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혁건, 장애인 편의 때문 대학원 포기

경희대 제1법대 수직형리프트에 대한 ‘두려움’
“장애학생 위해 장애인 편의 시설 개선해 달라”

2019-02-28     박종태 기자
28일 경희대학교 제1법대 건물을 방문해 2006년 설치된 수직형 휠체어리프트를 살펴본 결과 작동을 시켜보니 고장이 난 상태였고, 내부에 고장 시 연락할 수 있는 안내문구도 없었다. ⓒ박종태

“경희대학교를 사랑하는 한 명의 동문으로서 단 한 명의 약자를 위해서도 나눔을 베풀 수 있는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입학할 장애학생과 지금도 재학 중인 장애학생들이 조금 더 편리하게 학업을 이어나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 편의시설을 개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수 더 크로스 보컬 김혁건이 지난 25일 SNS에 열악한 장애인 편의 때문에 합격한 경희대 법무대학원 비학위과정 등록을 포기한 이유를 밝히며, 경희대 이사장에게 이 같이 부탁했다.

김혁건은 1999년 이시하와 더 크로스를 결성해 2003년 1집 'Melody Quus'로 정식 데뷔했다. 당시 타이틀 곡 '돈 크라이'(Don't Cry)와 후속곡 '당신을 위하여' 등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전역을 마치고 컴백을 준비하던 도중 오토바이 정면 충돌사고로 경추에 손상을 입었고 손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사지마비 진단을 받았다. 이후 재활에 성공해 휠체어를 타고 가수로 활동하는 것은 물론 에세이 ‘넌 할 수 있어’ 출간, 오디오북 제작 프로젝트 참여 등 다양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경희사이버대 학사를 마치고, 2006년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대중예술전공 석사과정에 입학한 후 교통로 인해 학업을 중단했지만 재활 후 휠체어를 타고 복학해 석사를 마쳤다. 이후 2017년 응용예술학과 박사과정에 입학, 이달 20일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더욱이 계속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어 경희대 법무대학원 비학위과정에 지원했다. 하지만 1월 26일 제1법대 건물에서 면접을 마치고 귀가 하던 길에 입구의 수직형리프트가 고장이나 영하의 날씨에 1시간가량 갇혀 있었다.

이에 김혁건은 “행정실에 전화했으나 잘 모르는 사항이었고 수직형리프트를 관리하는 긴급전화번호가 있어 전화했으나 한참 만에 전화를 받은 관리실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면서 “어쩔 수 없이 119 소방차가 출동해 벗어 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이후) 법무대학원 합격통보를 받았으나 시설이 개선되기 전까지 등록할 수가 없었다”면서 “담당자가 알아보고 이틀 뒤 전화를 주신다고 하여 기다렸으나 전화가 닷새 동안 오지 않아 직접 전화를 했는데, 다른 분을 바꿔 줬고 ‘자주 이런 상황이 발생하니 어쩔 수 없다’ ‘해줄 수 있는 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혁건은 결국 면접 심사를 나온 법학대학원 원장에게 전화로 “이 같은 상황 때문에 학업을 할 수 없게 돼 죄송하다”고 말하고, 법학대학원 등록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28일 제1법대 건물을 방문해 2006년 설치된 수직형리프트를 살펴본 결과 작동을 시켜보니 고장이 난 상태였고, 외부에 고장 시 연락할 수 있는 안내문구도 없었다.

경희대 관리과 담당자는 “제품 교체 등 다각도로 검토를 하고 있으며 우선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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