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양천구 오목교 근처에서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한 장애인이 도로로 나가려고 하는 것을 경찰이 막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동스쿠터는 자동차인가? 보장구인가?’

9월 3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오목교 근처에서 경찰과 전동스쿠터를 탄 장애인들 사이에서 황당한 실랑이가 진행됐다. 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 양천구지회 소속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 6명은 차도로 이동해 경인고속도로를 타길 희망했으나 경찰들이 이를 말리고 있는 것이었다.

장애인들은 스쿠터 뒤쪽에 “전동스쿠터는 자동차임으로 도로를 달릴 수 있습니다. 속도가 늦어서 죄송합니다”라는 문구까지 적어붙이는 등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결국 이날 장애인들은 경인고속도로를 달리지는 못했지만 경찰의 인도아래 서울 양천구 일대의 차도를 약 30분간 전동스쿠터를 타고 달렸다.

이날 장애인들이 굳이 전동스쿠터를 타고 차도를 달리고자 했던 것은 바로 정부가 전동스쿠터를 차로 분류해 놓았지만 면허규정은 마련하지 않는 등 관련 법규를 제대로 정비해 놓지 않은 것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스쿠터는 보행자처럼 취급되는 휠체어(장애인용의자차)와는 다른 취급을 받고 있다. 휠체어는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고, 주로 보도를 이용하며, 보행자의 보행속도와 동일해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전동스쿠터는 8~12km의 속력으로 주행해 보행자의 평균속도보다 2배 이상 속도로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일대를 전동스쿠터 행렬이 경찰의 인도하에 차도를 통해 달리고 있다. <에이블뉴스>

그렇지만 전동스쿠터는 통상 500와트 이하인 전기동력으로 움직이는 이륜자동차에도 포함되지 않고, 전력에 관한 정격출력의 규정이 없는 원동기장치자전거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경찰은 전동스쿠터를 전력의 힘으로 주로 도로를 이용할 가능성이 많아 신체장애인용의자차가 아닌 ‘그밖의 동력에 의해 움직이는 차’로 보고 있다.

특히 전동스쿠터가 차로 해석하기 때문에 인도로 통행할 수 없으며 차량과 사고가 날 경우 ‘차’ 대 ‘차’ 사고로 처리되며, 인도에서 보행자와 사고가 날 경우 ‘차’ 대 ‘보행자’ 사고로 처리된다. 전동스쿠터 이용자는 자동차나 원동기장치자전거가 아니므로 운전면허 없이 운전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사고발생시 면허가 없기 때문에 무면허 운전자로 처리되며, 보험 등의 혜택을 보기가 어렵다는 심각한 문제점들을 겪게 된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현재 신체장애인용의자차에 대한 정의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이에 포함되는 경우 보행자로 취급하도록 도로교통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특히 경찰청은 올해 및 내년 중으로 법 개정절차를 마칠 계획이며 2005년 1월1일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 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양천구지회 이안중 지회장이 전동스쿠터를 차로 분류해 놓은 지침을 경찰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하지만 전동스쿠터가 보행자로 분류가 된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 이복남 원장은 “전동스쿠터를 차로 보지 않는다면 인도로 다니라는 말인데, 현실적으로 인도의 여건이 좋지 않아 인도로도 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애초 경찰 측에서 염려하고 있는 보행자와의 사고에 대한 부분도 문제점으로 남는다.

이날 퍼포먼스를 벌인 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양천구지회의 이안중 지회장은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이동할 수 있도록 조속히 적절한 제도를 마련할 때까지 불시에 전동스쿠터 시위를 벌이는 등 경찰청에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촉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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