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복지·다양성 부재한 대한민국 사회

제20대 대통령선거 사회분야 TV토론회 시청 소회

2022-03-08     칼럼니스트 이원무
제20대 대통령선거 사회분야 토론회 토론장 전경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Youtube 동영상 캡처

대선이 이제 막바지로 왔다. 저번 주 금요일, 토요일엔 사전투표가 있었는데, 투표율이 총 36.9%였다. 정치교체나, 정권교체냐를 놓고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선택할 시간은 이번 주 수요일까지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한다.

지난주 수요일엔 주요 4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 힘, 정의당, 국민의당)에서 선출된 후보들이 제20대 대통령선거 사회 분야 토론회를 했는데, 그때 일정이 있어 몇 분 정도는 토론회에 집중하지 못하다. 일정 끝난 후 나머지 부분을 봤다. 이후 유투브를 통해 토론회를 다시 들으면서 우리 사회의 씁쓸한 현실을 다시 느끼게 됐다.

국민의 힘 윤석렬 후보는 복지 재원 마련과 관련해 증세를 주장하는 사람이 많으나,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이루기 어려워 지속이 가능치 않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복지 재원과 관련한 증세계획이 없다고 하며 가난한 사람들, 어려운 사람에 대해 복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에 대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윤석렬 후보 복지공약이 266조라 하지만 실제 계산하면, 얼추 400조가 넘는다며 종합부동산세, 주식양도세를 5년간 60조 감세하며 복지 증대한다니 사기라고 맞받아치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에겐 OECD 기준으로 국민부담률 5% 여유 있으니 그걸로 증세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채를 쓰라며 증세계획 없는 것에 대해 반박했다.

복지 재원 얘기를 들으며, 경제가 성장하면 복지도 자연스레 증가해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할 거란 얘기는 요즘 들어 허구라는 생각이 든다. 신자유주의의 첨병기관 IMF에서 32년 동안 159개국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선 소득 하위의 소득이 증가 시 경제성장률이 증가했다. 오히려 소득 상위의 소득이 증가하면 경제성장률은 감소했다.

그러니까 국민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야 일에 대한 의욕을 잃지 않고, 부자들이 과도한 이득을 얻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경제성장의 동력이 생기는 거다. 앞으로는 AI기술이 장애인들의 비중이 높은 단순노무직을 사람 대신 대체하면 장애인이 일할 일자리가 줄어들 게 예상되니, 복지 통해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 할 시기가 곧 도래할지도 모른다.

결국, 복지 재원 늘린 상황에서 복지지출 통해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게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종합부동산세, 주식양도세 등의 증세는 필요하다고 본다. 증세 없는 복지는 어렵다고 본다. 그런데 국민의 힘이 진짜 부자들과 경제계를 대변하는 정당이라 감세를 말하는 게 이해된다 해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증세계획이 없다 하니 조금은 놀라긴 했다.

복지재원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심상정-윤석렬 후보(좌측), 윤석렬-이재명 후보(우측)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Youtube 동영상 캡처

하지만 한편으로는 증세 시 국민의 저항이 예상된다는 측면에선 이해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보편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에 기초한다. 국민이 세금을 내면 주로 가난한 사람들, 장애가 심한 중증장애인 등에게 복지가 가지, 모든 사람이 복지를 누리는 건 아니다.

기초연금만 해도 65세 이상에,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인 사람만 수급자격이 주어진단다. 장애인연금만 해도 장애 정도가 심한 사람에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인 사람만 수급자격 주어지고,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도 중위소득 120%이하의 기준이 있단다. 선별적 복지제도의 예라고 본다.

선별적 복지제도 하에선 수급자 선별을 위한 조사비용이 크게 들 거고, 선별 과정에서 사정이 어려우나, 선별기준에서 빠진 사람 발생하고, 선별을 통해 가난한 사람은 낙인 받고, 가난 없는 사람은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 빼먹고, 가난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게 복지라 자신과 상관없으니, 결국 반복지 정서가 생기게 된다, 증세가 있다면 반복지 정서는 더욱 커질 테다.

물론 부유층에게 증세하라고 하는 게 연대 측면에서 봤을 때 당연히 맞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복지를 누리는 사회수당 식의 복지제도 등 보편적 복지에 기초한 제도가 많아진다면 자신한테도 돌아오는 게 있으니 증세 시 조세에 대한 저항감과 반복지 정서가 줄어들면서 그만큼 국가에 대해 신뢰감을 갖지 않겠는가?

한편, 성인지 예산과 관련해 윤석렬 후보는 여성을 위한 예산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 극복의 일환으로 남녀 성 평등을 위해 특별히 고려할 예산을 모아놓은 걸 성인지 예산이라 말하며, 윤 후보를 질타했다. 심상정 후보는 윤 후보에게 ‘여성 정책에 대해 코멘트할 사람이 없나 봅니다’하자 윤 후보는 성인지 예산에 대해 모를 게 뭐 있냐면서 약간은 아는 척하며 권위주의적 뉘앙스를 풍겼다.

이 예산과 관련해 여성가족부는 성인지 예산을 여성을 위한 예산이 아닌 성인지적 관점 대상에서 분석 대상이 되는 국가의 주요 사업 예산을 의미한다고 작년에 팩트체크 자료를 냈다. 이런 걸 보면 윤석렬 후보의 성인지 예산 발언은 남녀 성평등 등 여성 인권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본다.

게다가 성인지 예산 중의 일부를 북핵을 막을 수 있는 무기를 살 수 있는 말도 윤 후보가 했다. 그런데 그 예산 중에 어떤 걸 삭감하는지 밝히지 않았고, 더군다나 그 말이 여성 인권을 안보와 맞바꾸는 얘기로 들려 여성들 입장에선 인권 무지에 여성 차별이라고 반발할 소지 있다고 본다.

성차별을 멈추자는 내용의 포스터 ⓒCouncil of Europe Homepage

하긴 검찰 출신의 정치인이자 주요정당 대선후보가 성차별 인식을 드러내니 우리나라의 남녀 임금 격차가 심하고 여성이 승진 잘 안 되는 등 성차별 현실이 만연한 게 이상한 게 아닐 터이다. 이런 현실은 이재명 후보가 토론회 때 얘기하기도 했고 심상정 후보는 임금 성차별에 대해 살짝 언급했다.

그런데 성차별 얘기가 나오니, 한국 사회에 장애인 차별이 만연한 현실도 떠올랐다. 선생이 되고자 진주교대에 입학한 중증시각장애 학생이 장애를 이유로 성적조작을 당해 입학 거부를 당한 게 작년에 수면 위로 드러났었다. 시설에서의 장애인 인권 침해가 요즘 뉴스거리가 될 정도로 장애인 학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가 하면, 보호작업장에서 월 10만 원 받는 장애인들도 수두룩하다.

대선 토론회 때도 장애인 차별을 느낄만한 순간은 있었다, 우리 사회에 저출산 문제도 현재 심각한 문제다. 여기에 대해 윤석렬 후보가 질문하자, 안철수 후보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역작용으로 나타난 것 아니겠냐며 여성 인력을 활용하고, 다음으론 일본에서 정년 퇴임한 후 다시 재고용하는 제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장애인도 일할 수 있도록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을 일하는 곳에 적용하면서 장애인 인력을 활용한다면 이 역시 저출산 문제 해결 일환이 되지 않을까? 저출산 문제 해결 일환으로 장애인 고용도 언급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없어 아쉬웠다. 정치인들에겐 장애인 고용은 관심 밖인 게 아닌가 느껴지니, 차별 느낌이 든다.

여기에 장애인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일터에서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인식이 별로 없으니, 특히나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의 실업률이 상당히 높은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물론 이재명 후보에게서 장애인연금 확대와 장애인 이동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얘기가 나온 점은 그나마 고무적이긴 하지만, 전에도 얘기했듯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쳐 인간다운 삶을 살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이동권의 구체적 보장방안에 대해 언급되지 않은 점 또한 아쉽긴 하다.

제20대 대선 TV 토론회는 2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이 토론회의 대선 후보자들 간 대화를 통해 장애, 성별, 성적 지향 등에 따른 차별이 만연함은 물론 보편복지가 부재한 현실이 떠오르며 약간은 답답함을 느끼게 됐다.

그러기에 제20대 대통령 당선자는 선별적 복지에 기초한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폈으면 한다, 또한, 장애, 성적 지향, 성별 등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책을 예산 등을 통해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래야 정부, 지자체를 포함해 서로를 신뢰하고 함께 어울리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어갈 테니.

*추신: 지난 번 칼럼에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통해 생계급여 깎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공약이 있었던 걸 미처 확인하지 못해 '줬다 뺏는 기초연금'의 맹점은 여전하다는 식으로 기술해 독자들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번 칼럼을 수정했고, 앞으로 글을 쓰는데 더욱 주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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