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장애인 추락 손배소 기각 항소

인천지법, “안전시설 충분, 관리하자 없어”
장애인단체, “국가책임, 장애인에게 전가”

2004-11-01     소장섭 기자
1일 오전 인천지법 앞에서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인천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들이 항소에 앞서 소장을 검토하고 있다. 가운데 안경쓴 사람이 김정헌(51)씨. <사진제공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지하철역에서 추락해 다친 시각장애인이 관계당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기각 당하자, 관련 장애인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986년부터 인천시 부평구 소재 순복음새벽교회에서 목사로 활동하는 시각장애인 김정헌(남·51·시각장애1급)씨는 지난 2000년 1월 9일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철로 이동하다 영등포역에서 선로에 떨어져 요추압박골절 및 대퇴 골절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이에 김씨는 관계당국을 상대로 ‘역사 내에 최소한의 안전시설 마련돼 있지 않아 사고를 당했으며, 관계당국이 응급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인천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10월 7일 패소판결을 받았다.

재판부의 1심 판결 요지는 역사내 안전시설이 항상 완전무결한 상태를 유지할 정도의 고도의 안전성을 갖추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시설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

특히 재판부는 “스크린도어나 안전펜스를 설치하지 않았다거나 역무원을 고정적으로 배치하지 않았다고 해 승강장의 설치·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승강장에 안전펜스가 설치됐다거나 역무원이 상시 배치돼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고 당시 원고의 추락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이번 사고로 인해 상해를 입은 원고에 대한 응급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안했다는 점을 인정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번 소송을 이끌어온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인천광역시시각장애인연합회는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할 국가의 책임을 시각장애인에게 100%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그동안 역사내 안전시설 미비로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사고를 당했음에도 시각장애를 악용, 실족 등 본인부주의로 사건을 처리해온 철도청의 안일한 행정을 묵과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들은 “장애인을 포함한 이동 약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의 보다 높은 안전·책임의식을 강제하지는 않고, 오히려 국가의 책임을 후퇴시키는 판결”이라고 지적, 1일 오전 인천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