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하고서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석윤

며칠 힘들어 하는 녀석의 생활은 말짱 꽝이다. 교실에 우겨 넣으면 고개 푹 숙이고서 바로 책상에 머리 박고서 선생님이나 아이들이 무얼 하든 관심이 없다. 아침에 경기가 심해지고 많아지면서 하루의 시작이 버겁기만 한 모양이다

정신 차리지 못하는 녀석을 어르고 달래 가며 학교에 가면 운동장에는 벌써 수업을 하는 아이들이 북적이고, 교실 복도는 조용하기만 하다. 늦게 들어가면서 우리는 꼭 앞문으로 출입을 한다. 수업 중인 선생님은 그것이 못마땅할지 모르지만 지각은 해도 결석은 없다는 우직함과 당당함으로 앞문을 '드르륵'열고 들어간다.

아이들의 인사 소리가 먹구름을 걷어 내는 효과를 준다. 정신없는 녀석도 인사 소리에 고개를 들어 자신이 교실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심란한 마음으로 무겁게 디딘 걸음은 한순간에 다 사라지고 어느새 얼굴에 웃음이 돈다.

쪼르르 달려와 늘 반갑게 맞이해 주는 여자아이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가와서 손을 잡아 주고, 얼굴도 만져 주고, 웃는 얼굴을 보려고 장난도 걸어가며 친하게 대해 준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한빛이 얼굴에 바짝 들이대고는 말도 걸어 보는데, 거기에 한빛이가 반응을 보이면 동작이 더 커지면서 다른 아이들을 불러 모아 함께 해보기도 한다.

이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을 실컷 뛰며 더 밝게 생활을 할 수 있을텐데…. 그런 날이 오리라 믿으며 기다린다. 무언가를,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는 일이니 말이다.

학교에서

학교에 들어서니

운동장이 시끌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함성소리

흙먼지 날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한참이나 보다

실없는 웃음 지으며

돌아서니

하늘이 곱다.

부러움인지,

심란함인지

알 수 없는 웃음으로

아이 손잡고

학교를 나선다.

1963년 서울 생. 지적장애와 간질의 복합장애 1급의 아이 부모. 11살이면서 2살의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과 토닥거리며 살고 있고, 현재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무지로 연결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애라는 것이 일반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은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즈음에 환상이란 것을 알게 돼 지금은 배우며 지내는 중입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