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에서

2004-02-02     김광욱

어제 안성 삼촌 댁에서 일박을 하고 안성 한 후배네 집에서 일기를 써본다.

왼쪽 한팔만 가지고 살아가는 후배가 대견스럽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경추 5번 6번을 다쳐 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후배.

허리도 다리도 마비가 되어 늘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한다.

그래도 그 후배의 얼굴에는 미소가 있다.

나보다 더 힘들텐데...

내가 그 후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가정 방문해서

이야기 동무가 되어 주는 것이다.

자주 찾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틈나는대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후배의 마인드는 완전히 오픈 마인드다.

사람이 살면서 말이 통하는 사람을 구하기 쉽지가 않다.

신체적 장애가 있더라도 정신적 장애가 없다면

충분히 재활의 의지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어디 그러기가 쉬운가.

그건 장애인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어제 저녁부터 새벽까지 난 작은 거인의 슬픔을 경험했다.

이것이 인생이다 라는 프로를 통해

인간의 인생 그리고 역경 그리고 눈물을 보았다.

천형과 같은 왜소증을 안고 살아가는 삼촌

그리고 다시 두 딸들에게 되물림이 되고 마는 현실

장애인 두 딸들을 버리고 떠난 숙모

지금은 탈랜트가 되어 종횡무진 활약을 하고 있지만...

평화 공연단에서 새로 만난 새 숙모.

키가 작은 남편 그리고 역시 작은 두 딸과 가족을 이루며

쉽지 않은 길을 택해야만 했던 새 숙모가 위대해 보였다.

지금은 자궁암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계신다.

부디 삼촌 가정에 화목과 화평 그리고 놀라운 축복이 함께 하길 바란다.

내 안에 갇힌 나.

다시금 나를 부끄럽게 만든 삼촌.

새로운 인생을 그려 나갈 나.

다시 또 다짐하는 나.

엿장수 삼촌이 살아 남기 위해 펼친 곡예 그리고 위험한 불쑈

두 딸의 구성진 트롯의 슬픈 멜로디가

내 눈가에 선하다.

헝겊이 조각 조각 달라 붙은 옷을 입고 가위질을 서슴없이 하시는

각설이타령의 새숙모의 힘찬 맨트가

나의 삶을 순간 지배해 버렸다.

삼촌의 공연 늘 성공적이길...삼촌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