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5일에 치러진 17대 총선은 장애인계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일부 정당에서 장애인비례대표를 당선권안에 배치하여 장애인의 국회 진출이 이루어졌다. 이전에도 장애인비례대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벤트성이 강했으며, 장애인을 직능 혹은 사회적 세력으로서 인정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현실화시킨 것은 아니었다.

비록 모든 정당이 이를 실시한 것이 아니고, 실시한 정당도 1명씩에 불과하지만 이는 장애인이 장애인을 대표하여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는 당위를 획득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장애인의 정치세력화를 이루어나가는 출발로서의 의미가 있다.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논리적 정당성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는 우리가 익히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은 힘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필요한 힘은 세력화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장애인의 세력화는 다양한 방향에서 구축된다. 우선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 장애인의 정치세력화는 장애인의 세력화의 중요한 축이다. 입법과정에서 장애인당사자의 주도적인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장애인을 위해 장애인의 참여 없이 주는 자의 입맛에만 맞는 법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세력화는 국회에만 맞추어져서는 안된다. 지방의회, 기초의회에도 장애인의 대표를 당당히 요구하고 진입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행정부로의 진입이 되어야 한다.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행정부, 특히 국가와 지자체 모두에 있어 장애인복지 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책임 있는 직위에는 장애인을 임명해야 한다. 나아가 보건복지부 장관자리의 경우 장애인에게 기회를 주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 곳곳에 수퍼장애인이 아닌 보통장애인의 진출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곳에 장애인 할당제를 만들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교사, 대중매체 관련직 등 공공 서비스 기관이 있다.

장애인의 세력화를 위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장애인을 대변할 수 있는 조직화가 되어야 한다. 모든 장애인을 아우르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 의사결정이 될 수 있는 순수한 장애인조직은 그 자체로서 거대한 힘이다. 장애인 당사자 조직의 발생과 성장과정, 장애인 척박한 생존조건 등으로 아직 우리는 진정한 힘이 되는 조직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장애인조직과 장애인관련조직의 구분 의미를 약하게 만들고 장애인대중으로부터 추동되는 힘을 결집시키지 못하게 한다.

장애인이 사회 곳곳에 정당한 몫으로 진출하고, 장애인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조직이 있다면, 분명 우리는 우리의 몫을 당당히 요구하고 관철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장애인의 세력화다.

이제 우리 장애인의 세력화라는 큰 그림을 그리자.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에 이를 수 있다. 우리가 가지고자 하는 것을 다음 세대에라도 물려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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