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지 않은 봄날의 꽃이 피고 진다

봄의 길목에서 띄우는 편지④
차 향기 쌉쌀하게 번지는 봄날 저녁에

2006-03-26     칼럼니스트 최명숙

춘설을 먹은 동백꽃과 떨어지는 별들,

푸른 밤 창가에 베인 달빛의 목소리로

얼마나 더 간절해야 소리 하나 얻을 수 있을까

풍경에게 물었다.

이 밤 어둠의 정막 속에 바람이 잦아든다면

창가엔 소나무그림자 짙 터이고

동 틀 무렵 막 눈을 뜬 동박새는

동백꽃에게 붙잡는 마음 툭, 밀어놓고

풍경 속으로 들어가 소리 하나 얻을 수가 있을까!

꽃샘바람에 치어 난 상처가 더욱 아리고

무언가를 써서 남긴다는 것은

다만 하루도 같지 않은 마음의 사계를 찾는 것

바람이 없으면 울지 못하는 풍경의 곁에서

청하지 않은 봄날의 꽃이 피고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