습이 복도까지 그대로 노출되는 문제점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또한 생활인들은 찬양예배를 포함해 하루 3회의 강제적인 예배 참석을 강요받고 있었으며, 직원들의 눈에 날 경우 가부좌를 틀고 반성을 하는 장소인 베델방, 빌립방 등도 여전히 운영되고 있었다.

공대위와 장향숙 의원실 관계자들이 면접 조사를 벌이자 대부분의 생활인들은 “제발 밖으로 내보내 달라”, “언제 나갈 수 있는 것이냐”며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일부 생활자들은 “밖에 나가도 갈 곳이 없다”며 시설 내에서 계속해서 생활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편 시설 관계자들은 이날 방문객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시설 직원들은 처음에 문을 열지 않으려고 하는 바람에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으며, 공대위와 장향숙 의원실 관계자들의 행동을 모두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이후 공무원들이 설득하고, 관계자들이 방문조사 취지를 잘 설명하자 나중에는 순순히 조사에 임했다.

장향숙 의원은 “관계기관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인권침해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문제점을 확인했다”며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를 강하게 질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장향숙 의원실은 모범 시설도 방문해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는 시설의 운영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공대위와 장향숙 의원실 관계자들이 현장 조사를 마치고 떠나려고 하자 철조망 너머로 시설 생활인들이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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