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용, 개방성 문제가 최대 쟁점

보호고용 지지파와 일반고용 지지파로 갈려
사회보장 잘될수록 장애인고용 개방화 주장

2006-02-01     기고/하성준, 김동호

제27조 근로 및 고용

권리조약회의 9일차는 전날 이미 논의를 시작한 제27조 근로 및 고용과 제28조 적정한 삶의 기준과 사회적 보호에 대해 논의했다. 의장안 제27조 역시 이전에 다루었던 주제들과 마찬가지로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권리보장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내용이며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이슈화되고 있는 사항 중의 하나이기도한 주제이다.

제27조에 관한 토의에서 쟁점이 된 사항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장애인이 개방된 노동시장에서 근로와 고용이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본 조항에 담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캐나다, 미국, 수단 등이 의장안에 동의했고, 이스라엘, 태국, 유럽연합 등이 점진적인 통합이라는 원칙하에 보호고용(대체고용이라고 표현함)에서 일반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이들의 논의에 대해 IDC는 본 조항 내에 보호고용에 관한 내용을 삽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고 했다. IDC는 영국의 경험을 예로 들면서 장애인에게 대체고용이라고 표현하는 보호고용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결과적으로 장애인의 일반고용을 담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보호고용과 일반고용, 각국마다 입장차

이러한 논의에 대해서는 또 다른 측면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가마다 입장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장애인고용정책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각국의 현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보호고용이라는 형태의 대체고용을 인정하는 경우에 보다 쉽게 장애인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국가들이 있는가하면, 완전일반고용을 명시하고 여러 가지 공적·사적 고용주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편이 더 효과적으로 장애인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각국의 정책적 입장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날 논의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사회보장이 비교적 잘 되어 있는 국가들이 개방적 고용환경에서 접근성을 보장한 고용을 주장하는 편이었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보장이 다소 미흡한 국가들이 보호고용을 보다 강조하는 입장을 보였다.

제27조에서 두 번째로 쟁점이 됐던 것은, 국가의 장애인고용의무 강화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태국이 가장 적극적인 지지를 표했으며 수단, 예멘 등이 동의했다. 한편, 유럽, 엘살바도르 등은 민간기업의 장애인고용의무에 대해서도 공적 고용만큼이나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으며, 카타르 등 일부 이슬람 국가들은 고용주(employer)라는 표현 속에 공적, 사적 고용을 함께 표현하여 의미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제안들에 대해 의장은 공적 고용을 강조하자는 제안은 특별한 반대의견이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조약문에 반영하도록 하고 보호고용(대체고용)을 추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간 의견차가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겠다고 마무리 지었다.

세 번째로 논의가 되었던 점은 강제노동의 금지와 여성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에 관한 논의였다. 강제노동에 대한 방지에 관해서는 아르헨티나가 제안하고 ILO가 적극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여성장애인의 차별금지에 관해서는 수단과 IDC가 적극적인 발언을 했다. 의장은 강제노동에 대한 금지는 조약문에 추가하기로 결론짓고 여성장애인의 차별금지에 대해서는 여성관련 조항에 대해 명확한 결론이 나온 상태가 아니므로 유보한다고 밝혔다.

제28조 적정 삶의 기준과 사회적 보호

28조와 관련하여 쟁점이 된 사항은 크게 세 가지인데, 첫째, '사회보호(social protection)'라고 명시된 제목을 '사회보장(social security)'으로 수정하자는 안, 둘째, 제1항에 명시된 깨끗한 물에 대한 논의, 셋째가 제2항 제b호에서 빈곤감소 정책에 대괄호로 묶인 장애여성과 장애여아, 노인장애인을 특별히 강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였다.

첫 번째 쟁점주제였던 사회보호의 용어 수정에 대해서는, 자메이카가 보호(protect)가 복지(welfare)보다 광범위한 의미를 가지는 용어로써 적절한 선택이라고 말했고, 말리와 세네갈은 사회보호라는 말이 사회보장이라는 말보다 폭넓은 대상을 표현하는 말이라고 주장했으며, 우간다는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은 사회보장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이러한 국가들에 대해 사회보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용어선택이 아니라고 제안했다.

한편, 콜롬비아는 사회보호라는 용어가 매우 불분명하고 난해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사회보장이라고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대해 캐나다, EU, 몬테네그로, 이스라엘, 시에라리온, 모로코 등이 지지했다. 또 다른 제안으로 노르웨이는 사회보호를 사용하건 사회보장을 사용하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제안했으며, 수단은 사회보장이 더 적절해 보이지만 보호라는 개념이 가진 구체성을 고려할 때 사회적 지원(social assistance)으로 용어를 고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사회보장에 관련하여 용어에 대한 논란들은 각국의 사회보장제도의 유무와 종류, 그 성격의 차이에게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도 논란

깨끗한 물에 대한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되는데 하나는 현재 제1항에 들어 있는 내용을 보다 구체적인 사항을 다루고 있는 제2항 제c호로 이동하는 것과 깨끗한 물(clean water)이 가지는 의미가 불분명함으로 이를 식수(drinking water)로 수정하자는 제안이었다. 깨끗한 물에 대한 첫 번째 논란이었던 위치이동의 문제는 이란이 제안했으며 수단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동의를 표했다. 식수라는 용어로 수정하자는 안은 캐나다, 멕시코, 수단 등이 동의했다. 그러나 일본, 미국 등은 이러한 표현이 원칙적인 내용을 다루는 제1항에 다루기는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고 전제하고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EU는 식수로 변경하는 안 외에도 식수라는 말과 함께 사용되는 “에 접근할 수 있는”에 equal을 추가하여 “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으로 수정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중국은 깨끗한 물을 식수로 수정하는 것 외에도 식수와 함께 먹을 것과 입을 것에 대한 부분까지 함께 명시하자고 제안했다.

제28조에 관한 마지막 논란은 제2항 제b호에 있는 대괄호에 관한 것으로 여기에 대한 각국의 제안은 다음과 같았다. 자메이카는 차별받는 것은 남성장애인도 마찬가지이므로 굳이 여성장애인이나 아동장애인을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하고 대괄호 내용 자체를 모두 삭제하자고 제안했다. 이란, 러시아, 캐나다, 사루비아 몬테네그로 등은 여성과 아동이 남성이나 성인에 비해 취약한 계층이므로 이들에 대한 취약성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대괄호의 내용을 유지시키자고 제안했다. 또한 엘살바도르는 여성장애인, 소년장애인, 소녀장애인 및 장애청소년 등 대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자고 제안했고, 중국은 소녀를 아동으로 수정할 것을 제안했으며, 이스라엘은 대괄호부분과 관련하여 여러 나라의 상이한 제안이 있으므로 퍼실리테이터(조정촉진자) 미팅을 통해 이 쟁점을 다시 한 번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상의 논의에 대해 의장은 적절한 생활수준이라는 용어는 이미 다른 조약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사회보호라는 용어도 포괄적인 의미에서 해석될 수 있는 용어로써 제목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하고, 그러나 많은 국가들이 사회보장으로의 수정을 요구한다면 재검토할 수 있음을 밝혔다. 깨끗한 물에 대해서는 삭제나 이동에 대한 제안보다는 식수로의 변경에 대한 제안이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되므로 식수로의 수정을 고려하고 접근할 수 있는 이라는 의미의 ‘access’ 앞에 동등한 이라는 의미의 ‘equal’을 삽입하는 문제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대괄호의 삭제에 관해서는 구체적 대상의 표현을 유지하기 위해 대괄호만 삭제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임을 밝혔다.

장애여성조항, 이중구조방식으로 귀결되나

한편, 이날 오후에는 장애여성조항과 관련하여 퍼실리테이터 미팅이 있었다. 퍼실리테이터(테리시아 제너거, 독일 대표)는, 제6조와 관련조항에 장애여성문제를 언급하는 ‘이중구조방식(twin track approach)’과 6조를 두지 않고 ‘일반의무’를 포함하여 관련조항에 장애여성문제를 언급하는 ‘주류화방식(mainstreaming)’에 따른 대안을 모두 제시하고 이에 대해 각국의 의견을 들었다. 역시 EU는 기존의 주류화를 고수하는 강력한 입장을 표명했다.

코스타리카가 이를 지지했으나, 캐나다, 호주 등이 이중구조방식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게 되면서 오히려 지지세가 많이 약화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중구조방식을 차선의 대안으로 염두해 두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고무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속단은 금물. EU의 입장이 완강하고 퍼실리테이터의 제안이 어떤 완성도로 제시되는가가 아직 문제로 남아 있다. 이중구조방식과 주류화방식은 어떻게 보면 종이 한 장 차이로, 6조가 4조의 일반의무의 한 조항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한국대표단은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이날 퍼실리테이터 미팅에서 단독조항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금 분명히 하고, 다만 이중구조방식에 유연한 입장을 가질 수 있음을 가볍게 언급하기만 했다.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의장안(Chairman's text)

제 27조 근로 및 고용

당사국들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입장에서 장애인의 일할 권리를 인지해야 하며 이것은 장애인이 자유스럽게 선택하거나 노동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된 직업과 장애인에게 개방적이고 통합적이며 접근 가능한 근로환경을 통하여 삶을 영위할 기회를 가질 권리를 포함한다. 당사국들은 공공부문에서 장애인 고용을 통한 사례를 만들어 가야하고 기타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여 다음의 방법을 포함하여 일할 권리의 구현을 보장하고 촉진해야 한다.

(a) 동등한 가치, 안전 및 쾌적한 작업환경 및 불편사항의 시정에 대한 기회균등 및 평등보상이 포함된 모집, 채용 및 사용, 고용 연장, 직업 개발, 업무환경의 조건과 관련해서 법을 통해 장애인을 보호함.

(b)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국내법에 준거하여 장애인의 근로 및 노동조합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함.

(c) 일반 기술 및 직업 지도 프로그램과 배치서비스 및 직업/지속 훈련에 장애인이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함.

(d) 구직, 취업 및 유지, 그리고 직장복귀에 대한 지원뿐만이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장애인의 고용의 기회와 직업개발을 증진함.

(e) 자가 고용, 기업경영(entrepreneurship) 및 자영업의 기회를 촉진함.

(f) 적극적 조치 프로그램 (affirmative action program), 인센티브제 및 기타 수단이 포함된 적절한 정책과 조치들을 통해 고용주들이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권장함.

(g) 사업장에서 장애인들에게 합리적인 편의제공을 보장함.

(h) 공개 노동시장에서의 장애인이 직업경력을 획득하도록 촉진함.

(i) 장애인을 위한 직업훈련 및 전문 재활, 직업유지 및 직장복귀 프로그램을 증진함.

제 28조 적정 삶의 기준과 사회적 보호

1. 당사국들은 장애인 자신과 그들의 가족이 풍요로운 의식주를 영위하는 것을 포함하는 적절한 삶의 기준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인정할 뿐만이 아니라,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성을 포함한 생활환경조건을 지속적으로 증진할 권리를 인정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수립하여 장애로 인한 차별 없이 본 권리를 보장하고 증진하도록 한다.

2. 당사국들은 사회적 보호에 대한 권리와, 장애로 인한 차별 없는 권리를 장애인이 누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아래의 사항을 포함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 권리의 구현을 위해 보호하고 증진하도록 한다.

(a) 장애에 관련된 필요에 따른 적절하고 저렴한 서비스 및 기타 지원에 대한 접근을 보장함.

(b) 사회보호 프로그램과 빈곤감소 정책에 대한 장애인, 〔특히 장애여성과 장애여아, 노인장애인〕의 접근을 보장함.

(c) 빈곤한 생활을 하는 장애인과 그들의 가족들이 장애 관련 지출을 지원하는 당국의 지원(충분한 훈련, 상담, 경제적 보조 및 단기보호를 포함)에 접근하는 것을 보장함. 이러한 프로그램의 개발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d) 장애인의 공공주택 프로그램 (Public housing programmes) 참여를 보장함.

*이 글은 지난 1월 16일부터 시작된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7차 특별위원회에 정부대표단으로 참석하고 있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한국추진연대 김동호(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초안위원과 엔지오대표단으로 참석하고 있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고용지원센터 하성준 소장이 보내온 글입니다. 오는 2월 3일 회의가 끝날 때까지 우리나라 대표단의 생생한 현장 소식 브리핑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