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장애인 공약, 아직 갈 길이 멀다

장애인 권리, 삶의 질 증진엔 여전히 부족한 공약

2022-03-03     칼럼니스트 이원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좌측), 이재명 후보 측에서 만든 공약집 첫 표지 ⓒ복지tv유투브 캡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새싹이 피어나는 동시에 꽃샘추위가 있을 3월이 왔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얼마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을 들었는데, 미국과 NATO(나토,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우크라이나를 서방 진영으로 끌어들이고, 이에 고립감과 위협감을 느낀 러시아가 침공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푸틴의 침공 행위는 분명 잘못됐지만, 이를 부추긴 나토, 미국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핵을 포기한 후 독립과 안전을 미국, 러시아 등이 보장해준다 했지만, 이를 러시아 등에서 어긴 걸 보면 이걸 보는 북한에겐 핵무장할 구실을 주었단 생각마저 든다.

이와 관련해 곧 있을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 나설 후보들은 ‘평화가 없으면 경제도 없다’, ‘사드를 배치해 북한을 선제타격해야 한다’는 주장 등을 하고 있다. 필자로선 우리가 국방력을 키우고 미국이나 중국에 기울지 않으면서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공약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주고 싶다.

대통령 선거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곧 있을 대선과 관련해 후보들이 공약을 내세웠다. 필자가 아는 지인이 이재명 후보 측이 내세운 공약을 보내줬는데, 계속 읽다 보니 느끼는 게 있어서 아는 선에서 말해보겠다.

의료기관, 관공서에 전문수어통역사 배치를 언급했는데, 청각장애인에겐 진료, 응급상황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도록 의료기관에 수어통역사가 상주하는 게 필요하다. 부산성모병원, 세브란스 병원 등 현재 3곳 정도에 수어통역사가 상주하는 것으로 아는데, 상급병원, 보건소 등 모든 보건의료기관에 수어통역사 상주 의무화로 이어졌으면 한다.

5대 비전, 20대 핵심과제를 제시한 더불어민주당 대선공약집. ⓒ더불어민주당

그런데 장애인연금 공약 등을 보면서는 약간의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먼저 3급 단일 중증장애인까지 확대 추진한다고 하니, 고기능 자폐/지적장애 등의 장애가 있는 사람인 경우도 앞으로는 장애인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 고무적이긴 하다. 현재 이와 관련한 법안도 발의한 것으로 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소득인정액에 기초연금 공제도입 추진이라는 것도, 공약에 있다. 장애인이 노인이 되면 장애인연금은 기초연금으로 바뀌는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생계급여를 받는 경우엔 기초연금액이 소득인정액에 포함되어 생계급여 삭감되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식으로 운영되는 맹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기초연금 받는 것 때문에 생계급여 차감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공약이니 이게 실현된다면 생활고에 시달리는 장애노인에게 일말의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동능력 손상비율이 아닌 단순 의학적 등급에 따라 수급자를 결정하기에 구 장애등급에서 4~6등급이지만 취업에서의 갖가지 차별로 인해 경제활동 못하고 소득이 없는 장애인의 경우 연금제도에서 배제하는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건 여전하다. 장애인연금 기초급여는 40만 원으로 공약됐는데, 이 또한 최저임금 액수에 턱없이 부족하다.

장애로 인한 추가수당 성격인 장애수당을 차상위계층에서 소득 하위 70%까지 확대한다고 했는데, 해외의 경우 이를 데모그란트, 이른바 사회수당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니까, 소득에 상관없이 장애 있으면 장애수당을 준다는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가난까지 증명해야 장애수당 수급이 된다는 거니, 장애인에겐 낙인이 씌워지는 거다.

게다가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은 165,100원인데 장애수당은 기껏해야 8만 원이 최고일 정도라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장애수당의 현실화가 필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국민연금 노령연금의 경우엔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이 약 82세인 것에 비해, 장애인은 전반적으로 10년 정도 낮다. 그런데 노령연금은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똑같은 나이에 지급한다. 그래서 장애가 있는 노인의 경우 노령연금을 비장애 노인보다 평균 10년 일찍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약이 발표되었으면 좋았는데 그게 없어 역시 아쉽다.

장애인연금제도 및 수급자격(전에는 단일3급에 연금수급자격 없었음)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기존자료. ⓒ보건복지부

장애인 스스로 서비스 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형식적으로 폐지했으나, 아직도 의료적 등급에 기반한 구 장애등급제 유지 현실을 탈피해,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는 물론 욕구와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받도록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 이런 전제여야 스스로 정책과 서비스를 결정할 수 있는데, 그런 전제가 없는 게 아쉽다.

이와 관련해 개인예산제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도 있는데, 복지서비스 통제권을 장애인 스스로가 갖기에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복지서비스 등의 사회서비스를 시장에 맡길 때의 서비스의 질 저하 우려를 불식시키고, 서비스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개인예산제와 관련해 예산을 현금으로 줬을 때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엔 소득인정액에 포함돼 생계급여가 깎일 수도 있는 문제점도 예상할 수 있기에, 기초생활급여와 개인예산제 급여를 분리 운영하는 등,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

한편 개인예산제 운영 시 미등록 장애인이 이 제도를 이용하고 싶을 경우, 서비스 자격이 박탈되므로 사실상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미등록 장애인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도 개인예산제 관련 이슈로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장애인은 꼭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대상인가 하고 질문하면 솔직히 좀 회의적인 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 개인예산제는 서비스 형태 외의 것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본다.

중증장애인 일자리 확대와 관련해선, 저인지와 중증장애 중심의 정책이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지적·자폐성 장애인 인구 비중이 늘어나므로, 인지 수준 상관없이 인력으로 활용하면 그나마 실업률 해결에 도움 될 거다. 그런데 고인지 지적·자폐성 장애인 일자리 정책을 찾아볼 수 없으니 국가는 물론 장애인 개인에게도 커다란 손실이라고 본다.

이룸센터 앞 농성장에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린 모습. ⓒ이원무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 국가책임제 내용에선, 장애인 당사자와의 논의구조가 빠진 채 부모단체 중심으로 돌봄에 집중된 논의가 진행됐음에 답답한 심정이 든다.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이 있겠지만, 그게 필요하지 않은 장애인 관련 정책도 고민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기에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을 권리 객체로 계속 보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리고 자막방송수신기 내장형 TV, 화면해설방송(DVS) 수신기 보급확대와 자막방송, 수어방송, 화면해설방송 등을 장애인 방송접근권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관련해 알기 쉬운 자막, 이 장애특성에 맞는 더빙이나 하이라이트 식으로 맥락에 따르는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양적·질적 기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또한, 대통령 선거 후보 TV 토론회 때 2인 이상 후보가 나설 시, 거기에 맞게 2인 이상이 수어 통역사로 나서고 충분한 통역사 화면 크기 등 농인들이 선거 정보를 타인과 동등하게 얻을 수 있어야 하는데, 국가가 아닌 민간에서 그런 대책을 시도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양적인 것만이 아닌 질적 기준까지 장애인방송 대책에서 언급해야 하는데 이를 찾아보기 힘들며 지적·자폐성 장애인은 아예 배제됐다.

복지tv에서 시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 후보자별 일대일 수어방송 장면. ⓒ복지tv유투브 캡처

요즘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말들이 많아선지, 차별 없고 자유로운 대중교통 이용, 특별교통수단 등으로 이 권리를 보장하겠단 것도 공약으로 나왔다. 저상버스 도입 대폭 확대도 포함됐는데, 특별교통수단의 경우 운영 관련 세부사항을 지자체 조례로 위임했기에 이 교통수단에 대한 국가의 통일된 가이드라인이 없다.

그래서 특별교통수단에 대한 국가의 통일된 가이드라인 마련을 언급했어야 했는데, 이 부분이 없는 게 아쉬웠고, 실제로 각 지자체별로 특별교통수단 운영방식이 달라 장애인의 이동권이 침해당하는 등, 이 사회가 결과적으로 장애인을 배제하려 한다는 의심이 든다. 이에 유니버설 택시 등 휠체어 사용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에 대해 고민한 흔적도 공약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그게 없어 역시 아쉽긴 하다.

교통복지를 통해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지원한다고 되어 있는데, 교통복지만 갖고 되는 건 아니다. 탈시설 및 노동권 보장 등 여러 가지 있지만, 건물에 대한 접근도 빼놓을 수 없다. 교통 및 건물에 대한 접근은 장애인 이동권에서 연결된 한 과정이니까.

하지만 아직도 바닥면적, 건축 시기를 갖고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를 규정하는 등의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편의점, 음식점 등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에서의 턱 때문에 돌아가는 장애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현실은 계속 반복될 거다. 그런 상황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을 도모한다는 건 요원한 일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장애인의 생활편의시설 이용 및 접근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1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개정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 ⓒ에이블뉴스 DB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지원의 경우는 폭력피해자 쉼터 확대 및 피해구제제도 강화,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지원체계 마련 등이 언급돼 있는데, 쉼터가 대개 단기보호시설 등의 시설이 운영 주체임을 고려하면 장애여성의 자립을 도모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여성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지원체계 마련에 관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일단 폭력피해를 당한 장애여성이 상처를 치유한 다음 지역사회로 나오면 교육에선 취미, 여가 등의 단순 기초교육에서 벗어나 사회화, 의식화 교육 등을 할 수 있는 성인지 관점의 프로그램과 교육 제공기관이 있어야 하고, 고용에선 양, 질을 동시에 추구해 일자리에서도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를 권리로 인식해 제공하는 등 장애여성을 포함해 장애인과 관련한 양질의 일자리를 도모하는 식의 정책을 취해야 한다.

여기에 주거에선 장애 여성의 장애특성을 고려해 합리적 조정이 있어야 하고, 활동지원의 경우엔 예산이 아닌 장애인의 욕구, 필요에 맞춘 제도로의 전환으로 여성장애인의 자립 욕구를 도모해야 한다. 이렇게 장애여성 성폭력 피해자가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게 사회환경이 변해야 하고, 관련된 구체적 안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했으면 한다.

이외에도 전 국민 주치의 제도 도입으로 차별 없는 건강 서비스를 누리게 하겠다고 했고 세부내용으로 아동 및 장애인 치과 주치의 제도 전면 확대로 구강건강 향상을 공약으로 했는데, 사실 치과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장애 감수성은 떨어진다. 심지어 치과에서 장애 관련 전문과정 배우는 곳은 경희대 치과대학원 한 곳이며, 그것도 선택이다.

따라서 치과를 포함해 모든 의과대학·대학원에 장애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걸 의무과정으로 하는 등의 대책을 취해야 한다. 관련해 치과 진료비 지원 얘기가 나오긴 하는데, 치과 외에도 다른 진료과와 관련, 장애인 의료비 지원 언급이 있었으면 했지만 그게 없어 조금은 아쉽다. 국민의 힘 공약집에서도 장애인 의료비 지원에 대한 언급은 없다.

또한, 장애인뿐만 아니라 성 소수자들이 그렇게도 원했던 차별금지법 제정을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공약에 언급하지 않은 부분도 조금은 아쉽긴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이재명 후보가 내세운 장애인 공약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봤다. 의료기관에 수어통역사 배치,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 관련해 보충급여 등의 임금보조제도 도입 등에 있어선 나름대로 괜찮다고 보이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장애인의 권리 증진엔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지 선언이 이어졌다. 이들의 바람이 현실로 될 수 있게 장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증진하는 쪽으로 구체적 내용을 담은 장애인 공약을 대선 직전까지 조금 더 잘 다듬었으면 한다.

그래서 장애인의 삶의 질이 조금이나마 증진되는 계기를 만드는 차기 정부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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