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있는 장애인은 고소득? 억울해!”

“세금 아까워 지원 폐지하려고 편 나누기하나”
장애인들, 정부 형평성 논리에 조목조목 ‘반박’

2005-12-10     신지은 소장섭 기자
장애인들이 LPG 지원제도를 폐지하려는 정부에 대해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장애인차량 LPG연료 세금인상분 지원사업을 폐지하고, 교통수당을 신설하려는 계획에 대해 장애인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가 지난 10월 19일부터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2월 10일 현재 총 1666명의 설문 참여자 중에서 무려 82%인 1천362명이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계획에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반면 17%인 282명만이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22명은 기타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장애인들은 에이블뉴스 게시판과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서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기존 LPG제도를 폐지하려는 근거로 고소득장애인과 저소득장애인의 ‘형평성’ 문제를 들고 있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들은 왜 이토록 LPG 세금인상분 지원사업 폐지를 반대하는 것일까? 왜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형평성’ 논리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에이블뉴스 게시판과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진 장애인들의 입장을 정리했다.

“조삼모사…장애인들이 원숭이인가?”

먼저 장애인들의 일차적인 반응은 한마디로 이해할 수 없다며 분노를 표시했다. 특히 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의 형평성 논리를 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컸다.

‘이종원’이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없는 사람 등쳐서 없는 사람들 도와주려는 이런 발상은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지. 밑에 놈들한테 줄 돈은 딱 정해져 있으니깐, 그 돈 가지고 너희들 끼리 지지고 볶아라는 식이군. 조삼모사라는 말이 딱 맞는구먼, 장애인을 무슨 원숭이로 생각하고 있으니”라며 비꼬았다.

'짱순이'이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장애인에게 골고루 혜택을 준다는 건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아무런 말이 없다가 왜 그런지"라며 그동안 정부가 장애인들 사이의 형평성에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을 꼬집었다.

[리플달기]‘LPG 지원제 폐지, 교통수당 신설’ 의견을 듣습니다

"차 있으면 잘사는 것인가?"

장애인들은 일제히 ‘차있는 장애인들은 고소득 장애인’, ‘차 없는 장애인은 저소득장애인’이라는 구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무현우당 주기기’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정부는 어떤 통계치를 가지고 차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은 부자이고, 없는 장애인은 가난하다는 논리를 만든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근거를 요구했다.

LPG차로 생계를 유지하고 살고 있는 2급 청각장애인이라고 소개한 ‘가을비’씨는 “차 있다고 다 잘 사는 것 아니다. LPG 면세 받는 거 빼앗아다 차 없는 장애인 교통수당 준다, 이쪽에서 빼앗아 저쪽에다 준다, 한마디로 복지가 거꾸로 간다"고 꼬집었다.

장애아동의 부모라고 소개한 ‘차없다’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많은 장애아동들의 이동을 위해 부모들이 무리해서 차량을 구입해 운행을 하고 있으며 현 제도가 그나마 도움이 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그것을 경제력이 있는 장애가정이라 말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블뉴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장애인들의 대부분은 현재 정부계획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에이블뉴스>

"대안 이동수당 없어서 차 산다"

이와 관련 ‘소득이 많아서 차를 사는 것이 아니고, 선택할 수 없는 이동수단이 없어서 차를 산다’고 항변하는 의견이 많았다.

‘wkddoshehdwk’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차를 가진 장애인들은 ‘경제력’이 있어서가 아니고 이동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차를 산다”며 “교통수당제도는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근본적인 대안도 아니며 그나마 있던 복지정책마저도 없애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혈우병을 앓고 있는 3급 지체장애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상욱씨는 "저와 같은 중증 장애인들에게 자가용은 사치의 차원을 떠나서 그야말로 발과 같은 도구"라며 "LPG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면 하루하루 어렵게 사는 많은 장애인들은 자가용 운행을 못하게 되고 그러면 과거처럼 피눈물을 흘리며 출퇴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동관’이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시골에 사는 나로썬 버스도 하루에 2번 올까 말까다. 하루에 차가 없으면 꽁꽁 묶이고 못 다닌다. 돈 없어 돈 꿔서 차 샀더니 나보고 차 있다고 중산층이라더냐. 겨울에 눈 오고 날씨 나쁘면 버스도 안 오는 동네 산다. 그래도 체인치고 병원 다닐련다”라고 꼬집었다.

"대중교통 접근권부터 보장하고, 폐지해야"

이에 따라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권 보장도 없이 LPG 지원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김상욱씨는 "다리가 불편한 사람에게 공공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얼마나 지옥같이 끔찍한 일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모를 것"이라며 "장애인을 위한 LPG 면세를 중단하실 거라면 장애인들이 택시를 저렴하게 이용한다거나 콜택시 제도를 완비한 상태에서 실시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차량은 정부에서 다시 사 가야"

또한 LPG 지원제도를 폐지하려면 ‘정부가 LPG 차량을 사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즉 경제력이 없기 때문에 혜택이 없으면 차를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강성용’이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올 3월 달에 lpg차를 60개월이라는 장기할부로 구매해서 월 230,000원씩 들어가고 있는데 내가 형편이 좋다면 일시불로사지 왜 장기 할부로 끊었겠습니까? 차가 필요하면 대출도 해주면서 이제 와서 폐지한다면 내차 정부에서 다시 사가시오”라고 요구했다.

‘강민수’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LPG 지원 제도 폐지해도 좋은데 참새똥만한 250리터 할인 보고, 어렵게 장만한 이 차 정부에서 다시 사가기 바란다. 복지가 더 좋아져도 시원찮을 판국에 왜 쓸데없이 편싸움을 유발하느냐 이 말이다”고 꼬집었다.

"LPG 면세, 교통수당 동시 실시"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교통수당을 신설하려면 별도의 예산으로 만들고, LPG 지원제도는 유지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열받네’의 아이디를 가진 누리꾼은 “결국 형평성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해법을 찾기를 원한다면, 장애인에 대한 LPG 면세 & 교통수당 지급정책을 동시에 행하는 겁니다. 장애인 각자가 자신에 맞는 복지정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심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ㅅㅅ’이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중증장애인은 차가 손과 발인데 LPG 지원제도를 없애면 장애인을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중증장애인에겐 그대로 LPG를 지원하고 나머지 장애인들에겐 장애등급에 따라 수당을 지급 하는 게 형평성에 맞다”고 밝혔다.

‘한심’이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현 지원 내에서 차량소유장애인과 차량비소유장애인의 이질감 나게 만들고 현재 장애인예산에서 쪼개 쓰기를 하며 전체 장애인을 울리는 열우당은 각성해야한다. 크게 생각하고 크게 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