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차별금지법안 베일을 벗긴다

장애, 성별 등 총 20개 분야 차별금지
대통령이 차별금지 기본계획 수립토록

2005-10-29     김유미 기자
지난 3월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국가인권위원회 점거농성을 벌이면서 내걸었던 대형 현수막. <에이블뉴스 자료사진>

베일 속에 가려졌던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차별금지법안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노무현 정부의 출범이후 이 법안의 제정을 추진하면서 한번도 그 내용을 일반 국민에 공개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현재 이 법안을 인권단체, 차별 전문가, 정부기관 등과의 간담회 및 공청회 등을 통해 대내외 의견을 수렴하고 이후 수정·보완 작업을 진행해 12월 이후 인권위 안으로 확정,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과연 인권위가 추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안은 어떠한 내용으로 얼개를 잡아가고 있는지 에이블뉴스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총 4장 39조로 구성=인권위의 차별금지법안(2005년 9월말 현재)은 총 4장 39조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은 ‘총칙’(제1장),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차별시정 의무’(제2장), ‘차별금지 및 예방조치’(제3장), ‘차별의 구제’(제4장)로 구성됐다.

먼저 ‘총칙’은 목적, 금지대상 차별의 범위, 차별금지의 예외, 용어의 정의, 차별금지, 다른 법률 및 제도와의 관계, 적용범위를 다루고 있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차별시정 의무’는 차별시정기본계획의 수립, 중앙행정기관의 장 등의 세부시행계획의 수립,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사용자의 자료보존 의무를 다루고 있다.

‘차별금지 및 예방조치’는 고용, 재화·용역·교통수단·상업시설·토지·주거시설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직업훈련, 괴롭힘, 차별예방을 위한 조치를 다루고 있으며, ‘차별의 구제’는 구제의 신청,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이의신청, 소의제기, 법원의 구제조치, 손해배상, 증명책임, 소송지원, 정보공개의무, 불이익 조치의 금지를 다루고 있다.

▲차별금지법 목적=차별금지법안 제1조에 따르면 이 법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로 인한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금지대상 차별의 범위=금지대상에 해당하는 차별의 범위는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생활,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학력·출신교육기관,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 20개 분야에 걸쳐있다.

▲차별금지의 예외=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나, 현존하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을 잠정적으로 우대하는 행위와 이를 내용으로 하는 법령의 제·개정 및 정책의 수립·집행의 경우는 차별이 아닌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법 적용 범위=대한민국 국민·법인과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 있는 외국인·법인에 대해 적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헌법상의 평등권과 관련한 법률을 제·개정하는 경우나 관련 제도 및 정책을 수립하는 경우에는 이 법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이 차별시정기본계획 수립=인권위가 관계중앙행정기관의 협의를 거쳐 5년 단위의 차별시정을 위한 기본계획 권고안을 마련해 기본계획 시행 1년 전까지 대통령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은 이 기본계획 권고안을 존중해 차별시정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기본계획 권고안에는 차별시정정책의 기본방향, 추진목표, 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령·제도 개선 사항, 차별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 프로그램에 관한 사항, 차별시정을 위한 교육 및 홍보에 관한 사항, 기본계획 이행 모니터링 및 평가에 관한 사항, 차별실태조사 및 통계에 관한 사항, 그 밖에 차별시정 주요시책에 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장애에 대한 정의=장애를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요인에 의해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이 내용은 차별금지법안 제4조 용어의 정의 부문에 포함돼 있다.

▲차별예방을 위한 조치=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및 특정 신체조건을 가진 자 등(이하 장애인 등)의 참정권 행사와 행정서비스 이용을 위해 필요한 시설 및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수사·재판 절차 및 서비스에 있어서도 관련기관은 장애인 등에게 장애인이 아닌 자 등과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이를 위해 대통령령이 정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송은 청각장애인에게 자막, 문자, 수화통역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의료서비스 기관은 장애인 및 특정 신체조건을 가진 자 등에 대해 진료거부, 조건부 진료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의료행위와 무관하게 장애상태를 노출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사용자는 장애인 등이 장애인이 아닌 자 등과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근로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적절한 수단을 제공해야 하며, 교육기관의 장은 피교육자가 동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시설 및 교구 등에 있어 대통령령이 정하는 적절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단, 사용자가 경영상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교육기관의 운영상 과도한 부담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고 정하고 있다.

▲구제의 신청=법이 정하는 금지된 차별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 차별행위의 피해자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가 인권위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사와 구제에 관한 사항은 법에서 별도로 정하지 않는 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인권위의 권고 결정에 대해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행하지 않을 경우, 차별행위의 심각성, 공익성 등을 감안해 차별중지의 행위, 원상회복·손해배상 그 밖의 필요한 구제조치, 동일 또는 유사한 차별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직접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정이나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는 자에 대해 1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최초의 확정된 조정이나 시정명령이 있는 날을 기준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매 3월마다 해당 조치가 이행될 때까지 반복해 이행강제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손해배상과 증명책임=법규를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피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손해가 발생된 것은 인정되나 차별행위 피해자가 재산상 손해를 입증할 수 없을 경우에는 차별행위를 한 자가 그로 인하여 얻은 재산상 이익을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 손해로 추정한다.

차별행위를 고의적으로 반복하거나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차별행위를 한 자는 재산상 손해액 이외에 손해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배상금의 하한은 500만원 이상으로 하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차별행위로 인한 분쟁해결에 있어 차별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차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주장하면 상대방이 그러한 행위가 없었다거나 그렇게 조치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음을 증명하도록 하는 증명책임 조항을 두고 있다.

▲소송지원=차별행위로 인정된 사항 중 중대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피진정인이 이에 대한 결정에 불응한 민사사건에 대해 차별의 피해를 입은 자가 신청하는 경우에는 소송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소송지원 요건 및 절차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불이익 조치 금지=사용자 및 임용권자, 교육기관의 장이 차별행위 피해자가 구제절차의 준비 및 진행과정에서 차별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해고, 전보, 징계, 퇴학 그 밖에 신분이나 처우와 관련해 불이익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사용자 등은 차별행위 피해자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