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2003겨울

2003-12-18     김광욱

서울역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고 있었다.

구세군 자선냄비의 자태가 빠알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처량해 보였다.

날은 갈수록 추워지고 군데 군데 노숙자들이 소주를 마시며

얼어붙은 몸을 녹이고 있다.

서울...

출세를 위해 시골에서 상경한 거대한 도시 서울.

서울은 욕망의 바다였다.

서울만 오면 내 인생의 모든 것이 바뀌리라 예상했다.

그건 착각이었다.

서울은 소외된 자들의 꿈과 기대를 삼켜버린 괴물 도시였다.

서울2003년겨울

춥지만 웃을수 있었으면 좋겠다.

배고프지만 불우한 이웃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나 살기에도 버거운데 누구를 살피냐고

이기적인 마음을 갖지 말고

늘 점심 때 찬밥을 먹는 사람들을 위해 천원짜리 점심을 파는

따뜻한 마음씨의 어느 한 아주머니처럼

사랑을 서로에게 팔았으면 좋겠다.

지하철 한 구석에 이불 돌돌 말고 중무장을 한채 겨울잠을 자는

한 아저씨에게도 새로운 보금자리가 제공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