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애인거주시설은 여름 프로그램 진행하느라 몹시 분주하다.

산이나 강으로, 혹은 바다로 여름 사냥을 떠난다. 과거에 비해 모든 식구가 동시에 한 곳으로 캠프를 떠나기보다는 소그룹 단위로 선호하는 곳을 택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즐겁게 활동하는 모습이 더 많아졌다.

얼굴 표정도, 짊어진 배낭도 참 좋아 보인다. 바야흐로 "자립"이라는 패러다임과 여름이라는 계절의 절묘한 어우러짐이 아니던가!

지역주민과 함께 나선 여름사냥. ⓒ유석영

아직도 지역 사회는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해 많이 모른다. 그저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곳, 때 되면 도움을 주어야 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거주인들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라고 대부분을 굴절된 시각으로 보고 있다.

더군다나, "도가니 사태"의 여파가 마치 흉터처럼 남아 서로의 관계가 조금은 서먹서먹하다.

사계절 밤낮을 따로 구별하지 않고 열정을 다해 일하는 생활지원교사들, 거주인의 건강한 삶 안전한 환경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시설장들, 늘 모자람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행정· 기능직 인력들이 흘리는 땀과 눈물을 감성적 차원에서는 이해하려 하나, 구체적인 어려움과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까닭에 이해보다는 오해를 더 많이 한다.

시설과 지역 사회는 한몸이어야 하며, 상호 긍정적 작용을 통해 “행복”이라는 큰 성을 지켜야 할 의무를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런데 바자회·일일찻집·각 종 행사가 있을 때는 지역 사회에 시설이 등장하고, 자원봉사 활동 시간, 후원금 영수증, 생색나는 일이 필요할 때도 지역 사회에는 시설에 등장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전략적 제휴를 위해 형성된 동반자같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추진하는 사업이나 목적이 충돌하면 적대적 관계로 돌아서서 극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시설 측에서 건물을 새로 지을 때나 지역 사회가 집단 이익을 위해 유해한 사업을 독단적으로 펼칠 때 그 대립각은 매우 강하게 날이 선다.

정말 가까운 이웃이 다정한 몸짓으로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상생해야 하는데, 소통이 원만치 않아 민감한 사안으로 아픔과 상처를 왕왕 입게 된다.

이것은 쌍방과실이라 하기 보다는 시설 측에 책임이 더 있다고 본다. 아마추어적인 접근 방식이나 세련되지 못한 홍보 전력으로 지역 사회를 설득하는 데에는 많이 서툴지 않았나 생각된다.

장애인 특수교육기관 새얼학교, 장애인거주시설 가없이좋은곳ㆍ아름다운누리ㆍ큰나무,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일굼터ㆍ우리자리 등 여러 기관이 있으나, 대문은 따로 없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유석영

이제는 주민들이 편하게 마실 올 수 있도록 문을 더 열었으면 좋겠고,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좀 더 쉽고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필요할 때만 부르거나 찾아가지 말고 먼저 악수를 청하며, 지역 사회를 가슴에 품고 항상 쉼 없는 대화가 이어지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한마디 더 한다면, 지역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에 대해 집중된 정보력을 갖추어서 관심 표명과 참여하는 일에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

지역 사회는 콩나물시루와 같아서 물을 자주 줄수록 연하고 실하게 반응하며 고칼로리 영양소 즉, 값진 자원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 넘치도록 선물할 준비가 되어있다.

또한, 강력한 사랑의 무기들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어서 우정 지수가 높게 나타나면 모든 어려운 문제로부터의 공격을 확실하게 막아주는 병력과도 같은 역할을 해 준다.

그래서, 더욱 친해져야 하며, 서로 많이 알아야 하며, 끊임없이 주고 또 받아가며 열심히 수다를 떨어야 한다. 마치 연애하는 사이처럼 서로 보고 싶어하며 먼저 잘 보이려는 노력을 우리 시설 측에서 멋지게 해야 한다.

지역 사회가 함께 여름 사냥 가자고 손짓하도록, 장애 거주인들이 "우리의 이웃이다."라고 인정해 주도록, 재미있게 시설 마당으로 주민들이 놀러 오도록 문 열어 맞이할 준비를 자연스럽게 했으면 한다.

국가와 지자체는 정책과 제도로 사랑을 담아낼 수 없지만, 지역 사회는 큰 가슴과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쁨의 노래를 불러줄 것이며, 사랑의 전류를 넘치도록 공급해줄 것이다.

우리나라 장애인거주시설 모두가 잘 생기고 예쁜 지역 사회로부터 섹시한 프로포즈 받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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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영 칼럼니스트
사회적협동조합 구두만드는풍경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 향상, 선한 가치의 창출과 나눔을 이념으로 청각장애인들이 가진 고도의 집중력과 세밀한 손작업 능력을 바탕으로 질좋은 맞춤형 수제 구두를 생산하며, 장애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여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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