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직업과 연금을 달라”
노동권 확보 및 연금제 도입 결의대회 개최
“장애인도 노동자다…대통령은 약속 지켜라”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살 바에는 죽는 것이 낫다고 한강 잠실대교 위에서 강물로, 지하철역에서 선로로 몸을 던져 장애인들이 목숨을 끊고 있다. 죽음으로써 항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4월 20일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하고 국가인권위 점거농성에 들어간 지 20일째를 맞은 지난 12일 오전 11시,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조직선전부 이상용 부장은 이 같은 말로 ‘중증장애인노동권확보와 장애인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행동 한마당’을 시작했다.
이날 결의대회는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이하 한뇌연)과 장애인연금제도도입및법제정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공동으로 준비됐다. 일할 수 있는 장애인에게는 직업이, 일할 수 없는 장애인에게는 연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촉구하는 것이 이번 결의대회의 취지였다.
먼저 중증장애인 노동권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이날 집회 주최 측이 내놓은 요구사항은 장애인도 노동자라는 인식으로 실질적인 장애인노동정책을 시행할 것, 중증장애인 노동권 말살하는 고용장려금 축소 전면 철회할 것, 일반회계로 장애인노동권보장에 대한 예산을 확보할 것 등이다.
또한 이들은 장애인연금법 제정으로 중증장애인의 자립적인 노동환경조성을 보장할 것, 비정규직 장애인노동자를 정규직화하고 이를 위한 노동환경 조성할 것, 장애여성노동자에 대한 할당제를 시행하고, 성폭력 근절대책을 마련할 것, IL센터에서 제공되는 장애인당사자들에 의한 자조서비스를 임노동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해 전면 지원할 것 등도 요구했다.
한뇌연 유흥주 회장(공대위 공동대표)은 “우리나라 헌법 제 15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정부는 장애인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정부는 장애인들도 이 땅의 당당한 국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장애인 연금법 제정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언론에서 약속한 ‘장애인연금제도 시행’에 대한 확고한 실천의지를 국민과 450만 장애인과 1천500만 가족 앞에 분명히 밝혀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는 더 이상 상습적인 변명으로 장애인을 기만하지 말고 장애인연금제도가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라”고 강조했다. 유흥주 회장은 “장애인연금제 도입을 바라는 모든 이들과 연대해 우리의 당연하고 절실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검은 옷을 입고 얼굴에 하얀 페인팅을 한 시위대를 가리키며 “살아 있지만 스스로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고 고통스러움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면서 “정부는 장애인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들을 보장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위원장은 “현재 독도 영유권 분쟁이 심각하다. 영토, 역사 지킴도 물론 중요하지만, 장애인들의 문제도 심각하다”며 무심히 지나는 서울 시민들에게 장애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