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 펜을 다시 들고자 하는 이유

2020-01-07     칼럼니스트 김경미

필자는 2017년 '똑!똑! 안녕하세요.' 칼럼방에 1년간 글을 올렸었다. 그 시점의 필자는 실명한지 5년 그리고 장애인으로 불리며 세상 밖으로 나온지 2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비장애인으로 살았던 38년과 장애인으로 살아갈 남은 여생 사이에서 정체성은 혼란 상태였고 비장애인들 속에서 나 홀로 장애인으로 대학 생활을 하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부당한 처우에 싸움닭처럼 언제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냈던 시간들이었다.

글을 쓴다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았지만 머리와 마음에 휘몰아치던 생각과 감정을 글을 쓰며 차분히 정리하고 성찰하면서 내적 자아를 키우는 등 감정의 찌꺼기를 비울 수 있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책상 위에는 2020년 달력이 떡하니 올라와 있다. 시간은 참 더딘 것 같은데 세월은 정말 빠르구나 싶다.

이제 필자는 40대 중반의 막강한 정신력과 입담을 가진 아줌마가 되었다. 부산 토박이로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란 필자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모성애를 장착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무시라는 비바람을 맞으며 그 누구보다 파워풀한 아줌마가 되었다.

물론 2년 전에도 그 전에도 아줌마로 지냈지만 겉모습만 그러했을 뿐 내면은 아가씨와 아줌마의 그 어느 중간쯤이었던 것 같다.

실명으로 딸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안쓰러움에 언제나 마음 한구석은 짠했고 세상밖 비장애인의 무시에 억울해하며 눈물을 흘린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필자는 더이상 마음 아파하지도 눈물 흘리지도 않는다. 딸아이에게 해주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미안함과 안쓰러운 마음은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찾는 데 집중하고 비장애인의 편견과 무시에 억울해하며 눈물 흘리는 대신 그건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게 되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사회 인프라들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비록 오늘날 우리 장애인들은 힘들더라도 다음 세대를 살아갈 또 다른 장애인들과 필자의 딸아이처럼 장애 부모나 장애 형제를 가진 비장애인들이 사회로부터 소외당하지 않고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차별과 편견 없이 하나 되길 희망하며 지난 2년간 필자는 학교와 공공 및 민간기업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였고 지금도 활동 중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장애인에게 온전히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마음에 확고한 빗장을 걸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분리시키려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필자가 느낀 것은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소통의 부재로 제대로 알지 못함에서 비롯한다는 걸 느꼈다.

결국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비합리적 사고는 그들만의 잘못은 아닌 것이다. 2년간의 공백과 글을 쓴다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다시 칼럼을 기고하고자 마음먹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칼럼에서는 단순히 사회 및 비장애인들의 편견과 차별에 대해 토로했다면 앞으로의 칼럼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장애인이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하려 한다.

필자의 글을 보며 누군가는 공감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이해할 것이며 또 누군가는 “별 것 없네”할 것이다. 옳고 그름을 말하기보다 비장애인들이 알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할 장애인의 삶을 허심탄회하게 들려주려 한다.

그 이야기 속에는 장애 유무를 떠나 우리 사회 모든 이들이 고민하고 경험하는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공통분모 속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은 어떻게 느끼고 삶을 풀어나가는지 들려주려 한다. 1년간 쓰게 될 필자의 이야기를 통해 장애인들의 일상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고정적인 입장이나 관점에서 벗어나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