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위해 비워둬야 하는 자리가 있다

2019-01-31     칼럼니스트 이유정

최근 인터넷에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비워져있을 때 다른 용도로 활용해보자는 한 칼럼을 접했다. 이 글을 읽고 재작년 장애등급제 폐지 서명 운동을 했을 때 일이 떠올랐다.

지나가던 어떤 분이 자기 동네 장애인주차구역이 있는데, 보면 항상 비워져 있다고 20분 가까이를 우리에게 토로하셨다.

장애등급제 폐지 서명 운동하는 자리에서 그분은 장애인이 갖지 못하는 권리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전용구역이 항상 비워져있어 그곳을 쓸 수 없는 안타까움의 목소리였다.

’주차공간이 이렇게 모자른데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비어 있다‘며 애꿎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게 화살이 돌아오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아니라, 주차 시스템 문제에 있다. 대형 병원이나 대형마트, 쇼핑몰 등 몰리는 사람들에 비해 주차공간이 충분치 않아 항상 붐비기 일쑤다.

또한 날로 사람들의 차량 보유수는 늘어나는데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밀집되어 있고, 주차 시스템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지 못해 주차난이 발생하는 것이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왜 비워져 있어야 할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를 지하철 노약자석이나 임산부 배려석을 예로 설명하고 싶다.

임산부 배려석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임신 초기의 임산부들도 언제든 앉을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다.

노약자석은 언제 올지 모르는 보행이 불편한 어르신, 장애인, 임산부 등을 위해 노약자석을 항상 비워두는 걸 볼 수 있다.

이렇게 전용좌석이란 ‘보행상 불편이 있는 소수자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게 비워두는 자리’이다.

전용좌석 만큼은 오래 서 있지 않고, 양보해달라고 하지 않고, 눈치 보지 않아도 앉을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확보된 자리인 것이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일반주차구역보다 가로가 더 넓은 규격으로, 휠체어를 내려 옮겨 탈 수 있는 사이즈이며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위치한 곳이다.

그래서 보행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일반 주차구역을 이용하기란 어렵다.

나는 수동휠체어를 이용할 때면 종종 승용차로 이동하는데 막상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항상 비워져있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누군가 불법주차를 하거나 혹은 몇 자리 되지 않아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 어쩔 수 없이 일반 주차구역에 들어가 주차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휠체어를 옮겨 탈 공간이 충분치 않아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넓은 공간에서 옮겨 타야한다.

그럼 휠체어로 출입구까지 차 사이사이를 빠져나가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애를 먹게 된다. 지금도 충분히 장애인주차구역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장애인 편의 시설이 마련된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사람들이 이 제도를 지켜나갈 때 비로소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아무리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고, 이를 이해하지 않고 지키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라는 뜻이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비워져 있어 안타깝다고 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원래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언제 올지 모르는 장애인들을 위해 비워두는 자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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