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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 품은 미술전’이 전해주는 그림예술이야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3-30 14:52:19
인사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의 거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1970년대 화랑, 표구점 등 미술에 관련된 상점들이 집중되면서 지금의 문화거리로 발전되었다는 인사동(仁寺洞)이 ‘전통문화의 거리’로 지정된 것은 1988년, 그리고 2002년에 제1호 문화지구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인사동 곳곳의 고미술점과 화랑은 대략 100여 곳에 이른다고 하는데, 예술 경영 지원 센터의 미술시장 실태 조사에 의하면 상업 화랑의 매출이 30.1% 급감 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불황의 늪이라는 표현이 실감됩니다.

화랑은 미술시장의 최전선에 존재합니다. 미술가들에게 전시 공간을 제공하며 다양한 창작의 결과물을 소개하여 작품 판매에 무한 책임을 지는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술품 판매가 목적인 사업인 만큼 관람객들에게 관람료를 받지 않습니다. 이 점이 그림 판매는 금지하고 관람료로 운영되는 미술관과 다른 점입니다.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와 경기 부진으로 화랑업계가 위기에 빠졌고 따라서 미술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사업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미술품 양도소득세 부과와 미술품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으로 미술품 수요자인 기업과 컬렉터의 상당수가 수집을 포기하는 난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현실적 악재에 따른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화랑들은 자체 기획전보다 국내외 아트페어(그림장터) 참가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아트페어의 매출이 지금의 어려움에 도움이 되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만, 아트페어 상황 역시 녹록치 않습니다.

한옥에 품은 미술전.  ⓒ 리수갤러리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옥에 품은 미술전. ⓒ 리수갤러리
이렇게 부지런히 매출을 회복할 해결책을 찾느라 고심 하고 있는 인사동 화랑가에서 눈길 가는 기획전시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정갈하고 단아한 한옥 갤러리로 알려진 리수갤러리(관장 이지연)의 <한옥에 품은 미술전>은 3월 31일 ~ 4월 6일 기간 전시되는데 발달장애가 있는 작가들과 비장애작가들이 어우러져 서로의 작품세계를 교류하며 공감하는, 예술인으로서의 ‘함께’ 라는 전시 컨셉이 의미 깊습니다.

이지연 관장은 우연한 기회에 4월 2일이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이라는 이야기를 접하고 발달장애가 있는 작가들을 조명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자폐청년 이규재 작가의 그림을 보고 연락을 하면서 이다래 작가, 김기정 작가, 정도운 작가와 인연이 되어 이번 <한옥에 품은 전시>를 기획했다고 전합니다.

그리고 매년 4월 2일이 UN이 만장일치로 정한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이라는 것을 우리 사회에 널리 알리고 싶은 취지로 기획, 전시 작가를 발달장애 작가들로만 구성하지 않고 활발히 활동 중인 비장애작가들도 함께 하는, 예술 그 자체로 ‘모두’를 부각한 점이 새롭습니다.

전시명 ‘한옥에 품은 미술전’에서 보듯이 장애가 있는 작가의 전시라는 논쟁적 뉘앙스가 없습니다. 흔히들 장애인이라는 단어에는 ‘극복’ ‘한계를 넘다’ ‘장애를 앓다’ ‘희망으로’ ‘특별한’ 등의 단어가 사용되지요.

왜! 장애인은 무엇을 하던 그 눔의 ‘극복’을 해야 하는지,
왜! 매번 ‘희망’을 쫓아야하는지,
왜! 무엇이 그리 ‘특별’하다는 것인지....

장애가 있는 작가도 그림이 좋아서 그립니다. 잘 그리는 특기니까 그린다구요!
아! 흥분했네요. 가라앉히고......

언젠가 쓰루미 순스케의 저서 <한계예술론>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는 아카데미즘 틀에 가두지 않는 예술을 주장하며 “전문 교육을 받은 전문예술가의 길을 걷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참가하는 모든 예술 장르는 한계예술(limited art)에 속한다”

그가 말하는 한계예술은 순수예술이나 대중예술보다 훨씬 넓은 범주이고 예술과 삶의 경계에 존재하는 ‘주변적 예술’로 라이프 스타일과 아트 스타일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발달장애가 있는 작가들이 이 한계예술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작가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방식대로 주변을 관찰하고, 소리를 경청하고, 다른 감각의 해석으로 새로운 예술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지요.

불후의 명곡들을 남긴 비틀즈도 리듬앤블루스를 관찰하고, 경청하다가 새로운 음악 언어로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창작하며 생활 속으로 흡수되는 발달장애 미술가들의 한계예술을 다시 한번 고찰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인사동 화랑가는 여전히 작가의 프로필과 이력을 경계 짓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리수갤러리 이지연 관장의 한계미술 사상을 보며 원시적, 원초적 에너지가 넘쳐 나는 예술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인사동 화랑가는 마련하기 바랍니다.

지금까지는 누가(작가), 무엇을, 어떻게 ‘표현했는가’에 집중된 작품 감상 문화였다면, 이제부터는 누가(관객), 어떻게 ‘작품을 바라보는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자신있게 제 의견을 개진합니다.

◼<한옥에 품은 미술전>
- 2021. 3. 31 ~ 4. 6
- 인사동 리수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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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은정 (boktt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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