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장애통계, 척수장애인은 체감할 수 없다

유형 세분화와 세분화된 통계구축 맞춤형 복지 기본

2020-08-04     칼럼니스트 이찬우

국어사전에서는 통계에 대하여 ‘현상을 보기 쉽게 일정체계에 의해 숫자로 나타낸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장애와 관련된 통계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국립재활원에서 장애인실태조사, 장애인복지패널조사, 장애인 고용패널조사, 고용현황, 장애인건강통계 등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이다.

그런데 이 통계가 척수장애인에게는 체감이 떨어진다면 큰 문제인 것이다. 척수장애인으로써 그들의 통계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다른 장애에 억지로 맞추어지는 느낌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척수장애는 독립적인 장애유형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지체장애에 속해 있다. 지체장애는 등록장애인의 50%에 육박한다. 이 안에 다양한 장애유형이 몰려있다. 절단, 저신장, 소아마비, 근육장애, 척수장애, 관절장애, 척추장애 등 무수히 많은 장애유형을 담고 있다. 그 장애유형들은 신체적인 이유라는 공통점 외에는 장애원인도 특성도 욕구도 전혀 다르다.

이들을 얼버무려 나온 통계들에 대해 갸우뚱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법률상 어쩔 수없이 묶어서 통계치를 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그 안의 세분화된 장애유형에 대한 통계가 한번쯤은 나와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각 장애인단체에서 어렵사리 통계를 내놓고 있지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작년 말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장애등록 이후 삶의 변화(장애수용, 사회복귀 등)를 파악하고, 삶과 관련된 다양한 항목을 장기적으로 파악하여 향후 관련정책의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만들고자 ‘장애인의 삶 패널 조사’를 구축하고 1차로 2018년 보고서를 배포하였다.

패널조사(panel survey)는 주어진 한 표본의 조사 단위를 시간을 두고 반복 추적하는 조사이다. 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구주나 가구원까지 복수의 관찰결과를 제공하여 종단조사라고도 한다.

장애인의 삶 패널조사 영역별 구성지표 체계. ⓒ한국장애인개발원

하지만 이 보고서에 나오는 수 백 가지의 결과물이 척수장애인의 삶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당연히 가구주에 대한 여러 결과물들도 제대로 반영을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전체 조사대상인 5,800명의 16.1%가 지체장애인이고, 그 안에서 척수장애인에게 해당되는 상하지 기능장애는 그 안에서 19.3%에 해당되지만 이곳에는 소아마비나 근육장애인도 포함되어 있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수가 없다.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척수장애인은 전체 지체장애인 수의 3.5%였다.

그럼에도 지체장애라는 집단화를 통해 척수장애를 유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너무 다른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척수장애인들이 패널조사의 내용을 수용하려면 척수장애인과 관련된 별도의 조사결과 발표가 있어야 한다. 이제 막 시작한 패널조사를 폄하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장기적인 추적조사가 필요한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연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맞춤형 복지란 무엇인가? 가려운 데를 정확히 긁어주고 원하는 것을 콕 집어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패널조사의 목적처럼 장기조사를 통해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라면서 척수장애인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없다면 그들과는 동떨어진 제도가 계속 양산될 것이다.

‘장애인의 삶 패널 조사’를 하나의 예로 들었지만 다른 조사와 통계들도 체감도가 떨어지 는 것은 다르지 않다. 어떤 방법으로 장애유형에 맞는 세분화된 통계를 내놓을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결론적으로 유형의 세분화를 통해 통계의 세분화와 맞춤형 정책으로 이어져서 한다. 그래서 신뢰받는 맞춤형 복지제도가 완성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