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타는 나는 그래도 좋아

김종선 시인 작품… “나와 세상 사이의 거리를 좁힌 시”

2015-12-28     칼럼/솟대문학
휠체어를 타는 나는 그래도 좋아. ⓒ이승범

휠체어를 타는 나는 그래도 좋아

김종선(남, 1958년생, 지체장애) 시인

진달래꽃 만방萬方에 흩어진 날

봄을 노래하는 청계산

벌거벗은 요염한 길은

몸을 비틀며 청계산을 오르라

유혹하지만 휠체어를 타는 나는

나는 청계산 품안에 안기지 못하네

그래도 좋아

봄볕 여물어가는 연못 위에

연꽃 낙관으로 들어앉고

청계산 손님 뻐꾸기 찾아들면

소금쟁이는 긴 다리로 학처럼 춤을 추네

저 혼자 춤을 추네

나는 연못 평지에서만 노는 소금쟁이

그래도 좋아 흥에 겨운 춤을 추네

김종선_ 월간 모던포엠 신인상. 휴먼스토리공모전 우수작 입선 외. 구상솟대문학상 최우수상(2015) 전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공동시집 『수평적 번짐의 상상력』 『나를 키운 바람소리』 외.

시평 : 나와 세상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시

방귀희(솟대문학 발행인)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 시에 크게 공감을 할 것이다. 휠체어는 나와 세상과의 거리를 만들어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시인은 차가운 도시에서 장애인차별철폐를 부르짖으며 온몸으로 저항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시를 썼다. 그는 시를 은유화시키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쏟아내었다. 그렇다고 그의 시가 거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의 시에 담긴 솔직한 정서가 겸손하게 독자를 향해 손짓하여 편안하다.

김종선 시인은 시 <휠체어를 타는 나는 그래도 좋아>를 통해 장애가 불행 요소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청계산 품안에 안기지 못해도 좋고, 긴 다리로 학처럼 춤을 추지 못해도 좋다며 장애를 초연히 받아들이고 있다.

김종선 시인은 2015년 구상솟대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다음과 같은 수상소감을 적었다.

-나는 대추나무를 좋아한다. 몇 번의 봄비를 맞고 느지막이 싹을 틔우며 가장 빠르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대추나무는 사유가 깊은 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싹과 꽃을 화려하지 않게 피우며 토실한 열매를 맺는 대추나무, 그런 대추나무를 닮고 싶다. 늦은 나이에 입문했지만 좋은 시를 쓰고 싶다.-

이렇듯 많은 장애문인들이 시를 쓰고 싶어 하고 또 시를 쓰고 있다. 1년 동안 에이블뉴스 컬럼을 통해 57편의 시를 소개하며 어줍지 않은 실력으로 시평을 썼다. 독자와 장애인문학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였다.

솟대문학 작가들이 시를 쓰는 이유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함이다. 그래서 장애인문학이 필요하며 문학의 가치는 위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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