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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제동 건다는 한장협 유엔제출 의견서

열악한 장애인식, 가족지원 등 탈시설 제동 논리로 악용

장애인당사자, 장애계 지혜 모아 탈시설-자립권리 쟁취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7-28 09:27:41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가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유엔제출 의견서 중 일부.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가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유엔제출 의견서 중 일부.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얼마 전 유엔의 비상사태를 포함한 탈시설화에 관한 가이드라인 초안에 관해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이하 한장협)가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내용인즉슨 다음과 같다.

탈시설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한국에선 일방적으로 탈시설이 진행되고 있기에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에게 책임이 전가되어, 당사자에겐 인권침해와 사회적 고립이 초래될 것이며, 탈시설에 대한 찬반양론 등의 이분법 논쟁에 휘말릴 거란 것이다.

더군다나 ‘시설화(시설)’을 당사자의 선택으로 인정하지 않는 건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라며, 지역사회 거주를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와 지역사회의 인식증진이 바탕이 되는 식으로 탈시설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코로나 감염기간 동안 장애인시설 직원들은 시설장애인들의 감염 시 아낌없이 지원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따라서 당사국의 재정 및 사회서비스 수준 등 전반적 상황, 조건에 따라 탈시설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라며,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유엔이 철회하라고 한장협은 주장했다.

얼핏 보면 그럴듯하다. 그런데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시설, 부모보다 당사자의 의견을 더욱 중시하는 가치를 지닌 협약이다, 그러니 당사자의 의견이 우선이다.

그 점에서 보면 사실 ‘시설’이란 곳 자체가 장애인 당사자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 구조라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은 애당초 뺏기는 구조다. 따라서, 당사자에게 시설을 선택으로 인정하란 건 말이 안 되며, 유엔에서도 시설은 아예 선택권과 관련해 배제했다. 그런데도 한장협은 시설을 선택권으로 주장한다. 부모들의 죽음까지 언급하면서 말이다.

이와 관련해 가족지원서비스를 잠깐 보면, 장애아가족양육지원서비스, 발달장애인 가족 휴식지원사업, 상담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장애아가족양육지원서비스는 과거보다 대상자가 조금 늘었지만, 대상자의 조건은 구 장애등급과 장애인 가정의 소득이다. 발달장애인 가족 휴식지원사업은 예산에 따라 지원한다고 발달장애인법에 명시되어 있다.

상담도 장애아동이나 장애인의 부모에게만 제공되지,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해 장애아동,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와 필요, 삶의 질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등의 인권적 모델로 된 것이 아닌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제도다. 한 마디로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는 무시된다.

전국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이하 부모회)가 작년 8월 10일 세종시에 위치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4시간동안 ‘시설퇴소는 사형선고다. 탈시설 정책 철회하라’, ‘보건복지부는 탈시설 자립지원 로드맵 철회하라’ 등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 ⓒ전국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 에이블포토로 보기 전국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이하 부모회)가 작년 8월 10일 세종시에 위치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4시간동안 ‘시설퇴소는 사형선고다. 탈시설 정책 철회하라’, ‘보건복지부는 탈시설 자립지원 로드맵 철회하라’ 등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 ⓒ전국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
여기에 예산까지 충분치 않아 장애인가족양육서비스도 지원시간이 쥐꼬리만한 한 것은 과거와 별반 다를 바 없다. 발달장애인 가족 휴식 지원사업도 이 사업에 참여한 장애인과 그 가족의 수는 극히 적은 수준인 것이 장애통계연보에 아주 잘 나와 있다. 그러니 부모들은 그런 제도하에서 죽어나는 거다.

이런 가족지원제도의 현실이기에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지적, 자폐성 장애인들이 생기고 있다. 그런데 활동지원서비스도 인정조사표에서 종합조사표로 바꿨지만, 장애인의 욕구와 필요, 삶의 질을 반영하는 인권적 모델에 기반하기보단, 여전히 예산에 맞추며,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제도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전체 급여 하락 예상인원 7,662명 가운데, 지적, 자폐성 장애인의 급여가 하락되는 인원은 3,865명으로 전체의 50.4%고, 등급 외로 탈락하는 인원도 292명 되는 기이한 현실을 맞이하고 있는 거다. 이런 현실 때문에 정부에서 이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산정특례 3년을 연장했지만, 인권적 모델로 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3년 후엔 활동지원을 못 받거나, 급여량이 줄어들을 수 있다.

만약 가족지원제도, 활동지원제도 등을 인권적 모델로 된 제도로 설계하면 어떨까?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 필요, 삶은 존중되고, 이를 통해 국가가 장애인 가정의 삶을 지원하고 가족도 장애인과 함께 살 동력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욕구 등을 통해 예산이 충분히 마련된다면, 가정이 장애인을 시설로 버리려는 동기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인권적 모델에 기반한 제도로 바꾸려는 정부의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예산 찔끔 확대해 대상자 약간 확대하는 식으로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의 삶을 통제하려는 게 보인다. 그러니 가족은 죽어나고, 장애인을 시설로 보내려는 유인까지 생기는 거다, 정부가 이런 움직임을 할수록 시설 입장에선 유리하다.

또한, 경제적 주권은 시설 이용자가 아닌 시설이 갖고 있다. 시설로 보낼 사람이 많아지면, 시설의 사람 수가 많을수록 정부로부터 지원금이 많이 가니, 그만큼 시설엔 유리하다. 여기에 성인 지적, 자폐성 장애인에게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한 서비스가 부재하기까지 하다.

결국, 정부가 잘못한 상황을 한장협은 시설에서 살 선택권을 장애인에게 줘야 한다는 주장과 논리로 악용하며 양육 부담으로 지친 부모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 탈시설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런 식으로 부모들을 꼬드겨 실은 탈시설에 제동을 걸며 시설을 유지하겠다는 거다.

한장협이 소개하는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지킴이단 홍보영상 중 일부.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Youtube 캡처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장협이 소개하는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지킴이단 홍보영상 중 일부.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Youtube 캡처
이런 한장협은 인권침해가 일어나면 시설 안에서 이를 보고하는 인권지킴이단의 운영 주체이기도 하다. 원래 인권지킴이단은 시설 이용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나, 인권침해 드러나면 시설 입장에선 평가에 당연히 좋을 리 없다. 그러니 인권침해 드러나면 인권침해에 대해 묵인하도록 당사자를 종용하기에 딱 좋은 구조다.

실제로 인권위 조사에서도 1개 시설의 경우엔 동일 재단 내 시설 직원 2명이 인권지킴이단원으로 위촉되거나, 인근 사회복지시설장이 단원으로 위촉되는 등 인권지킴이단의 독립적 구성, 운영에 많은 한계가 드러났다. 결국, 인권침해 방지에 한계가 있는 거다. 이러니 시설에서 폭력 등의 인권침해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 인권위에서 인권지킴이단원을 위촉할 시 장애인복지법에 나와 있는 것처럼, 시설장이 위촉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나 지역장애인권리위원회의 위촉을 받으라고 직접 권고까지 내린 게 아니겠는가? 그런데 권고는 법적 효력이 없고, 한장협 측에선 이런 권고 실행하면 자신의 입지를 뺏기는 거니, 권고쯤은 무시할 공산이 크다.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장애에 대한 패러다임이 여전히 의료적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는 사회이기에 천박할 수밖에 없고 이를 사회가 이끈 점은 수도 없이 얘기했으니 더 이상 언급 않겠다. 한장협은 이런 상황을 시설 유지를 위한 논리 전개로 악용하고 있다.

최근에 마련된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에선 시설 신규설치를 금지한다고 했으니 시설은 불법이며, 위와 같은 상황에선 결국 장애인들은 미인가시설로 갈 공산이 크다. 결국, 미인가시설 양성화만 부추길 우려가 있는 거다. 장애인 개인에 따라 지역사회와의 교류기간을 달리 두는 등의 조치 취하면, 탈시설의 실마리를 어느 정도 마련할 수 있을 거다.

결국, 지역사회의 가족지원제도 등이 인권적 모델에 기반하지 않은 점,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인권지킴이단이 시설과 독립적이지 않은 것 등은 탈시설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것들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제대로 시정하려 한다면, 한장협탈시설에 제동을 걸려는 시도는 더 이상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거다.

하지만 인권의식이 부재한 지금의 정부와 지자체에선 그런 걸 기대하는 게 어렵다. 한장협을 위시해 시설 입장을 대변하는 세력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탈시설에 제동을 걸려는 시도를 더욱 세게 할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 당사자들과 장애계가 힘을 모아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권리를 쟁취하도록 지금 더욱 지혜를 모으며 실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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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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