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가르쳐도 소용없단 말에 눈물”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직접 받은 교육 차별
교육부 진정했더니 ‘어떡하겠느냐’며 되레 설득
[특집]제26회 장애인의 날-장애인교육①
“내가 살아오면서 그렇게 모멸감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너무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나더라.”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사립초등학교에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진 자신의 딸을 입학시키려다 거부당한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 의원은 “전에는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너무 분해서 눈물을 흘리곤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오후 국회연구단체 장애아이 We Can 장기자랑 대축제 ‘개성 있는 아이들의 즐거운 나들이’를 마치고 난후 자신의 사무실에서 에이블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나 의원은 ‘입학거부를 당한 사연을 소개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난색을 표했다.
이미 몇 차례 여러 언론을 통해 소개된 이야기고 국회의원이 사적인 이야기로 자신을 너무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며 꺼려하는 눈치를 보였다. 인터뷰를 섭외하는 단계에서 나 의원 보좌진측에서도 사적인 이야기를 자제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아직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장애학생의 입학거부 문제, 소풍·수련회를 갈 때 각서를 요구하는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점에 대해 공유해야한다. 이번 인터뷰가 사람들의 공감대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자의 설득은 받은 후에야 나 의원은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열린 교육’을 하기로 유명한 사립학교라고 하래 우리 아이에게 맞는 개별화교육이 가능할까 해서 찾아갔는데, 교감선생님이 한마디로 장애아이는 안받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교장선생님을 만나고 싶다고 요구했는데, 그것도 거절당했다. 끈질기게 요구해서 겨우 교장선생님과 면담이 이뤄졌다. 그 교장선생님이 반말 투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한마디로 장애아는 아무리 가르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 요지였다. 나도 이런 학교에선 우리 아이를 절대 가르쳐서는 안 될 것 같아 더 이상 매달리지 않았다.”
나 의원은 “사회적인 리더라고 하는 사람의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면서 “내가 살아오면서 그렇게 모멸감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너무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나더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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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소극적 태도가 교육차별 '종용'
나 의원은 이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교육인적자원부에 문을 두드렸다. “교육부에 이야기를 하니까, ‘어머니의 심정을 잘 이해한다’고 위로를 하면서 ‘그런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오히려 달래더라. 학교를 제재할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오히려 설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 의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교육인적자원부측에 학교 측의 잘못을 조리 있게 따지면서 현직 판사라는 신분을 밝히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의사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그때서야 태도가 달라진 교육부측은 결국 학교 측에 서면경고 조치를 내렸다.
“당시 상황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이 서면경고라고 하더라. 교육부측의 태도를 보고 제도나 틀로서 교육권을 보장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그래서 정치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엄마들은 ‘무기’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그렇게 나오니까 더 이상 개선이 되지 않는 것이다.”
“장애인교육지원법 큰 틀에서 찬성…서명 동참”
나 의원은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촉구 단식농성장을 찾아 장애아부모들과 직접 만나는 등 최근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교육관련 입법 흐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공청회에도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결국 참석하지 못했지만 서명에는 동참할 예정이다.
나 의원은 “정부 입법안은 아직 검토하지 못해서 뭐라고 할말이 없지만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안의 경우, 큰 틀에서 찬성하고 있다. 일부 내용에 대해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서명 요청이 들어오면 서명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입법과정이 장애인교육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간의 특수교육진흥법은 반쪽짜리 법안이었다. 이번 입법을 통해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양적인 측면에서 교육지원 대상의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는 제도상 교육대상이 지나치게 협소해 영유아기 장애학생들의 조기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도 말이다.
또한 평생교육도 중요하지만 고등교육에서 장애학생들은 거의 방치되고 있다. 직업교육을 위해 일부 학교에서 전공과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부분은 담보해내지 못하고 있다. 바로 질적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직업교육의 내실화가 필요하다. 바로 조기교육 및 조기진단 내실화, 평생교육 내실화, 직업교육의 강화는 이번 입법에서 놓치면 안 되는 부분들이라고 본다.”
나 의원이 17대 국회에 들어와 국회연구단체 장애아이 We Can을 만든 것은 잘못된 장애인교육을 바로잡아보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해 나 의원은 특수교육보조원의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안, 일반교원도 특수교육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안, 장애 조기진단제도 기능을 강화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예산은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잘못 쓰고 있는 것이 문제다”
‘교육차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단지 예산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화제를 예산 문제로 돌렸다. 장애인계가 추진하는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안과 정부가 추진하는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안은 결국 국회 안에서 병합 심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예산이 부족하다’는 현실론에 밀려 주요한 부분들이 잘려나갈 위험성이 크다는 우려가 있다. 교육 부문만이 아니라 예산 부족 논리는 여러 장애인관련 개혁 정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산은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참여정부에 불필요한 위원회들이 얼마나 많으냐? 잘못 쓰이고 있는 예산을 장애인 복지, 교육 쪽으로 끌어오면 장애인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예산은 늘리는 것보다 한정된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하느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나 의원에게 “장애인의 날을 맞는 장애아부모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고 요청하자 나 의원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달라”고 짧게 말했다. “정말 희망을 가져도 되겠느냐”고 다시 묻자 나 의원은 “그렇게 되도록 같이 노력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