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친절은 공공의 질서를 깨트린다

보통의 삶은 친절함이 아닌 시민적 권리에서 시작된다

2021-03-09     칼럼니스트 최충일
랩 공연 중인 필자, 보통의 삶은 나의 목소리 마이크에서 처럼 나온다. ⓒ최충일

1. 커피숍 계산대에서 주문하려고 줄을 섰는데 앞에 서있는 분들이 갑자기 자리를 양보하며 뒤로 간다.

2. 외식하러 왔는데 종업원이 먼저 의자 두 개를 빼준다.

3. 상가 건물 입구에서 들어가기도 전에 문을 미리 열어준다.

4. 지하철을 탔는데 휠체어 지정석에 서있던 사람들이 비켜주지 않아 중간에 끼였다.

외모, 성별, 장애 등 개인의 속성만을 보고 차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그것 때문에 과도하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이 있다.

1. 장애가 있어도 공공의 질서는 지켜야 한다. 과도한 친절은 공공의 질서를 깨트린다. 나는 자리를 양보해주는 친절이 불편하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친절이 아니라 차별이다. 메뉴를 고르고 계산해야 할 계산대가 높아 손이 닿지 않는 것이 불친절한 태도보다 더 큰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다.

2. 난 창가에서 밥을 먹고 싶었다. 그렇다고 무거워 보이는 의자를 다시 넣어달라고 말하기 미안함도 있다. 먼저 어디에 앉을거냐 물어봤으면 좋겠다. 동등한 응대가 어렵다면 의사 결정할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친절함은 그 이후다.

3. 미리 열어주는 사람의 발을 휠체어 바퀴가 밟아 더 낭패를 본 경험들이 많다. 문이 닫혀 있을 때와 닫혀있지 않았을 때의 폭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을 못 열 것 같으면 당사자가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4. 그냥 무개념.

자연인과 시민 사이. 나란 존재가 공공의 질서를 지켜야 하는 시민이 아닌, 무능력한 장애인으로만 보여서 그래서 친절을 베푸는 것 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자연인과 시민의 중간쯤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만 같다. 그 친절에 대응하다 보면 감사함과 피곤함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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