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아이와 직박구리

장애통합반 인성교육을 생각해 본다

2020-04-27     칼럼니스트 최순자

내가 한동안 다녔던 동네 도서관에서 다운증후군 아이를 자주 만난 적이 있다. 그 아이는 도서관 터줏대감처럼 그 누구보다 열심히 도서관에 나왔다. 내가 그 아이를 제일 많이 보았던 곳은 정보검색실이었다.

도서관 정보검색대. ⓒ최순자

아이는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했다. 가끔은 구내식당이나 복도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걱정이 없는 얼굴이었다. 지금은 어디선가 그림을 그린다는 소식을 건너들었다.

나는 류시화 시인의 ‘직박구리의 죽음’이라는 시를 통해, 비로소 다운증후군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인용 부분이 조금 길지만, 아이의 마음을 중간에 자를 수 없어 적어본다.

“오늘 나는 인간에 대해 생각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가령 옆집에 사는 다운증후군 아이는/ 인간으로서 어떤 결격사유가 있는가/ 그날은 그해의 가장 추운 날이었다/ 겨울이었고 대문 두드리는 소리에 밖으로 나가 보니/ 그 아이가 서 있었다/ 죽은 새 한 마리를 들고//

늘 집에 갇혀 지내는 아이가 어디서/ 직박구리를 발견했는지는 모른다/ 새는 이미 굳어 있었고 얼어 있었다/ 아이는 어눌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뜰에다 새를 묻어 달라고/ 자기 집에는 그럴 만한 장소가 없다고//

그리고 아이는 떠났다/ 경직된 새와 나를 남겨 두고/ 독백처럼 눈발이 날리고/ 아무리 작은 새라도/ 언 땅을 파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흰 서리가 땅속까지 파고들어 가 있었다/ 호미가 돌을 쳐도 불꽃이 일지 않았다//

아이가 돌아온 것은 그때였다/ 다시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아이는 신발 한 짝을 내밀며 말했다/ 새가 춥지 않도록 그 안에 넣어서 묻어 달라고/ 한쪽 신발만 신은 채로/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을 하고서/ 새를 묻기도 전에 눈이 쌓였다(이하 생략)”

직박구리. ⓒ네이버 백과사전

위 시에서 다운증후군 아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시인이 묻고 있듯이 무엇이 인간이게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과학자들은 인간을 ‘생각하는 별’이라 한다. 현생 인류를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으로‘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 칭한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사람을 생각하는 별이라 부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다운증후군은 잘 알려져 있듯이 염색체 이상으로 생긴다. 인간은 23쌍 46개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다운증후군은 21번째 염색체가 하나 더 있다. 총 47개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얼굴이나 신체구조에 특징적인 모습이 나타난다. 통계적으로 750명당 한 명 정도 나타나는 증상으로 본다.

세상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보는 그 모습, 어쩌면 하나 더 있는 염색체가 인간이기를 결정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인성교육을 강조한다. 이 시의 주인공 다운증후군 아이야말로 인성이 제대로 갖춰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지. 그렇다면 이 아이들과의 통합교육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인성교육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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