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닮고 싶다

2005-05-03     칼럼니스트 김광욱

무더운 여름과도 같았던 4월의 마지막 날 소풍을 다녀왔다.

태양을 피하기 위해서는 나무 아래처럼 좋은 곳이 없었다.

초록의 풀들이 쑥쑥 자라나고 있었다.

우리의 발냄새와 땀냄새를 맡고 엉덩이에 짓밟힐지라도

풀들은 오히려 행복할 것이다.

희생을 통해서 인간들에게 편안한 안식을 제공을 했기 때문이다.

사랑은 이렇게 희생을 동반한다.

사랑은 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아픔과 희생을 감내하는 것이다.

그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행복하다면 사랑을 주었던 쪽이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것이다.

나무는 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우뚝 서 있다.

겨울에 앙상하게 있더니 어느새 새순이 돋고

푸르름이 느껴진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나무처럼 묵묵히 움직이지 않고

깊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싶다.

우리 인간은 나무에 비하면 얼마나 자유로운 존재인가?

비행기를 타고 해외 여행도 다닐 수 있고

산 꼭대기 정상에서 야호를 외칠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을 다 갈 수 있다.

하지만, 난 나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 왔었다.

어떻게 나의 삶의 열매를 맺어야 하는지 늘 고민했지만

답은 없었다.

삶의 대안을 찾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보내야 했다.

나무는 오히려 나보다 행복한 존재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고 반대로

나무는 산소를 내뱉고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그래서 인간과 나무는 서로 협력하며 공생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동서남북은 다 막혀 있다.어디로 가야 할 지 방향감각을

잃고 살지만 나무는 그렇지 않는다.

언제나 하늘을 향해 있다.

뿌리는 땅 아래에 깊게 자리하고 있다.

나무와 같은 삶을 살아야 겠다.

나무를 닮은 인간이 되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