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 지연 아이들에게 관심을 두자

2020-12-28     칼럼니스트 최순자

“가장 훌륭한 교사는 잘하는 아이들은 잘하는 대로 도움을 주고, 발달 지연 아이들을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하는 교사다.”

동경 유학 중, 일본에서 아동발달 심리학자 일인자로 꼽히는 무토 다카시 교수가 강의 중에 강조했던 말이다. 지금도 이 말은 내 귀에 싹이 나듯 남아 있다. 아이들 발달을 생각하거나 관련 강의를 할 때마다 되새기곤 한다.

'딥스' 도서 표지 캡처. ⓒ최순자

아동 정신과 전문의 다키카와 가즈히로는 <아이를 위한 정신의학>(김경원 역, 열린책들)에서 “아이들은 사회의 거울이자, 시대의 거울이다.”라고 했다.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면, 이는 지금은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는 힘든 세상으로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또 아이가 욕을 한다면 누군가 욕을 하는 것을 들었을 가능성이 많다.

내가 상담 치료실에서 본 실제 상황이다. 엄마와 아이가 언어치료를 받으러 왔다. 아이는 언어치료사와 치료실로 들어갔다. 엄마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 계속 스마트폰만 본다. 그때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가 집에 혼자 있어 심심하다고 한 모양이다. 엄마는 “심심하면 게임하면 되잖아!”라고 한다. 엄마, 아빠가 주로 집에서도 스마트폰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아이 언어 발달이 늦다고 치료실에 오고 있다. 아이의 언어발달이 늦은 것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음을 예측할 수 있다.

어린이집에서 교사에게 들은 사례이다. 욕을 자주 하는 아이가 있었다. 하원 시간에 할머니가 아이를 데리러 왔다. 교사는 할머니에게 상황을 전했다. 그랬더니 할머니는 “우리 집에는 욕하는 사람이 없어요. 어디서 배운 것일까요?”라고 했다. 그러던 중 할머니 전화가 걸려오자, 상대방에게 욕을 하더란다.

이처럼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은 주변 환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이는 계속 자라는 존재이고,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이를 말해주고 있는 유명한 사례가 있다. ‘아베롱의 야생 소년’으로 숲속에서 늑대와 자란 아이의 얘기이다. 1799년 발견, 최초 임상 사례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지능장애 교육 창시자로 알려진 이타르가 이 소년 교육에 관여한다. 게를랭 부인에게 아이 교육에 관심을 둘 것을 요청한다. 이타르와 게를랭의 관심과 지원으로 몸짓과 문자로 소통을 배우고, 상대와 친밀감을 나눈다. 단, 음성 언어는 결국 배우지 못했다.

'한국의 딥스' 도서 표지 캡처. ⓒ최순자

아동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읽는 전공서 중, <딥스>와 <한국의 딥스>이다. <딥스>는 액슬린 치료사가 자폐 아동을 치료해 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한국의 딥스>는 한국 놀이치료사 1호인 주정일 박사가 쓴 책으로, 아이를 치료하는 중에 때로는 자신의 젖가슴을 내주는 사례도 나온다.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는 다른 아이에 비해 늦을 수도 있다. 부모나 교사는 이렇게 발달이 지연되고 있는 아이에게 관심을 두고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이게 사랑이고 훌륭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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