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조항주보다 더 야할 수 있다

2003-11-14     방귀희

엄마 난 언제나 모범생이였지

그래야 엄마가 기뻐하니까

그래서 난 지금도 범생이가 되려고 노력해

근데 요즘 도전을 받고 있어

컬럼 위치 때문이야

왜 하필 범생이 윗층에 그토록 야한 여자가 입주를 했는지 몰라

이건 운명의 장난이야

원고 자료 찾으려고 에이블에 들어왔다가

내가 잘 있나 싶어서 문을 빼꼼히 열어보고 나서는

어김없이 윗층 여자를 훔쳐보는 거야

별로 관심 없는 척 하면서도

뭐라고 썼나 슬쩍 슬쩍 훌터보다가

야한 그림이 나오면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오고

그러다 원고 늦어져서

-아유 지겨워-

이렇게 내뱉곤 움찔해서 허공을 쳐다본다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지겨워 였잖아

일이 있는 것을 고마워하고

일을 하면서 기뻐하라고 했잖아

그래서 얼른 마음을 가다듬지

-하나두 안지겨워, 아유 신나-

아, 내가 하려던 얘기는 이게 아닌데...

난 처음에 조항주의가 새로운 이념의 장르인줄 알고

저항주의의 오자일 것이다고 판단

조항주의 sex story가 성에 대한 저항이라고 믿고

나보다 더 범생이가 있구나 싶어서

동지애를 갖고 방문을 했던 건데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가...

기겁을 해서 뛰쳐나왔지

근데 요즘 많이 발전했어

누가 키스를 했다고 죽을 듯이 걱정을 하길래

내가 이렇게 조언해줬다

-키스 갖고 뭘 그래, 그 정돈 아무 것도 아니지-

엄마, 나 조항주보다 더 야하지? 그치?