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지하철서 또 추락사

30일 오전 부천역서 30대 시각장애인 사망
이동권연대, 스크린도어등 재발방지책 촉구

2004-11-01     소장섭 기자
지난해 송내역에서 추락해 사망한 시각장애인 장모씨에 대한 추모식 장면. <에이블뉴스 자료사진>

시각장애인이 지하철 역사에서 발을 헛디뎌 철로에 떨어져 역내로 진입하는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지난 10월 30일 오전 시각장애인 김(30)모씨는 부천역 전철에서 서울발 인천행 열차에서 내려 점자유도블록을 찾던 중 철로에 떨어져 역내로 진입하던 열차에 치여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사망했다.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는 1일 오전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고는 정부와 교통관계당국이 장애인들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해 온 결과이며, 그들은 장애인을 살해한 것”이라며, 2일 오후 사고현장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관계당국의 안전대책 미비를 규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동권연대는 “시각장애인들이 지하철에서 떨어져 다치고 숨지는 사고가 이번만이 아니며,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권연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송내역에서 시각장애인 장모씨가 철로에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으며, 지난 8월 12일 신도림역에서 시각장애인 조모씨가 철로에 떨어져 중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2003년 세류역에서는 한 노인이 전동차와 플랫폼 사이에 끼여 압사하는 사고가 있었으며, 지하철을 기다리던 주부가 괴한에게 떠밀려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실제 건설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연평균 85명의 시민들이 승강장에서의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했다. 2003년 경우, 10월까지만 하더라도 총 121건에 이르는 사고가 지하철 승강장에서 발생했으며, 이중 70명이 사망하고 51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에 대해 이동권연대는 “우리는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지하철 내의 스크린 도어 설치를 수년 전부터 요구하고, 각 역사에 안전전담 역무원의 배치를 요구해왔으나 관계당국은 여러 일을 중복적으로 맡아 처리하는 공익근무요원에게만 승객의 안전문제를 떠넘기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이동권연대가 성명서와 함께 관계당국에 내놓은 요구사항은 ▲책임인정, 공개사과(철도청) ▲유족 피해보상(철도청) ▲안전전담 역무원 배치(건설교통부) ▲전 역사에 스크린도어(PSD: Platform Screen Door) 설치(건설교통부) 등이다.

장애인들이 요구하고 있는 스크린도어. 사진은 광주지하철 역사. <에이블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