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애인콜택시 운영규정 변경은 악법

2015-01-15     칼럼니스트 서인환

지난 1월 13일 200여명의 장애인들이 서울시설공단(이하 공단) 앞에서 ‘장애인 콜택시 이용자 중심 운영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뒤 공단 이사장과 면담을 갖고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이 집회는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서자연, 회장 황백남)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이용자모임 ‘짱콜’이 함께 했다.

장애인콜택시 운영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2009년에는 술을 마신 장애인은 탑승을 거부한다거나, 복지관이나 병원을 가는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탑승하게 하고, 친구에게 놀러가는 등의 장애인 콜택시 이용은 제한한다는 결정을 하여 장애인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이에 시설관리공단의 대답은 서울시 예산이 장애인이 놀러 다니는 데에까지 지원을 해야 하느냐는 대답이었다.

장애인들은 사회활동과 이동권 보장을 위해 설치된 장애인콜택시가 장애인의 활동을 제한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며, 음주를 하면 집에도 가지 못하느냐고 항의를 하여 결국 발표한 규정은 취소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장애인들의 콜택시 이용에서 배차 지연 등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여 왔다.

지난해 9월 공단은 서울시장애인콜택시 이용자들에게 10월 1일부터 이용대기 시간을 10분으로 단축 제한한다는 전체문자를 이용자에게 발송하였다.

콜택시를 기다리는 장애인은 몇 시간을 기다리게 하면서 중증장애인이 차를 10분 이상 대기시키면 그냥 떠나버리겠다는 것에 대하여 장애인들은 화가 났다.

콜택시 차량 내부에 안내문을 비치하였는데, 거기에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 의한 결정사항임을 밝혔다. 그러나 이용자들 누구도 이런 설문지를 접해 본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장애를 가진 이용자에게 10분의 대기시간이란 현실성이 없는 시간이다.

행사나 회의를 마치고 차를 타기 위해 마침시간을 예상하여 차를 예약하였는데, 행사 마침 시간이 늦어지면 자동 취소되어 차를 이용할 수 없게 되고, 집에서 옷을 입는다거나 고층 아파트에서 내려오는데 중증 장애인이 행동이 느려서 차량 도착 10분 이내에 내려오지 않으면 차가 그냥 떠나버린다는 것은 반발하기에 충분했다.

공단은 2015년 운영지침의 내용으로 ▲휠체어 2대 타는 장애인콜택시, 장애인 4인 포함 14인용 미니버스 도입 ▲휠체어 미사용 탑승자용 장애인콜택시 50대 계속 운행 ▲현재 사전접수제에서 즉시콜로 변경 ▲1일 4회로 이용횟수 제한 ▲상담원 성희롱, 운전자 폭행 등에 관하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삼진아웃제 실시 등의 내용을 발표하였다.

이 운영지침에서도 즉시콜로 변경이 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어느 정도의 비율로 병행할 것이냐가 문제이다. 즉시콜의 비율이 높으면 차량 예약은 로또와 같아서 운이 나쁘면 이동을 보장받을 수 없다.

이용 횟수를 4회로 제한하는 것도 어느 날 여러 볼일이 생길 경우 출퇴근 외의 다른 볼일 하나만 보라는 것이므로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하여 공단에서는 그럼 한 달에 80회로 제한하면 되겠느냐고 하였다. 하루 4회 이상 이용 시 우선순위에서 2순위로 하는 것도 아니고, 출퇴근 등 자주 이용하는 자에게는 거의 출퇴근 외에는 이용을 말라는 소리로 들린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현재 460대면 법정 대수를 채운 것이니 차량이 부족하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하였다.

서울시장의 공약과 장애인종합계획에서는 2014년도까지 600대의 법정대수를 확충하겠다고 하여 놓고 이제 와서 지체장애 유형의 인구만을 기준으로 중증장애인 200명당 1대라는 법정 대수를 충족시켰다는 말은 장애인을 놀리는 말이 된다. 욕구충족이 아니라 법을 지키면 된다는 말인데, 그럼 왜 현재까지 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상담원 성희롱과 기사 폭행자에 대한 아웃제 도입은 영원히 이용을 하지 못하도록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이동권을 박탈하는 것이므로 몇 일간 이용제한도 아니고 영원히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문제이다.

그리고 성희롱이란 개념도 불분명하고 상담원의 태도나 장애인 인식에 문제가 있어 고함을 치면 이용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다. 기사가 불친절하거나 급한 사정을 무시하고 차가 너무 늦게 와서 추위에 떨다가 화가 나서 지팡이라도 던지는 날이면 자격이 완전히 박탈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진상은 차를 태우지 않겠다는 협박으로 들린다. 이러한 지침이 장애인 설문조사를 근거로 만들었다고 핑계를 대지만 설문조사에 응했다는 장애인이 없기도 하고, 장애인단체와 어떠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 통보를 하는 것은 ‘갑’질의 횡포이다.

지난해 10월 7일 서울시 거주 1~2급 장애인콜택시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는 이용만족도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 월평균 10번 이내 이용하는 사람은 65%, 매일 이용하는 사람은 18%였다. 이용목적은 모임과 취미 39.8%, 출퇴근·업무 36.9%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인 불만사항으로는 서울시의 콜택시운영 개선 전·후 비교에 있어 변화 없음 40.8%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차량배차지연 21.4%와 대기시간 14.6%로 나타났다. 더 나빠진 부분으로 차량지연시간 36.9%, 변화 없음 22.3%, 대기시간 19.4%로 이용 체감도는 현저히 저하되고 있음이 나타났다.

전체적인 만족도에서는 불만족이 61.2%로 과반수를 넘었으며, 차량지연시간 42.9%, 대기시간(시스템)’이 36.5%(23명) 등 현 운영 및 서비스에 문제가 있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하였다.

이번 지침의 변경안 발표는 이런 불만과 시정 요구를 하는 것에 대한 보복과 장애인 탓으로 돌리려는 문제를 흐리는 의도가 아닌가 한다.

장애인콜택시 운영의 심각성을 절감한 장애인들은 투쟁단을 구성하였는데, 위원장에 광명자립생활센터 김태균 소장이 투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부위원장으로는 윤나연 노적성해자립생활센터 소장이 맡았다. 심규봉 한자연 투쟁단장도 자리를 같이 했다.

이들은 공단 이사장과의 면담을 여러 차례 요구하였으나, 거부되어 급기야 지난 13일 기자회견과 집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집회 이후 공단 이사장과의 면담을 통하여 논의과정에서 오는 2월말 이용자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므로 그 결과를 보고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어나가자는 내용이 합의서에 담겨져 있었지만 당장 잘못된 지침의 시행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다만 구두로 ‘아웃제는 예외로 하겠다’고도 하고, 삭제하였다고 하여 어느 것이 맞는지는 애매하나 여하튼 적용은 하지 않는 것 같다.

공단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서비스를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서비스 제공자를 보호할까와 장애인들 관리를 잘 할 것인가만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이제라도 시정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합의는 콜택시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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