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면….’ 이것은 많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들의 소망이다. 특히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를 가진 부모들 중에 자식이 먼저 죽고 난 다음에 자신이 죽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

부산혜성학교 학교기업 꿈이룸관. ⓒ이복남

왜 그랬을까? 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내가 죽고 나면 저 아이는 무엇으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이다. 그래서 부모 생전에 공부도 가르치고 직업교육도 시키고 있다.

하지만의 부모와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학교를 졸업한 후에 지속적인 직업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힘든 현실이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장애학생의 진로⋅직업교육 내실화와 고용 확대에 기여하기 위하여 두 가지 방안이 마련되었다.

하나는 「장애학생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로 일반학교에 배치된 특수학급 학생들의 진로 직업교육 내실화를 위해 거점학교를 지정하여 직업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서울은 상암고와 경복고, 부산은 동래원예고 등 전국에 22개의 거점학교가 있다.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 현황(출처: 국립특수교육원). ⓒ이복남

’11년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 현황(22개교)

제1기(2010)=상암고, 동래원예고, 대구서부공업고, 광주전자공업고, 성남방송고, 이천제일고, 제천제일고, 공주생명과학고, 목포공업고, 제주고.

제2기(2011)=경복고, 동대전고, 안양공고, 시흥은행고, 파주일고, 안성고, 금산산업고, 논산공업고, 김천농공고, 아림고, 김해생명과학고, 함덕고.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학교기업」인데 특수학교 내에 기업적인 환경을 꾸며놓고, 학교교육과정과 연계하여 학생들이 물품의 제조, 판매, 수선, 가공 또는 용역을 제공하는 활동에 참여하면서 직업현장에서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 및 태도 등을 습득하는 것이다.

특수학교 학교기업 현황(출처: 국립특수교육원). ⓒ이복남

’11년 특수학교 학교기업 현황(20개교)

제1기(2009)=한빛맹, 대구5교 통합, 대전혜광, 꽃동네, 전주선화.

제2기(2010)=부산혜성, 미추홀, 광주선광, 속초청해, 천안인애, 순천선혜, 포항명도.

제3기(2011)=대전원명, 울산태연, 성은, 태백미래, 청주맹, 공주정명, 영명·진명, 창원천광.

학교기업은 2009년에 서울에 있는 한빛맹학교를 시작으로 2011년 현재 전국의 20개 학교가 학교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혜성학교(교장 권숙렬)는 2010년 학교기업형 직업훈련실 설치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2010년 착공하여 2011년 11월 17일에 학교기업 꿈이룸을 개관하였다. 필자는 며칠 전에 비누도 몇 개 살 겸 부산혜성학교 꿈이룸관을 다녀왔다.

마침 방학이라 학교는 한산했다. 필자는 오후에 찾아 갔는데 지도교사와 전공과 학생들은 오전에 나와서 작업하기 때문에 스페셜코디네이터로 근무하는 박상건 직업재활사가 필자를 맞았다.

부산혜성학교 꿈이룸관은 2010년 4월에 학교기업 설치 사업에 선정되면서 1,471㎡(약445.8평) 면적에 기존 2층 건물에 한 개의 층을 증축한 3층 규모의 건물로 조성되었다. 건물조성비가 생각보다 많이 드는 바람에 꿈이룸관에 들인 비용은 얼마 되지 못했단다.

부산혜성학교의 꿈이룸관에서는 화분을 만드는 이룸원예, 도자기를 만드는 이룸도예, 천연비누를 만드는 이룸솝, 포장과 조립을 하는 이룸공예 등이 있다. 꿈이룸관은 직업준비를 위한 훈련시설이자 전공과 학생들의 자립의 터전이라고 소개했다.

MP비누 건조 모습. ⓒ이복남

CP비누 건조 모습. ⓒ이복남

이룸솝에서 비누 만들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천연비누 만드는 법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룸솝에서 만드는 비누는 MP비누와 CP비누이다. MP(melt&pour)비누는 녹여 붓는 비누로 비누베이스를 녹여서 아로마오일과 피부 타입에 맞는 첨가물을 넣어서 실리콘 틀에 부어서 굳히는 방식이다.

CP(Cold Process)비누는 저온법 비누로 천연 베이스오일로 구성된 지방산 유지에 아로마오일과 피부 타입에 맞는 첨가물을 넣어서 저온으로 건조시킨 비누인데 CP비누는 천연오일로 만들기 때문에 마블링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CP비누의 가격이 MP비누 가격의 두 배이다.

부산혜성학교 꿈이룸관에서 판매하는 비누는 교내에 설치된 이룸갤러리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룸공예솝에서 장애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비누는 CP비누나 MP비누나 모두가 수제 천연비누 이므로 직사광선과 고온다습한 곳은 피해야하고 수명이 길지 않으므로 1년 이내에 사용해야 된단다.

부산혜성학교 꿈이룸관 갤러리와 박상건 직업재활사. ⓒ이복남

현재 꿈이룸관은 부산혜성학교 전공과 학생들의 직업훈련장소이므로 물건을 판매해서 남는 수익은 따로 적립하여 훈련을 위한 재료를 구입하거나 운영비 등으로 쓰일 예정이란다.

“그러나 장차 학교기업이 잘 운영되어 수익이 창출되면 졸업생을 고용하거나 장학금으로 운영되는 등의 보상은 해야겠지요.” 박상건 직업재활사의 말이다.

지적장애인들의 능력에 대해 자본주의 시장논리만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 정부에서 돈을 들여서라도 일거리를 주고 뭔가를 하게 해야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고등학교 내지 전공과 등 학생일 때만 신경을 쓰고 그 이후는 내몰라하고 있는 실정이라 모든 것은 고스란히 부모의 몫이 되기 때문에 아이들 보다 하루만 더 살기를 희망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직업재활시설만 지어서 이렇게 던져 놓을게 아니라 경제적 자립을 유도하여 생산적인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판로도 개척하고, 장애인 생산품은 조달청에서 구매도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은 언제까지나 생산성이 낮은 1차 산업에만 매달려야 하고, 장애인들이 만든 물건은 질 낮은 것으로 치부되어 동정과 자선으로 점철된 시혜적인 기부금에 팔려야 하는가. 정부나 장애인 직업재활 관계자들은 개인적인 잠재력을 개발하는 다양한 직업훈련으로 직업과 직종의 폭을 넓히는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