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같을지라도. ⓒ이승범

내 영혼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같을지라도

故 권오철(남.1966년생. 전신마비) 시인

내 영혼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같을지라도

당신과 함께 걷는다면

풀잎 사이에 서 있어도

바람에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내가

먼 길을 걸어갈 때

뒤돌아보지 않는 것은

나는 이미

밟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 영혼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같을지라도

내가 아직

풀잎 사이에 머물 수 있는 것은

내 영혼 속에

당신의 맑은 영혼이

포개져 있기 때문입니다.

故 권오철 : 시집 <어린왕자를 잊은 이를 위한 시> <내 영혼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같을지라도> <아버지> 외.

근육병으로 점점 장애가 심해져 생활시설에서 생활, 시를 쓰며 외로움을 달램.

시평 : 함께 걷고 싶은 당신

방귀희(솟대문학 발행인)

내가 권 시인을 알게 된 것은 kbs 1라디오 <내일은 푸른하늘>에 그가 보낸 편지 사연을 통해서였다. 그 프로그램 작가였던 나는 매일 매일 애청자들이 보내주는 편지를 읽는 것이 가장 큰 업무였다. 시골에서 라디오를 벗 삼아 하루 해를 보내고 있다면서 편지를 매일 쓰고 있지만 편지를 붙여줄 사람이 없어서 한꺼번에 몰아서 편지를 보내고 있으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어느날 그에게서 온 편지를 보니 발신주소가 서울 구로동으로 되어 있었다. 에덴하우스에서 일을 하며 살게 되었다는 사연을 보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주 훨씬 장애가 심했다. 휠체어에 앉아있지를 못하고 엎드린 자세여서 그런지 얼굴만 크게 보였다.

그는 방송에서 에덴하우스라는 장애인 일터가 있다는 것을 알고 동네 형의 등에 업혀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무작정 상경을 했다고 했다. 그가 집에서 탈출을 한 것은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그는 그 불편한 몸으로 자립생활을 시작하며 시를 썼다.

근육병으로 장애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서울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지만 10여 년 동안 세 권의 시집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권오철의 인생은 이 시의 제목처럼 바람이 불어야 흔들릴 수 있는 이름 모를 작은 풀잎이었다. -당신과 함께 걷는다면 바람에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라는 싯귀에서 알 수 있듯이 시인은 함께 걷고 싶은 당신이 있었다.

내 영혼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같을지라도(영문)

Though my Soul may be like a Blade of Grass Quivering in the Wind

Gwon O-cheol

Though my soul

may be like a blade of grass

quivering in the wind,

if I am walking beside you

I will not quiver when winds blow,

even when I stand among blades of grass.

If I don’t look back

as I make my long journey,

it is because

I can never go back along a path

I have already trodden.

Though my soul

may be like a blade of grass

quivering in the wind,

if I can still dwell

among blades of grass

it is because

your clear soul

is nestling inside mine.

Mr. Gwon O-cheol (deceased). Born 1966. General paralysis.

Poetry collections: Poems for Those Who Forgot the Little Prince; Though My Soul may be like a Blade of Grass Quivering in the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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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문학 칼럼리스트
1991년 봄, 장애문인의 창작활동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을 창간한 후 현재까지 단 한 번의 결간 없이 통권 96호(2014년 겨울호) 까지 발간하며 장애인문학의 금자탑을 세웠다. '솟대문학'의 중단 없는 간행은 장애문인의 등용문이 되었으며, 1991년부터 매년 솟대문학상 시상으로 역량 있는 장애문인을 배출하고 있다. 2015년 12월 '솟대문학' 통권 100호 발간을 위해 현재 “100호 프로젝트”로 풍성한 특집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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