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이승범

안경

손성일(남, 1977년생, 뇌성마비) 시인

세상은 나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데

나는 세상으로 가까이 가려고

안경을 쓴다

거부받고 상처를 받았음에도

아침만 되면 안경을 쓰고

세상 가까이 가려는 나는

분명 사람이다

신이 나에게 기억시켜 놓은

희망 때문에

나는 세상으로 가까이 가려고

오늘도 안경을 쓴다.

손성일 : 솟대문학 추천완료(2006. 시)

전자시집 <나는 별을 세는 소년입니다>

시평 : 세상과 소통하기

방귀희(솟대문학 발행인)

시인은 우리 사회를 향해 말을 건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그 당연한 함께를 위해 몸부림친다.

시인은 중증의 장애 때문에 사회와 단절되어 있다. 아침에 일어나도 특별히 할 일이 없다. 누구를 만날 일도 없고 어디 가야 할 곳도 없다. 그래도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집밖으로 나가면 시인은 상처를 받는다.

작은 턱도 넘지 못할 장벽이 되어 시인을 거부한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시인을 향해 화살이 빗발쳐 가슴에 꽂힌다.

사람들은 시인에게 ‘너 왜 나왔니?’, ‘가뜩이나 복잡해 죽겠는데 너까지 나와서 더 복잡하게 만드네?’, ’우리 아이들 눈에 띄기 전에 어서 들어가’ 라고 퍼붓는 듯하여 상처를 받는다.

상처만 주는 세상이 싫어 꽁꽁 숨어서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지만 시인은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세상이 그리워 함께 해줄 사람이 있을 것이란 희망으로 세상에게 말을 건다.

시인은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안경이란 도구를 사용한다. 안경은 잘 보이게 해주는 기능이 있는데 시인은 안경을 통해 세상을 자세히 보고 싶어 한다. 그것은 세상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 가운데에도 안경을 착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그들은 장애인의 고통과 장애인의 욕구를 보려고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잘 알 수 있으련만 세상은 장애인에 대하여 알고 싶어 하지 않으며 외면하려고 한다.

그래도 시인은 매일 아침 안경을 쓴다. 시인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인이 갖고 있는 이 순수한 희망에 그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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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문학 칼럼리스트
1991년 봄, 장애문인의 창작활동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을 창간한 후 현재까지 단 한 번의 결간 없이 통권 96호(2014년 겨울호) 까지 발간하며 장애인문학의 금자탑을 세웠다. '솟대문학'의 중단 없는 간행은 장애문인의 등용문이 되었으며, 1991년부터 매년 솟대문학상 시상으로 역량 있는 장애문인을 배출하고 있다. 2015년 12월 '솟대문학' 통권 100호 발간을 위해 현재 “100호 프로젝트”로 풍성한 특집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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