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들의 의식구조 엿보기-②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인성교육

2006-01-02     칼럼니스트 박주희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데리고 갔었다. 그 곳은 동네 개인병원이었는데, 정문 왼쪽으로 경사로가 만들어져 있어서 아이가 아프면 그 병원을 주로 이용한다. 그런데 문제는 경사로가 되어있어도 불편하기는 매한가지인 것이다. 갈 때마다 경사로 입구에 차를 대놓기가 일쑤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내가 갈 때마다 병원 사람들이 나와서 우왕좌왕 거린다. 차를 빼긴 빼야하는데, 차주가 누군지를 몰라 설왕설래 하다가 결국 차주가 나타난다. 그러나 정 나타나지 않을 경우엔 남자들이 전동휠체어를 통째로 들어올리기도 한다. 들림 받는다고나 할까? 사실 장애여성들은 이 들림 받음이 영 달갑지 않다. 할 수 없어서 들림 받는 것인데 사람들은 속도 모르고 기분 좋겠다고 말한다.

그날도 예외 없이 차가 경사로 입구에 놓여져 있는 것이었다. 차를 빼야만 올라갈 수 있는데 병원 관계자가 아무도 보이질 않고 단지 입구 앞에서 어떤 남자가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남자가 통화가 끝나면 도움을 요청할까 생각하고 있었다. 난 그 남자가 그 병원에 온 환자의 보호자 정도 되는 사람인줄 알았다. 그 사람도 나를 봤지만 무시한 채 한참을 통화를 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것 같아 아이에게 병원에 들어가서 사람을 불러오라고 말했는데, 아이가 그날따라 좀체로 말을 듣질 않는 것이었다. 길 한복판에서 아이랑 싸울 수도 없고 해서 병원 문 앞에서 병원으로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병원 사람이 나오고 다른 남자도 나오고 해서 역시 억지로 들림(?) 받아서 병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어이없는 것은 병원 문 밖에서 휴대폰으로 한참 통화하고 있던 남자가 그 병원 관계자였던 것이다. 들어가지 못해서 초조해하는 모습을 통화 하면서도 봤으면서 무시를 했던 것이다. 아니 설령 병원 관계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왜 그러냐고 물으련만 글쎄 얼마나 화급을 다투는 일로 통화는 하는지 알 순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올려주고 난 다음에야 자기도 비로소 올라와서 아는 척을 약간 하면서 원무과 쪽에 들어가서 일을 보는 것이 아닌가. 내 참 기가 막혀서......장애인이 병원에 올리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고 병원에서 일 할 가치도 없는 사람 아닐까?

한 번은 이런 경우도 있었다. 내가 길을 가는데 차가 후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차 뒤로 어떤 아가씨가 그 차가 자기 쪽으로 오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그 차에 탑승하려는 의도였다. 차는 천천히 후진하고 있었기에 내가 먼저 지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 그 아가씨에게 ‘잠깐만요!’라고 얘기했다. 그 아가씨가 충분히 차를 스톱 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아가씨는 개의치 않고 계속 차가 후진하도록 유도만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래도 그 아가씨가 어떤 뜻이 있어서 그러려니 생각하고 계속 기다렸다. 그러나 그 아가씨는 차만 자기 쪽으로 안전하게 오게 하고는 자기에게 양해를 구했던 나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차만 타고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그 때 마침 아이도 옆에 있었는데 아이가 ‘무슨 저런 이모가 다 있냐’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런 식의 경험을 할 때마다 막말로 기분 드럽다. 대다수는 아니라하더라도 어찌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이러할까? 내가 장애인이 되어보지 않았다 해도 그 정도는 기본 에티켓 아니겠는가?

그런 식으로 무시당하는 경우는 어쩌면 약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그보다 더한 경우도 겪어봤으니까. 그러나 이런 일을 경험할 때마다 사람들의 인성교육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고 내 아이부터 제대로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를 보고 자라는 딸아 너는 결코 그러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