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한 장이 의미하는 것

이 카드 한 장이면 프리패스 2화

2022-01-17     칼럼니스트 김유리

아픈 곳이 한 군데도 없는데 내가 사는 동네에서 가장 큰 병원에 다녀온 이후 중학생이던 나에게 프리패스 카드 한 장이 생겼다.

병원에서 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엄마와 나는 병원 정문 앞에서 출발하여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서틀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함께 탄 아주머니 한분이 엄마에게 물었다.

"어린 학생이 어디가 아프데요?"

"검사만 받았어요."

나는 아주머니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의아했다. 무엇보다 나는 아픈 곳이 한 군데도 없는데 왜 병원에 간 건지 궁금했다. 엄마는 왜 아주머니의 질문에 말을 아끼신 건지도 궁금했다.

엄마는 나에게 오늘은 학교는 물론이거니와 방과 후 교실에도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나는 방과 후 교실에서 몇몇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있던 터라 가고 싶지 않았는데 잘됐다 싶었다. 학교를 땡땡이 칠 생각에 잔뜩 신나 있는 나와 달리 엄마 눈이 요즘 들어 굉장히 슬퍼 보였다.

혹시 내가 병원에서 수학 문제를 잘 풀지 못해서일까? 나는 왜 학교에서 풀어야 할 수학 문제를 병원에서 푼 것일까? 엄마에게 질문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묻지 않았다. 이 질문을 하면 요 며칠 사이 그렁그렁해진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질 것만 같았다.

병원에 다녀온 지 두 달 후쯤 엄마로부터 카드 한 장을 받았다. 그 카드로 지하철을 공짜로 타고 부모님께 용돈도 더 받게 돼서 좋다며 한동안 희희낙락 거리며 다녔다.

얼마나 지났을까? 지하철에서 카드를 꺼내는 나를 보고 몇몇 아이들이 수군대고 있음을 알아챘다. 샘이 나서 일까? 자신들은 현금을 내야 하는데 나는 내 이름과 사진이 새겨진 카드를 보여주면 프리패스였으니까!

그제야 내 손에 들린 카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카드에는 휠체어 탄 사람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그 옆에는 복지카드라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복지카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마음만 먹으면 우주도 정복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중학생이던 나에게 복지카드는 용돈을 더 받게 해 주던 마법과 같은 카드였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적어도 카드의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3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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