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도 버스 타고 싶다’ 국민청원
정류장 정보·번호 파악 어려움…“이동권 보장” 촉구
“더 이상 모르는 사람에게 버스 번호를 물어보거나 버스 번호를 물어봤던 사람이 자리를 떴는지 초조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기사님께 버스 번호를 여쭤봤을 때 문을 닫고 떠나버리는 버스와 내려야 하는 곳에서 내리지 못해 느끼는 불안함에 외출을 회피하고 싶지 않습니다.”
전맹 시각장애인이자 한국시각장애대학생회장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시각장애인도 버스를 탈 수 있게 해주세요’라며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른 시각장애인 이동권 문제 개선을 촉구했다. 이 청원은 28일 오전 9시 현재 745명이 서명한 상태다.
청원인은 “중도로 전맹 시각장애인이 된 후 다양한 어려움과 마주했지만, 그 중 가장 접근하기 불편했던 것이 대표 이동 수단 중 한 가지인 버스였다. 135명의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중 전맹 시각장애인의 82% 역시 가장 이용하기 어려운 교통수단으로 버스를 꼽았다”고 운을 뗐다.
청원인은 신문고를 포함한 몇몇 민원 창구를 통해 해당 사실에 대한 불편함을 접수했으나, 적절한 대처는 이루어지지 않아 당사자로서 버스 이용 시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 140명 이상의 시각장애인의 의견을 모았고, 서포터즈(53인)를 결성해 불편사항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먼저 ‘버스정류장 정보를 알 수 없다’는 문제다.
청원인은 “버스정류장을 찾기 어렵고, 올바른 위치에 있는지 확인할 길 또한 없고, 어떻게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고 할지라도 해당 버스정류장에 대한 정보(이름, 정류장고유번호 등)를 알 수 없어 혼란을 겪는다”면서도 “점자로 버스 정류장의 정보를 표기하게 되면 시각장애인은 해당 표지판을 찾는 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리모컨을 통한 음성 출력 기반의 솔루션이 필수”라고 제언했다.
또 ‘버스 번호를 파악할 수 없어 탑승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135명의 시각장애인 응답자 중 116명은 버스 번호를 인지할 수 없어 버스 탑승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는 것.
정류장에서 '00번 버스가 곧 도착합니다.'라는 안내음이 송출된다고 할지라도 버스가 안내된 순서대로 진입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버스에 탑승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청원인은 “시각장애인이 리모컨을 통해, 혹은 앱을 통해 어떤 동작을 취했을 때 버스 앞문 위쪽에서 해당 버스의 번호를 안내음으로 재생하는 방식의 솔루션이 필요하다”면서 “이 방식은 버스 번호를 인지할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앞문의 위치를 간접적으로 알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하차벨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고 들었다. 내려야 하는 정류장에서 하차하기 위해서는 하차벨을 눌러야 하지만, 하차벨 위치를 알 수 없어 내려야 했던 정류장보다 한 정류장을 지나쳐 내린 경험을 한 당사자가 적지 않았다는 것.
청원인은 “사람이 붐비는 버스 안에서 자신의 하차를 알리기 위해 기사님께 큰 목소리로 말씀드리는 것은 시선을 집중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서는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고, 하차벨을 누르지 못해 기사님이 계신 앞문까지 걸어 나오기에는 버스가 운행 도중이라 위험하다”면서 “자리에 앉아서도 안전하게 하차벨을 누를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방식은 시각장애인 뿐 아니라 60세 이상의 노약자, 임산부, 지체장애인, 발목 염좌 등의 사유로 일시적 장애를 경험하는 승객 등의 소비자들에게도 효과적인 솔루션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인공지능의 발달과 더불어 인간이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은 버스를 이용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운전 면허를 취득할 수도, 매일매일 택시만을 이용할 수도, 지하철이 없는 곳은 모두 도보로 다닐 수도 없는 현 상황에서 이미 잘 구축되어 있는 버스에 시각장애인도 함께 탈 수 있도록 솔루션 설치를 정책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타야 하는 버스를 3대나 놓쳐 학교와 직장에 지각하는 시각장애인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어야 하는데 버스를 타지 못해 제때 데려다주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부모님들, 친구를 한 번 만나려고 해도 이동 문제로 불편함을 경험하는 시각장애인 등을 고려한 해결책을 개인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이동권 보장을 촉구했다.
한편, ‘시각장애인도 버스를 탈 수 있게 해주세요’ 국민청원은 오는 12월 27일까지 진행되며, 참여는 링크(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3770)를 통해 하면 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