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꽃

최종진 시인 작품…“등나무에 핀 꽃”

2015-03-30     칼럼/솟대문학
등꽃. ⓒ이승범

등꽃

최종진(남. 1957년생. 전신마비) 시인

한 방울의 눈물도 허락치 않네

모질게 꼬여

눈물겨운 네 꽃이 피기까지

숨 한 번 크게 쉬지도 못하였어라

박토에 뿌리내려

폭염을 가르고

이렇게 그럴싸한 그늘을 만들기까지

목말라 애태운 나날들이

온몸을 비틀어 남긴

무수한 상처 위에

오늘은 마침내

찬연한 꽃사태로 눈부시어라.

최종진 : 구상솟대문학상 대상(1997) 외.

시집 <그리움 돌돌 말아 피는 이슬꽃> 외.

척수장애인모임 금누리회 회장.

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 어느 날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경추손상을 입고 전신마비.

시평 : 등나무에 핀 꽃

방귀희(솟대문학 발행인)

등꽃을 보지 못하였을지라도 이 시를 보면 등꽃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피어있는지 상상이 된다. 등나무는 많이 꼬여 있을수록 좋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에도 등나무 안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시원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등나무로 모여든다. 사람들은 등나무를 이렇게 좋아하면서 등나무의 고통에 대하여서는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시인은 건강한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교사였다. 교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날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목을 다쳐 전신마비장애를 갖게 되었다. 누워서 생활하는 동안 그의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근육이 빠져나간 팔다리가 앙상하게 말라 비틀어지더니 등나무처럼 엉켜버렸다.

한방울의 눈물도 빠져나오지 않을 정도로 모질게 꼬여 있을 무렵 놀랍게도 등꽃이 피었다. 바로 시가 창작된 것이다. 최종진에게 시는 등꽃이다. 만약 그에게 시가 없었다면 곧 말라죽을 등나무에 불과했을 것이다.

등꽃(영문)

Wisteria Blossom

Choi Jong-jin

You never allowed yourself even a single teardrop.

Twisted harshly,

until your tearful flowers bloomed

you could not take even one deep breath.

Putting down roots in barren soil,

passing through heatwaves,

until you had made such a proper shade

above the countless scars

left over from those so terribly dry days

that twisted your whole body,

today at long last

you dazzle by your radiant flowering.

Mr. Choi Jong-jin. Born 1957. General paralysis.

Ku Sang Sosdae Literature Award - recipient (1997)

Poetry collection: The Dew Blossoms Bound Round with Longing

The poet is Chairman of the Korea Spinal Cord Injury Association Geumnuri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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