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심사 적합판정 이후 통지서에는 장애인연금법상 중증장애인이라고 적혀있다. ⓒ최충일

장애인연금은 사회보장제도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를 증명하기 위한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소득 자격과 장애심사 이 둘을 충족하지 않으면 장애인 연금 대상이 될 수 없다.

지난 2020년 11월 30일, 성남시 내 행정복지센터에 장애인 연금 신청을 위해 소득 자격 심사 서류를 제출하고 2021년 3월 9일 장애 심사 결과 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 뒤로 한달 간 소식이 없어 분당구청 사회복지과에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행정 착오로 장애인 연금 대상자가 아닙니다.”

당연한 듯이 말하는 공무원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통지서만 3번, 적합 판정이라 해놓고 기다렸다 결과가 늦어져 전화했더니 대상자가 아니란다.

“행정 착오가 무엇인가요?”

“국민연금공단 심사 번호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습니다.”

“전화상으로 설명하지 마시고. 어디가 어떻게 착오가 된 것인지 절차상 행정착오라고 인정한 부분을 서류로 보내주세요.”

불쾌했다. 장애인 연금을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회보장제도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반응에서 불쾌했다. 나는 그것이 무성의한 태도도 문제지만 행정착오가 무엇인지 제대로된 설명을 듣지도 이해하지도 못했다.

“저는 장애가 심해지거나 장애가 추가돼서 장애 심사를 받은 것이 아닙니다. 엄연히 장애인연금을 목적으로 신청서를 작성한 것인데 이제 와서 적합하지 않다고 하며 척추장애 진단 만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니. 애초에 이럴 것이면 제가 뭣하러 장애 심사를 받았겠습니까?”

-“저희는 접수가 되었기 때문에 그것까지 설명할 책임은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저는 그 행정 착오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왜 그것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 주지 않는 것입니까? 설령 제가 장애인연금 대상자가 아니라 해도 적합자라 해놓고 행정착오라 한 것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공무원들의 역할 아닙니까?”

내가 원하는 답은 “장애인 연금 대상자로 인정하겠다”가 아니라 인정되지 못한 시스템과 처리 과정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이제와 연금 달라는 것 또한 올바른 자세가 아님을 안다.

장애인연금 대상자로 지급 결정되었다는 두번째 통지서. ⓒ최충일

1989년 하지 기능 진단에 따른 지체 2급 장애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인정한 장애등급이 아니기 때문에 척추 진단을 받았다. 이미 나의 하체는 움직임이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았고 나의 장애는 ‘골형성부전증’ 이라는 희귀질환에 따른 장애였기 때문에 지금의 하지기능은 중증장애로 통용되지 않았다.

나의 장애는 척추 진단 판정이 아니면 장애인 연금법 상 중증장애인이 될 수 없었다. 애초에 나에게 척추장애 진단이 중증장애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었다면 나는 장애인 연금을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치사하게, 또는 떼쓰는 아이처럼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장애인연금법 상의 심사가 그렇다면 이제와 적합하지 않다고, 그것도 전화상으로 설명하는 성남시 공무원의 부적절한 태도가 화가 나는 것이다.

나에게 장애인연금이란 사회보장제도로서 최소한이다. 국가가 정한 최소한을 정하는 공무원들이 행정착오라고 인정하면서도 서류상으로는, 공식적으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저 신청 서류에 적힌 830320-1XXXXXX 최충일이 적합하지 않은데 실수로 인정된 중증 장애인이었다가 지금은 아닌 장애인으로 되버린 것이다.

이 의미는 나에게 꽤나 중요하다. 왜냐하면 국가가 나에게 사회보장제도를 인정하고 안하고가 꽤나 하찮은 실수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마저도 인정하지 않고 나를 처음 본 것처럼 ‘인정 안함’ 이라고 표현한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연금 미지급 통지서, 행정착오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최충일

나는 사회적 약자다. 약자가 왜 사회적 약자인지 증명하는 것이 누군가의 오류로, 그리고 그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회보장제도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라면 나는 누구에게 하소연 하리.

잘못을 덮으려는 그들을 위해 그간 제출했던 신청서들과 통지서, 문자내역 등을 날짜별로 정리했다. 피곤하고 무기력하다. “수급자격 심의 결과 수급자격 미인정” 난 이 말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왜 “미인정” 인지, 당신들이 말한 행정착오가 무엇인지 공식적인 답변을 듣고 싶을 뿐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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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일 칼럼니스트 중고등학교를 특수학교에서 졸업, 대학생활 힙합에 빠졌고 지금도 사랑한다. 직장이 있고 결혼하여 아빠가 되었다.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중이다. 장애인이 아닌 아빠, 남편, 래퍼, 사회복지사로서 삶의 다양성과 일상을 타이핑할 것이다. 그것은 삶의 행복을 탐구하기 위한 나만의 재료들이다. 지난 2009년 방영된 SBS '스타킹'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내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한 랩을 구사하는 '아웃사이더'와 함께 프리스타일 랩 실력을 발휘한 바 있다. 현재는 우리사회 장애인의 희로애락을 담은 본격 유튜브 토크쇼 '수다장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권활동가로서 장애인식개선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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