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이 제정 된지 스물다섯해가 된다. 25년이면 강산이 2번 반이나 바뀐 기간이다. 그 사이 장애인의 날을 제정 했던 쿠데타 세력이 몰락하고 민주화가 됐다.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해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기약하고 있다.

그동안 장애인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나? 국민은 독재와 억압에서 해방됐는데, 장애인은 소외와 차별에서 해방됐는가?

[리플달기]장애인의 날,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

장애인복지법, 편의증진법, 고용촉진법 등 장애인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법들이 다수 만들어졌고, 많은 복지관들이 세워졌다. 보건복지부에 장애인복지 전담국도 생겼다. 장애인이 국회의원이 되고, 장애인을 위한 라디오 채널이 생기고, 장애인을 위한 방송프로그램도 있다. 몇몇 장애인용품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이나 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장애인의 삶의 조건들도 지난 25년간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장애인은 여전히 가장 가난한 집단이고, 소외되고 차별받고 있다.

그동안 사회 어느 세력 못지않게 열심히 싸워왔지만 우리의 성과를 현실에서 보면 여전히 빛바래고 만족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사회만의 현상은 아니다. 각 국가의 경제력, 문화 등에 의해 다소간의 차이가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전지구적이다. 어느 사회나 장애인은 가장 가난한 집단이다. 장애인천국이라 일컫는 미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는 사회 발전의 기본 계획안에 장애인을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나 장애인을 위한 조치들은 후속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장애인의 삶의 조건이 주류사회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서 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비록 성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회발전의 기본 계획안에 장애인을 위한 내용들이 포함되도록 싸워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충청권에 세워질 행정도시, 판교 신도시 등 도시를 건설할 때 장애인들이 건설의 주체로서 참여해야 한다. 도시 환경, 교통, 교육 등 모든 부분에 장애인을 위한 내용들이 적극적으로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계획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건설 현장에 가서 무엇이 잘못됐으니 고쳐라 하는 식으로는 지난 25년의 전철을 되밟게 된다. 결국 우리는 또 한 발 뒤처지는 것이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지난 25년의 가장 큰 성과중의 하나는 장애인의 세력화라 할 수 있다. 강고한 조직들이 만들어지고, 훈련된 인력들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사회 어떤 세력 못잖게 열정적인 투쟁력을 키워왔다. 이러한 세력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최대의 살림 밑천이다. 이제 우리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리고 투쟁의 초점을 우리 사회의 핵심에 맞춰야 한다.

그리해 앞으로 25년 후에 우리는 주류와 더 가까워지는 잔칫상을 우리 스스로 차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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