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 별도조항 쪽으로 분위기 반전

장애아동 조항과 함께 의장안에 별도조항 반영
맥케이 의장 “회의장 흐름이 별도조항 쪽으로”

2006-02-07     기고/김동호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정을 위한 제7차 유엔특별위원회가 지난 2월 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의 3주간의 회의를 마치고 폐막됐다.

회의 마지막 날 특별위원회의 맥케이(뉴질랜드) 의장은 3주간 의장안을 검토한 결과를 의장폐막연설형태로 발표했다. 맥케이 의장은 3주간의 밀도 있고 효율적인 토의로 당초의 목표대로 의장안을 모두 검토할 수 있었던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각국 대표들과 엔지오 대표들의 협조에 감사한다는 뜻을 표했다.

장애여성조항등 8개 조항이 최대 쟁점

그러나 맥케이 의장은 몇 가지 조항은 아직도 의견접근에 어려움이 있어 오는 8월로 예정되어 있는 8차 특별위원회에서 다시 논의 하겠다고 하였다. 의장이 가장 합의에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한 조항은, ‘3조 정의’, ‘6조 장애여성’, ‘7조 장애아동’, ‘12조 법 앞에서의 평등권 인정’, ‘17조 개인의 존엄성 보호’, ‘32조 국제협력’, ‘33조 국내모니터링’, ‘34조 국제모니터링’ 등이다.

‘3조 정의’에서는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정의를 할 것인가, 한다면 또한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직 결정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의장은 ‘장애’에 대한 검토안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각국 대표가 8차 회의에서 제시해 주길 당부했다.

‘6조 장애여성’과 ‘7조 장애아동’은 함께 검토되었으나, 별도조항을 만들 것인지, 관련 조항에는 어떠한 내용을 포함시킬 것인지 등이 아직 난제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의장은 폐막연설과 자신의 의장수정안에서 두 조항을 별도조항으로 싣고 이에 대해 ‘대괄호(bracket)’(조문 또는 조항의 포함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사용함)를 걸어 놓지 않아 주목을 받았다.

장애여성조항 막판 대반전…맥케이, 별도조항쪽에 무게

당초 의장은 지난 2일 아침 여성조항에 대한 검토결과를 요약하면서, 퍼실리테이터가 제시한 2가지 안(이중구조방식과 주류화방식)에 대한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이번 회기에서는 결정을 하지 않고 8차 회의에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그에 따라 퍼실리테이터안을 의장수정안에 반영하되 ‘대괄호’로 처리하여 그 미결상태를 표시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폐막하는 날 의장은 대괄호가 없는 별도의 장애여성조항과 장애아동조항을 자신의 수정안에서 제시했으며, 그렇게 한 이유를 “회의장의 흐름이 별도조항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에 주목했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의장은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하며 열려 있기 때문에 8차 회의에서 최종결정을 하겠다고 했다. 의장은 아울러 빠르게 결론을 내기위해 각국이 융통성을 가지고 임해달라는 당부를 했다. 한국의 대표단 한 관계자는 “맥케이 의장이 융통성을 발휘해 달라는 얘기는 EU에게 하는 얘기처럼 들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그 동안 장애여성조항에 심혈을 기울여 온 한국대표단은 조심스럽게 고무되어 있는 분위기다. 이번 회의에서 활약한 이익섭 대표는 “의장이 6조와 7조를 대괄호 속에 넣지 않았다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반가운 결과다. 의장이 별도조항에 힘을 실어주는 것 같다”고 하며, “이제는 6조의 내용을 보다 충실하게 보완하는 것과 관련조항에 장애여성의 이슈를 어떻게 반영할 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고, 한국은 8차 회의 이전에 이중구조방식을 지지했던 관련국들과 공조하는 외교활동을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권리조약 별도 모니터링 기구 설치에 '귀추'

한편, 12조에서는 장애인의 법적 권한의 행사권(legal capacity to act)과 후견인제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캐나다, 호주, 미국, EU, 코스타리카, IDC가 공동작업으로 수정안을 제시했고 3일 오전 이에 대한 짧은 토의를 했지만, 새 수정안을 전면 거부하고 당초 의장안을 지지하는 국가가 있는 등 아직도 결론을 못낸 상태이다.

17조는 장애인에 대한 강제치료, 강제불임과 사전동의의 문제에 대해 아직 합의를 못 보고 있다.

32조 국제협력에 대해, 미국 등 별도조항을 두지 않고 4조 일반의무에 반영하자는 국가가 있고, 국제협력이 국내의무 불이행의 핑계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조문을 포함시키는 문제가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33조와 34조의 모니터링은 이번 회의에서 충분한 토의를 하지 못했고, 유엔 차원에서의 모니터링제도 개선작업이 진행 중이라 8차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애인권리조약 모니터링 기구를 별도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인권조약기구와의 단일한 기구에 참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각국의 입장차이가 드러나 있다. 유엔개혁작업을 촉구하고 있는 미국, EU 등은 별도기구의 설치를 반대하고 있으며, 한국정부도 유엔개혁작업에 동조하는 입장에 있어서 별도기구 설치에는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제엔지오 등은 장애인문제의 특수성을 감안하고 조약 이행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별도 모니터링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8차 회의는 8월 15일~25일까지

8차 특별위원회 오는 8월 15일부터 25일까지 2주간으로 예정되어 있다. 의장은 8차 회의 이전에 최종검토안을 완성하기 위해 국제법 전문가가 참여한 ‘초안위원회(drafting committee)'를 구성하여 운영하겠다고 했다. 의장은 이 위원회의 간사국으로는 리히텐슈타인을 지명했는데, 초안위원회는 의장수정안의 구조와 국제법적인 용어상의 문제 등 기술적인 측면만을 검토하고 내용에 대한 수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게 된다.

8차 회의에서는 합의에 어려움이 있는 몇 가지 조항을 중심으로 조약안 완성을 위한 최종토의를 진행하게 되는데, 특히 국제협력과 모니터링은 조약의 이행수준을 높이게 되는 중요하면서도 예민한 사항으로 격론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8차 회의에 대비하여, 정부와 엔지오 공히 장애여성조항, 모니터링 등에 대해 추가적인 의견제시를 할 수 있도록 조기에 준비해야 하고, 정부 각 부처의 폭넓은 검토가 있어야 하며, 특히 국내법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법률전문가들로부터의 의견수렴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 엔지오와 정부의 마지막 분발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