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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의 개성 + with 자폐성장애’

음악가로 키웠는데 화가가 되어있습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4-06 15:11:24
여러 학교의 부모간담회에 함께하는 자리가 있어서 가면 자주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자폐성장애가 있는 아들을 화가로 키운 비결을 궁금해 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항상 늘어놓는 레퍼토리가 있습니다.

‘키!운!다!’로 결정되는 것이라면 난 실패한 엄마입니다.
왜냐하면, 난 아들 이규재를 화가로 ‘키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규재가 자폐성장애를 진단받고 제일 먼저 고민했던 것은, 이담에 규재가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을 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스스로 무료하지 않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까?

같이 놀아줄 사람이 없을 때나 상황이 주어지지 않아도, 혼자 잘 놀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차하면 사회 속으로도 참여할 수 있고, 저차하면 혼자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을만한 취미나 특기가 될 수 있는 항목을 열 개정도 메모하여, 규재 성격을 나름 분석하며 줄잇기를 해 보니 ‘음악’, ‘악기’ 에 줄이 연결되었습니다.

나름 정교한 분석력을 뿌듯해하며 ‘바로 이거야! 악기를 가르쳐야겠어!’ 그 때 마음은 이미 벌써 규잰 음악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를 입학하자마자 피아노를 들여와 선생님을 소개받아 가르치며 키웠습니다. 그리고 초등3학년이 되면서 피아노와 함께 클라리넷을 척! 하나 더 추가해서 가르치며 키웠습니다.

우리 자폐성장애인들은 내쉬는 호흡이 약하고 짧으니 재활 치료도 될 겸 관악기가 좋겠다며 무슨 위대한 결정이라도 되는 듯 자신만만하게 키웠습니다. 그 비싸다는 부페 클라리넷을 사서 메고, 여기저기 규재를 끌고 다니면서 잘 키웠습니다.

규재가 입술 주변 근육이 아프네, 두통이 생기네, 갈비뼈가 아프네, 호소해도 ‘원래 성공한 연주자가 되는 길은 다 그런 거지... 암, 암, 그렇고말고’

그렇습니다! 난 아들 이규재를 음악가, 연주자로 키웠습니다.
그런데 ‘키운’것은 음악가인데, 화가가 되어있으니 난 실패한 엄마임에 분명합니다.

왜? 실패했을까요?
지금도 수납장 깊이 정리되어 세워져 있는 악기를 보며 가끔 생각해 봅니다.
규재가 악기를 배우는 동안 연주하기를 좋아했었나? 즐거워했었나?
왜? 생각지도 못했던 그림으로 방향이 바뀌었을까? 미술로 키!우!진 않았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당시 규잰 악기를 그다지 즐기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악기 선생님과 수업을 할 때와 숙제로 내 준 연습 횟수를 채울 때를 제외하면 악기를 거의 만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규재는 음악이나 악기에 그다지 관심도 없었고 흥미를 보인 적도 없는데, 자폐아들을 잘 ‘키운’ 똘똘한 어미가 되고 싶은 허영에 규재를 ‘규재’로 생각하지 않고 ‘자폐’로만 해석한 대단히 미련한 어미였던 것입니다.

규재는 스스로 좋아하며 즐길 수 있는 것을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선택도 할 줄 모르니 이 똘똘한 엄마가 결정해서 규재 앞에 던져주면 될 것이라는 대단히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규재는 악기수업이나 연주 연습 숙제를 마치고나면 항상 자기 방 책상에 앉아 종이접기를 해서 나열해 놓고 놀거나, 책에 있는 그림을 보고 똑같이 따라 그리기에 집중했던 모습들이 생각이 납니다.

그 땐 공룡을 접어 줄 세워 놓거나 수북하게 버려져 있는 낙서 종이들을 보며 ‘자폐’라서 고유한 특징적 행동이 반복된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규재의 공룡 종이접기. ⓒ김은정 에이블포토로 보기 규재의 공룡 종이접기. ⓒ김은정
그런데 그것들은 자폐적 특성이 아니라 규재가 스스로 즐거움과 편안함에서 찾은 취미이고, 미래에 특기가 될 수 있는 소스(source)였던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에 와서 규재의 성장 리듬을 생각, 정리해 보면 엄마인 나는 규재의 모든 행동이나 변화를 해석할 때 ‘자폐’에 맞춘 관찰과 판단으로 ‘자폐는 이렇다는데... 자폐라서 저러나봐...’ 이것이 생각의 출발이자 종점이었습니다.

그런데 규재가 커가면서 깨달은 것은 유전자의 힘, 인간의 미토콘드리아의 위대함입니다. 규재는 ‘자폐’이기 이전에 우리 부부가 합쳐진 또 하나의 생명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화내는 포인트도 예민한 부분도 좋아하는 음식도 싫어하는 상황에서도 엄마나 아빠의 모습이 보였고, 나름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에서도 엄마 아빠의 성향이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혹자는 섭생을 같이 하는 가족이니 닮아지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분명 생리학적 내림이 있는 것은 확실한 듯합니다. 이 불변의 진리를 엄마는 ‘자폐’에 눈이 멀어 내 자식의 모든 것을 자폐적 해석으로 규재를 조립해 온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정에서 우리 자폐성장애가 있는 자녀를 이해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엄마 아빠의 성향을 비추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종이접기나 따라 그리기는 당사자인 규재가 스스로 찾아낸 취미였던 것을 진작 알아채고 미술이나 그림을 가르치며 ‘키웠더라면’ 먼 길 돌아오는 수고는 없었을 것이라고 반성중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모든 행동을 ‘자폐적 특성’으로만 판단 결정할 것이 아니라, 각 당사자 개성의 관점으로부터 생각을 출발하는 것이 우리 자폐성장애인의 이해와 인권을 존중하는 기본일 것입니다.

‘first of all 자페성장애가 아닌!’
‘당사자 개인의 특성 + with 자폐성장애’ 임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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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은정 (boktt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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