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문제의 발언이 방송된 화면 캡쳐. ⓒKBS

지난 9일 밤 방송된 KBS 2TV '미녀들의 수다'(미수다)에 출연한 홍익대 이도경씨의 '루저' 발언을 두고 파장이 크다. "외모가 중요한 요즘 같은 시기에 키는 경쟁력이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 패배자)라고 생각한다"라는 발언이 논란의 핵심인데,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공분은 이른바 '루저의 난'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반응을 살피고자 미수다 게시판(www.kbs.co.kr)을 찾아가보니 그야말로 루저 발언을 질타하는 게시물이 엄청나게 많이 올라오고 있었다. 예상했던대로 '장애'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니 100여건의 게시물이 검색됐다. 이중에는 중복 게시물도 있었고 제작진만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해놓아서 세부 내용을 살피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이번 사건은 장애인 문제와 큰 관련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애인 중에는 키가 작은 이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골형성부전증, 터너증후군, 성장호르몬결핍, 구루병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저신장장애인들이 대표적이다.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들도 앉아서 생활해야하니 키가 작다고 볼 수 있다. 미수다의 논리에 따르면 이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루저인 듯 하다.

우리 사회는 차이가 차별이 되는 후진적인 사회이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앞장서야할 '국민의 방송'(?)이 앞장서서 차이가 차별이 되도록 조장하고 있으니 어찌 차별이 사라지겠는가. KBS의 이번 방송은 엄연한 범법행위이기도 하다. 장애인차별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 5항을 위반한 것이다.

"누구든지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수치심을 자극하는 언어표현, 희롱, 장애 상태를 이용한 추행 및 강간 등을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 5항)

'장애'라고 직접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키가 작은 장애인들이 수치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발언의 당사자가 미니홈피에 밝힌 바에 따르면 이러한 차별적이고 비하적인 발언은 미수다 제작진이 써준 것이라고 하니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실정이니 미수다 폐지가 운운되는 것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이번 논란은 저신장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일상적 차별을 없애는 계기로 삼는 것이 옳다. 우리 사회 환경은 키 작은 이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바닥까지 내려오지 않는 남자화장실 소변기, 서서 업무를 처리해야만 하는 접수대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설계단계부터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개념을 적용하면 이러한 일상적 차별은 충분히 줄일 수 있다.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서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키 작은 남자가 장애인과 동일시 됐다'면서 흥분했다. "키 작은게 장애인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못생긴 여자가 장애인이다" 등의 발언들도 분명히 장애인을 비하하고 차별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이번 논란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을 높이고 차별을 없애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KBS 2TV '미녀들의 수다' 게시판을 장애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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