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2011년 장애인앵커 모집을 통해 국내 방송 역사상 최초로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1급 시각장애인 이창훈씨를 채용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현재 KBS가 모집한 제2기 장애인앵커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창훈 앵커는 2011년 채용 당시부터 계약직으로 방송국에 들어갔다. 하지만 경영난과 같은 특별하고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창훈씨의 계약 만료로 인한 퇴직은 객관적으로 부당하다고 본다.

물론 KBS측에서도 사상 유래 없이 중증시각장애인을 최초의 뉴스 고정코너 앵커로 기용한다는 것에 대해 기대 못지않은 우려가 컸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1년 이상 방송을 하면서 이러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고 자타가 공인하는 유능한 앵커로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장애인 앵커로써 국민에게 뉴스소식만 전달한 것이 아니라 큰 감동까지 전달하였던 것이다.

KBS측은 더 많은 장애인에게 기회를 주기 위하여 2기 앵커를 모집했다고 해명을 하고 있다. 물론 사회적 책임이 누구보다 큰 앵커라는 자리가 이창훈씨 혼자만이 독차지해야 하는 몫은 아닐 것이다.

그의 방송을 지켜보면서 많은 장애인들이 방송인의 꿈을 꾸었을 것이며, 그들에게도 기회는 공평하게 돌아가야 하는 것은 물론 당연하다. 하지만 장애인앵커를 꼭 1명만 기용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국내 최고의 공영방송을 자처하는 KBS에서 진행되는 방송프로그램은 TV는 물론 라디오까지 포함하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얼마든지 더 많은 장애인이 기용되어 다양한 영역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미 1년 반 동안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KBS 스스로도 인정하는 상황에서 이창훈씨의 후임자가 아닌 후배로써 2기 앵커가 채용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단지, 그가 갖고 있는 장애인이라는 상징성과 무조건적 동정심에 의해 그의 방송지속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 이전에 이창훈이라는 한 개인이 앵커로써 가지고 있는 역량을 모두 발휘하는데 1년이라는 기간은 너무나 짧고 아쉬움이 크기에 그의 방송지속을 호소하는 것이다.

이미 채용된 후임 장애인앵커는 불가피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전해준 이창훈씨의 방송 잔류를 시각장애인계의 지성인을 대표하는한국시각장애인아카데미 회원일동은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한국방송공사의 이미지 홍보용으로 장애인을 이용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더 나아가 사회적 소수자를 위하는 공영방송 KBS의 진정성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이번 일을 계기로 올바른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2013년 3월 21일

한국시각장애인아카데미

회장 정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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